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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무관심 속 얼렁뚱땅 지나가는 ‘예산심의’

등록 2010-11-29 09:36

[HERI의 눈] 싱크탱크 맞대면
연평도에 배치된 대포병 레이더가 낡아서 포탄이 날아온 방향을 알아내지 못했다는 소식은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한다. 정부 예산의 10%에 이르는 국방예산을 어디에 썼기에 북한군 포 공격에 적나라하게 노출된 서해 북방에 여태 그런 구닥다리 장비를 배치했느냐는 게 평범한 사람들의 의문이다. 이번에도 군은 “예산이 부족해서…”라며 장비도입 예산을 추가로 요구했다. 하지만 국방비 가운데 인건비 등 경직적 경상운영비가 70%에 이르는 걸 보면 예산은 규모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는가의 예술인 것 같다.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한창이다. 여야간 쟁점은 ‘4대강 예산’과 ‘복지예산’으로 집약된다. 정부는 예산안이 감세기조를 유지하면서 재정건전성도 꾀하고 4대강 사업도 계속하면서 복지예산도 증액했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가 고난도 ‘저글링’을 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그 내막을 꼼꼼히 뜯어볼 필요가 있다.

이번 맞대면에서 정창수 부소장은 정부가 부자감세를 놔두고 재정건전성을 추구하다 보니 복지예산을 사실상 삭감했다고 지적한다. 이상동 센터장은 복지지출도 질이 문제라며 재분배 성격이 강한 사회보장성 예산의 증액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예산의 내용뿐 아니라 졸속 심사도 해마다 지적되는 문제다. 국회는 약 3개월의 정기국회 기간 중 절반은 국정감사에 쓰고, 나머지 기간에 예산심사를 한다. 하지만 최근의 청목회 수사처럼 정치 쟁점이 불거지면 예산심사를 뒷전으로 밀다 연말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뚝딱 처리하곤 했다. 게다가 예결위의 예산액 수정은 전체회의나 본회의가 아니라 ‘계수조정소위원회’에서 이루어지는데, 이 소위는 회의록도 작성하지 않고 전화나 구두로 수정·동의한 내용을 취합·정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투명성과 합리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는다(국회예산정책처 ‘2010년도 대한민국 재정’ 2010-3-27).

이렇게 기간이 짧고 요식행위에 그치는 예산심사에 대해 국민들이 무관심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선진국의 예산심의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관리예산처(OMB)가 예산제안서를 제출하면 의회가 연중 심사하며, 일본, 프랑스, 독일 등도 예결위를 상설 위원회로 운영하고 있다.(삼성경제연구소 ‘국회와 정부, 그리고 예산권한’ 2010-10-19)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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