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동석 인천대학교 무역학부 교수
‘경제사업 >복지지출’ 현구조
보편적·선택적 복지 선택 앞서
국민경제와의 ‘조화’ 고민해야
보편적·선택적 복지 선택 앞서
국민경제와의 ‘조화’ 고민해야
[싱크탱크 맞대면] 더 나은 ‘복지논쟁’을 위하여
장차 우리는 경제사업을 통한 성장과 복지지출을 통한 분배를 어떻게 조화할 것인가? 이를 고민하지 않고 특정 복지정책을 선택적으로 논하는 것은 재정의 공유지 문제만을 심화시킬 뿐이다.
국가는 개인들이 자발적 행동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욕구를 충족시킨다. 따라서 국가의 역량은 개인의 소득처럼 개인의 행복을 보장하는 수단이다. 그런데 국가가 많은 역량을 구비하려면 조세라는 이름으로 개인들의 소득을 훼손해야 한다. 결국 개인들은 국가라는 체제를 통해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의 소득을 더 많이 활용하는 것이 최선임을 깨닫는다.
이는 공동으로 활용하는 초원에 개인들이 더 많이 가축을 방목함으로써 마침내 초원이 황폐화된다는 고통스러운 상황과 같다. 이러한 모순적 상황을 재정학자들은 ‘재정의 공유지 문제’(common pool problem of public finance)라 부른다.
어떤 사회에 재정의 공유지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게 나타나는지 파악하는 징후들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사실상 국가의 수입으로 조성된 자금인데도 총괄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예산과정에서 배제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둘째, 국회의 명시적 절차가 아니라 법령과 정치적 관행에 따라 이뤄지는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민간기업, 민자사업 등에 대한 정부의 암묵적 보증이다. 셋째, 수많은 이익들이 충돌하는 예산과정에서 반드시 내려야 할 결정들을 미루는 포퓰리즘적 비(非)결정, 이 또한 공유지의 비극을 초래한다.
2011년 1월26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재정통계 개편안’은 그간 재정운용 곳곳에 만연해 있던 비예산 자금들을 명시화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 사실상 국가의 자금임에도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이 아니라는 이유로 재정운용 의사결정에서 배제됐던 자금들을 이번 개편과정에서 재정통계에 포함시켰다. 통합재정의 범위는 자금의 명칭이 아니라 당해 자금을 수입하고 지출하는 의사결정자의 진정한 성격에 따라 파악돼야 한다. 이를 제도단위 기준의 통합재정이라 한다. 금번 개편으로 우리나라는 비로소 국제적 통계기준에 따라 통합재정을 제도단위로 전환할 수 있게 됐다.
이같은 역사적 의의에도 불구하고 금번 ‘재정통계 개편안’은 통합재정의 최종적 목적지라 할 수는 없다. 법령과 정치적 관행에 따라 이뤄지는 다양한 형태의 암묵적 보증들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중앙은행, 공기업들이 수행하는 재정정책적 활동을 위해 암묵적으로 그 수입을 보증한다. 이런 준재정활동(quasi-fiscal activities)도 통합재정에 반영될 때 비로소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재정운용이 가능하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열되는 복지논쟁은 재정의 공유지 문제를 새삼 느끼게 한다. 복지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개인의 책임을 설정하는 경계가 모호하고, 이에 대한 국민의 이해가 부족할수록 공유지의 문제는 심화될 것이다. 이 책임의 경계에 대해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의 개념이 대립하는 것으로 곧잘 설명된다. 보편적 복지는 복지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책임을, 선택적 복지는 복지에 대한 개인적 책임을 강조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의 선택 이상으로 중요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국민경제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얼마나 엄중하게 받아들이냐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복지를 위해서는 국민경제와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전제돼야 한다.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의 선택을 말하기 전에, 국민경제와 재정 전체를 조명하며 복지정책을 검토하는 보편적이고도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국민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국가재정은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 국가재정의 지속가능성 속에서 국가는 복지정책의 목표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국가는 복지정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민간과 어떠한 방법으로 협조할 것인가? 이러한 근본적 의문에 대답하지 않고 특정 복지정책에 초점을 맞추어 가불가를 논하는 것은 재정의 공유지 문제만을 심화시킬 것이다.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가가 수행하는 기능들은 매우 다양하다. 국가재정의 기능별 배분구조를 대략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경제사업 비중이 높고 복지지출 비중이 낮다. 장차 우리는 경제사업을 통한 성장과 복지지출을 통한 분배를 어떻게 조화할 것인가? 이 문제를 고민하지 않고 특정 복지정책을 선택적으로 논하는 것은 수많은 정책목표들의 적정한 균형과 체계적인 추진을 방해하게 될 것이다.
옥동석 인천대학교 무역학부 교수
주요국의 정부기능별 재정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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