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의 눈
이번주는 G20 외에 다른 얘기를 하기 힘들 듯하다. 의장국으로서 행사 준비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정부를 보고 있자면, 반장을 처음 맡은 초등학생 같다. 고단하게 사는 보통사람들은 세상이 좀 나아졌으면 하는 희망은 있지만, 추상적인 말들이 오가는 회의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돌아가며 하는 ‘1박2일’ 의장이 뭐 대단하냐며 쓴웃음을 짓는 사람도 없지 않다. 자본주의 사상 최악의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태동한 회의에 ‘국격’이니 ‘국가브랜드’니 ‘경제적 효과 약 20조원’이니 하는 색동옷을 입혀 안방홍보에 열중하는 통에, 심각한 표정을 지어야 할지, 춤을 추어야 할지 헷갈린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회의만 놓고 보면 이번 서울 G20은 ‘은행자본 유동성 규제’, ‘대형 금융기관(SIFI) 규제’, ‘글로벌 금융 안전망 강화’, ‘개도국 개발 계획’ 등 지난 회담에서 미룬 숙제들을 타결해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실질적 문제 해결의 장”이 되리란 전망이 나온다(삼성경제연구소 9월15일). 정부의 설명대로 G20이 서울 회의를 기점으로 위기 탈출을 위한 회의에서 “미래를 위한 방향이 제시되는 자리”로 성격이 바뀐다면 진일보한 것이다. 세계 인구의 3분의 2, 총생산의 85%를 차지하는 19개국(유럽연합 제외)이 모여 과거를 반성하면서 “세계경제가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하기 위해 어떤 모델이 만들어져야 하는가”(G20 준비위원회 누리집)를 고민하는 것은 한번 더 경제위기의 ‘참화’를 겪지 않으려면 꼭 해야 할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위의 의제대로 합의만 되면 금융위기 없는 안전한 세상이 올까? 정상들이 3차례 모여 열심히 노력했다지만 미리 밟지 않을 금을 그어 놓고 대책을 세운 느낌은 어쩔 수 없다. 책상에 오른 대책들은 대체로 ‘투명성을 높이고’, ‘감독을 강화하고’, ‘사고가 날 때 대비해 비상금을 더 늘려놓자’는 것이다. 금융자본의 무한 팽창과 광속 유동성을 손보지 않으면 ‘열 포졸이 밤손님 하나 막지 못한다’는 속담대로 되기 십상이다. 월가가 위기의 주범으로 몰렸지만 맥없이 물러서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선견지명이었다. 이 주 ‘맞대면’에서 장화식 집행위원장은 금융거래세를 도입해 투기성 금융자본을 통제하는 첫발을 떼자고 제안한다. 성시경 연구위원은 ‘균형 재정’이란 도그마에서 벗어나 경제회복을 위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모색할 때라고 강조한다.
이봉현 한겨레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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