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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랍을 보는 ‘우리의 눈’ 가져야 할 때

등록 2011-03-27 20:14

[HERI의 눈]

아랍의 ‘민주화 혁명’이 날마다 뉴스 앞머리를 장식하는 요즘, 새삼 깨닫는 것이 하나 있다. 머릿속에 세계지도를 펼쳤을 때 알제리, 수단, 모로코, 바레인, 오만, 예멘 등이 어디 있는지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랍과 북아프리카에 관한 지리 감각은 콩고나 우간다 같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무지보다 약간 나은 정도였다. 이런 지리적인 무지는 이 지역에 대한 평소의 무관심을 보여준다. 이들의 문화나 역사, 정치-경제적 처지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방증이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아랍권에 대해 우리는 잘 모르거나 알더라도 오해하는 것이 많다. 아랍과 함께 떠오르는 단어는 석유, 코란, 사막 등에 그치고, 과격하거나 테러리스트란 연상이 딸려오는 게 사실이다. 이슬람채권(수쿠크) 발행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도 이런 무지와 오해의 연장선에 있다. 무엇보다 아랍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야는 서구의 렌즈가 끼워져 있다.

중동이란 이름 자체가 극동과 함께 유럽에서 바라본 관념이다. 이 렌즈는 아랍 세계와 거의 접촉이 없던 시절, 서구식 근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 의식의 바닥에 자리잡았고, 이후 국제정보질서를 장악한 서구의 거대 뉴스매체에 의해 반복적으로 각인돼 왔다. 인류의 보편성 속에서 아랍의 상대성을 포용하기보다는 아랍을 대상화하고 구별과 차이에 집중하는 이런 관념에 대해 에드워드 사이드는 ‘서양의 우월성과 오리엔트의 열등성을 철처하게 분리시키는 데 본질이 있다’고 밝혔다.

아랍은 우리에게 벌써 가까이 다가와 있다. 우리가 수입하는 석유의 85%가 이 지역에서 오고 있다. 오일달러를 벌어들이는 굵직한 해외건설 현장도 이 지역에 집중돼 있다. 파병 여부를 두고 국내 정치가 한바탕 홍역을 치른 끝에 이라크에는 몇 년째 자이툰 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꼭 자원을 확보하거나 원전 등 장사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15억명이나 된다는 세계 이슬람인들의 정신적 고향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며, 우리의 시각을 정립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그렇게 할 때 미국, 유럽의 아랍 민주화론이란 자의적 잣대가 아니라 이 지역 민중의 손으로 민주화가 성취되어야 하는 당위성이 설명된다. 국민을 전폭기로 공격하는 카다피에 대해 느끼는 혐오감과 분노를 팔레스타인 민간인에게 헬기와 전투기 공격을 가하는 이스라엘에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봉현/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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