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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광장] 지자체 남북교류협력, 정경분리해야 ‘안전운행’

등록 2011-09-20 19:36수정 2011-09-21 12:04

‘분권화 시대의 남북협력’을 주제로 한 ‘한겨레-경남 포럼’이 지난 19일 경남 창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경남발전연구원 제공
‘분권화 시대의 남북협력’을 주제로 한 ‘한겨레-경남 포럼’이 지난 19일 경남 창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경남발전연구원 제공
한겨레-경남 포럼 지자체 남북교류 협력 진단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와 경남발전연구원 그리고 한겨레 평화연구소가 힘을 모아‘분권화시대의 남북협력’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19일 경남 창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이‘한겨레-경남 포럼’의 인사말에서 이은진 경남발전연구원장은 그 취지를 이렇게 말했다.“남북관계가 정체된 상황에서는 정부가 아닌 민간이,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남북간의 대결과 단절의 공백을 뛰어넘을 수 있는 독자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교류협력이 확대되는 걸 배경으로 지자체의 교류협력은 이런 협력관계를 보완하고 심화시키는 관계에 있었다면, 지금 지자체에 요구되는 역할은 대안과 돌파구로서의 의미마저 갖고 있는 듯하다. 이날 포럼은 지방분권 시대를 맞이해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의 남북 교류협력과 관련된 과제를 정리해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기존사업 평가해 패인 분석
새로 추진하기 위해 정비를

지난 10여년 지자체의 남북 교류협력사업은 크게 다음과 같은 시기를 거쳐 변화해 왔다. 1999~2001년이 모색기였다면 2002~2005년에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의 추진기를 거쳐서 2006년을 계기로 개발지원사업으로의 전환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등장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크게 위축되다 개성공단과 극히 일부 영유아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사업을 제외하고는 중단되는 상황을 맞이한다. 이는 일회성이 아닌, 개발지원을 목표로 지속성이 담보돼야 하는 사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단절이라는 심각한 상황을 맞이한 걸 의미한다.

지난해 천안함·연평도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그나마 최소한의 통로를 유지해줄 수 있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의 교류협력이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5·24 처로 어떤 예외도 인정하지 않은 채 모든 관계를 단절시켰다.

지난 3년 반 동안의 남북관계 악화와 그로 인한 교류협력사업의 중단은 반면교사로서의 교훈은 있다. 이런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고 앞으로 또는 다음 정권에서 남북관계와 교류협력사업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점검하는 계기를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쟁점이 된 게 정경분리의 원칙이다. 한겨레-경남 포럼에서 박순성 민주정책연구원장은 “중앙정부 차원에서나 지자체 및 기업, 민간단체 등의 차원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주요한 ‘전략적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류협력사업의 안정성과 확대·심화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원장은 이 정경분리 원칙도 남북관계가 정치·군사적으로 최소한 분쟁 상황이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평도 포격과 같은 상황에서도 정경분리를 내세워 교류협력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데 대한 의문이다.


중앙정부-지자체 관계 재검토
통제에서 동반자관계로 가야

또한 앞으로 남북 교류협력사업을 새롭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동안 지자체가 추진했던 사업들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진희관 인제대 교수(통일학부)는 그동안 남북 사이에 협의하고 추진한 교류협력사업 가운데 성사되지 못한 사업의 원인을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성사되지 못한 사업의 공통점은 △사업의 구체성 결여 △성급한 사업 추진 △북한의 수용능력을 벗어난 사업 △사업 제안시 북한의 과도한 요구를 수용할 수 없었던 경우 등이었다. 그에 반해 완료 및 계속중인 사업들은 △구체성 있는 사업 계획 △점진적·단계적 추진 △북한이 수용에 별 부담을 느끼지 않는 사업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자체의 교류협력을 전면 중단한 것은 거버넌스와 민주주의 관점에서도 문제를 안고 있다. 그건 남북관계의 모든 것을 중앙정부가 통제하겠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와 거버넌스, 그리고 로컬 거버넌스의 차원에서도 대북 협력에서 중앙과 지방의 관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진 교수는 지적했다. 중앙의 통제가 강할수록 민주주의는 역행할 개연성이 크며, 시민사회·지자체 등과의 동반자적 관계로 거버넌스가 이루어질수록 민주주의는 강해질 수 있다는 명확한 원리의 공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풀뿌리 민주주의 확산이 남북 교류협력의 폭과 범위를 더욱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중앙정부의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강태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kankan1@hani.co.kr


경남 농업 발판 다른 산업도 연계 계획

협동농장 협력 국영농장 적용
조선·섬유·전자로 확대 목표

지자체 남북 교류협력사업의 효시는 1999년 1월 감귤 100t을 북한에 지원한 제주도였다. 그러나 그동안 남북 교류협력사업을 가장 모범적으로 추진한 자치단체로는 경기도가, 선도적 역할을 한 곳으로는 강원도가 꼽힌다. 경상남도의 대북 협력사업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켜 갈 것인가?

경남의 대북 협력사업은 지자체·민간단체·기업·주민 등의 ‘로컬 거버넌스’가 가장 광범위하게 형성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도가 대북 협력을 위한 행정·재정적인 지원을 하고, 실질적인 사업은 지역의 풀뿌리 순수단체인 경남통일농업협력회(상임대표 전강석, 이하 경통협)가 분담하는 체계를 갖춤으로써 가능했다. 도가 2006~2010년 경통협 등과 협력하여 추진한 사업은 29건에 33억여원 규모였다. 경통협은 이를 바탕으로 농사 경험이 풍부한 회원들을 수시로 방북시켜 평양시 강남군 장교리 협동농장 40만평에 벼농사를 공동으로 짓고 비닐온실에서 각종 채소를 재배함으로써 남쪽의 농업기술과 농법을 전수하였다. 또 장교리 소학교 건립을 도내의 경제인과 각종 직능단체, 공무원, 학생 등의 성금으로 이뤄내 주민참여형 남북 교류협력사업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날 한겨레-경남포럼에서는 경통협의 김지영 사업팀장이 지금껏 구축해온 신뢰를 밑거름으로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농업 현대화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이미 북한은 장교리 협동농장 사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천동 국영농장 개발사업을 제안해 왔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경남은 올해부터 ‘통일벼 종자 보내기사업’을 시작했다. 장교리 협동농장의 협력을 국영농장으로 확대해 남북 협력사업의 모델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양문수 교수(북한대학원대학교)는 “비접경지대라는 자연지리적 특성에 비추어 볼 때 기본적으로는 경남의 산업지리적 특성이 주요한 고려 대상이 될 것”이라며 큰 틀로 볼 때 농업분야를 넘어서 북한지역을 활용한 산업 구조조정 및 산업구조 재편이 경남의 목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조선업, 그다음으로 섬유, 전기전자 등에서의 협력을 통한 상호 연계발전이다.


지역사회 협력 경험이 통일대비 역량 키웠다

남북주민 긍정적 인식 도움
사업 참여 민간단체도 발전

냉전시기에 남북관계는 중앙정부만이 담당하는 성역이었다. 1995년 지방자치제의 전면실시 이래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변화가 시작됐다. 민주당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 위원장인 원혜영 의원은 이 지자체의 남북 교류협력이 지방 차원에서 통일 대비 역량을 만들어가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남북관계 현실과 통일문제에 대해 지자체 공무원 및 지방의회 의원들의 이해가 깊어졌으며, 그 결과 서울·경기·인천·강원 등 대다수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남북협력기금도 조성할 만큼 지자체 차원의 교류협력이 활성화됐다는 것이다. 또한 이처럼 남북 교류협력사업에 대한 관심이 지역사회에서 높아짐에 따라 지방의 민간단체들이 성장·발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자체의 대북 협력사업은 북한 지도부에 ‘현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농촌 현대화’, 예를 들어 흑돼지 사육 협력과 과수원 조성, 송어 양식장 건립 등을 통해 물고기를 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역할을 했다. 게다가 남북 협력의 영역을 다양한 분야로 확대하는 데 지자체가 크게 기여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의 홍상영 사업국장에 따르면, 예컨대 강원도는 안변 연어부화장 건립과 원산농림기술강습소 건설을 지원하고 남북 아이스하키 친선경기를 여는 등 수산업·농업·문화교류 등을 추진하였다. 또한 경기도의 경우 북한 협동농장에서 벼농사 및 비닐하우스 채소농사 기술을 지원하고, 소학교·유치원·탁아소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농촌 현대화사업을 추진하였다. 이밖에 부산시의 항생제 공장 지원, 인천시의 축구경기장 개보수 지원 등 분야는 매우 다양하며 이를 남북 협력사업의 대상으로 만들어갔다는 것이다.

이러한 교류협력으로 북한 주민들이 남한에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원 의원의 견해다. 그뿐만이 아니라 남한 주민들의 북한에 대한 인식도 바꿨다. 홍 사업국장은 지자체의 대북 지원사업은 지방 민간단체와 한묶음이기 때문에 이들 단체의 성장·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걸 강조했다. 지방 민간단체는 자원 조달능력에서 한계가 뚜렷해 지자체가 나서지 않는 한 독자적인 대북 지원사업을 추진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지자체와 한묶음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자체의 대북사업 참여로 지방의 민간단체들이 성장·발전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다시 지자체의 남북 협력사업에 대한 지지 여론의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상승 작용을 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자체 차원의 남북협력은 통일문제를 중앙정부 차원의 먼 일로 인식하던 지역 사회에 구체적인 참여의 계기를 제공하면서, 지방 차원에서 통일 대비 역량의 구축에 기여해 왔다는 것이다.

지자체 사업 실태 남북교류 첫발 뗀12년전으로 뒷걸음

올해 12억 집행뿐
문화·농업에 편중

1999년 시작된 지방자치단체 남북 교류협력사업은 지난 12년간 중앙정부·민간단체와 함께 남북 교류협력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의 악화는 예외 없이 모든 영역에 영향을 끼쳤다. 지금 지자체의 교류협력은 초창기보다 못한 수준으로 퇴행한 상태다.

민주당 원혜영 의원실이 통일부에 요청해 받은 지자체의 교류협력 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00년 16개 지자체의 남북 교류협력은 17억원 규모였다. 1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이는 꾸준히 늘어났으며, 노무현 정부를 지나면서 2007년에는 157억원 수준이 됐다. 불과 7년 사이 9배나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에 이미 절반 수준인 72억원으로 떨어졌다. 2010년엔 또다시 그 절반인 33억원 수준으로 움츠러들었다. 지난해 5·24 조처로 인한 남북관계의 전면 단절은 지자체의 대북사업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2011년 8월 현재 지자체의 대북사업은 경기도와 인천시가 말라리아 공동방역에 12억원을 집행한 것을 제외하고 모두 멈춘 상태다.

진희관 교수(인제대 통일학부)에 따르면, 지자체의 교류협력사업은 대부분 지원사업 혹은 사회·문화 교류사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 또 농업분야와 관련된 사업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이는 농업분야에 대한 북한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 지자체의 대북지원이 긴급구호성 지원에서 지속적인 개발협력 지원으로 바뀌면서 식량지원의 인도적 측면을 고려해 농업분야에 집중했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지역적으로 지자체의 사업 역시 평양과 그 인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북쪽의 정책적 가이드라인을 넘지 못한 때문인데, 자강도·양강도·함경도 등 북한 동북부 지역과의 교류에 대한 남쪽의 관심 부족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진 교수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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