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 맞대면] 사법개혁의 방향은
[HERI의 눈]
한국은 권위가 조롱거리인 사회다. 언론계·학계가 그렇고 정치권·법조계·의료계도 예외는 아니다. 힘있어 보이는 이들이 언급된 인터넷 기사에 예외 없이 주렁주렁 달리는 욕설에 가까운 댓글을 보면, 꼭 ‘악플’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국민들은 이런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소명감과 전문직 윤리를 갖고 봉직할 것이라고 믿을 때 권위를 인정하지만, 이런 믿음이 깨지는 순간 몇곱의 실망과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게 된다.
민주화 이후 문민권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검찰이 지난 20여년간 국민을 실망시키고 권위를 스스로 허문 것은 많은 사명감 있는 검사들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불행이다. 지금 검찰의 모습은 이달 초 소설가 김훈씨가 말한 “공포와 혐오의 대상” 바로 그것이다. 즉 ‘거악에 맞서는 추상 같은 공권력’이라기보다는 ‘살아 있는 권력에는 애완견, 죽은 권력에는 투견’이고 ‘떡검’(떡값 받은 검사), ‘색검’(성상납 받은 검사), ‘스폰서 검사’, ‘삼성 장학생’, ‘그랜저 검사’, ‘고문 검사’ 등으로 불리는 존재다. ‘전관예우’까지 살뜰히 챙길 바엔, 현직에서는 자존심 세우고 당당하게 살아도 될 법한 일부 검사들이 이렇게 망가지는 모습은 보기에 딱하다.
검찰의 타락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기 때문이다. 인사권을 쥔 대통령의 심기나 살필 뿐 그 누구도 검찰을 뭐라 할 수 없다. 한마디로 “부르면 가야” 한다. 최근 법학자·변호사 등 4명이 검찰을 걱정하며 쓴 <검찰공화국, 대한민국>은 한국의 검찰이 검찰이란 이름으로 가질 수 있는 모든 권한을 한 손에 틀어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기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된 원죄는 검찰을 종 부리듯 해온 집권자들이 지고 있다. 그래서 검찰의 정치적 독립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그 전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지나치게 출세지향적인 검사를 배제하는 등 환골탈태한 검찰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그렇지 않고 정치적 자율권만 주었을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여실히 보여준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의 개혁안은 중수부를 대신할 특별수사청을 대검찰청 산하에 두기로 하는 등 어설픈 구석이 많아 ‘동네북’이 되고 있다. 개혁을 할 때 제대로 못하면 개악이 되는 사례를 워낙 많이 봐서 걱정이 된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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