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식 시민사회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
금융위기 주범 G20 국가들
신자유주의 실패 인정해야
투기자본 이동규제 필수적
금융거래·은행세 도입부터
신자유주의 실패 인정해야
투기자본 이동규제 필수적
금융거래·은행세 도입부터
[싱크탱크 맞대면] G20 서울회의의 과제
G20는 금융혁신을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와 감독 등을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보고 있지만, 진정한 세계경제 위기의 주범은 각국 정책으로 시행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이다.
G20 서울 정상회의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 정부의 선전대로 ‘국격’을 높이는 회담이 될지, 아니면 노동·시민단체로 구성된 ‘G20 대응 민중행동’의 주장대로 ‘말뿐인 잔치’가 될지 그 실체가 머잖아 드러날 것이다.
G20 정상회의가 시작된 계기는 지구적 금융위기의 극복과 재발 방지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시작된 국제금융시장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것이다. 위기 해결을 위해 금융규제를 논의한 것은 한편으로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2008년 11월 워싱턴 회의에서는 금융위기 재발방지를 위해 47개 개혁과제를 선정했다. 2009년 4월 런던 회의에서는 8개분야인 금융안정위원회(FSB) 설립, 국제협력 강화, 건전성 규제, 규제범위 확대, 보상체계 개선, 조세피난처 관리, 회계제도 개선, 신용평가사 감독에 대한 실행방안을 도출했다. 2009년 9월의 피츠버그 회의에서도 4대 개혁과제인 은행건전성 규제, 보상체계, 장외파생상품, 대형금융기관 규제를 논의하고 로드맵을 만들었다. 이들은 “금융시장의 과도한 위험행위”와 “금융혁신을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와 감독” 그리고 “거시 정책조정의 실패”를 지구적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보고 해결방안을 내놓은 것이었다.
이것이 위기의 진정한 원인일까? 이런 정도의 문제의식과 개혁방안으로 세계 금융위기가 사라질 수 있을까? 대답은 부정적이다. 전세계적인 금융위기 원인은 각국의 정책으로 시행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이고, 금융·투기자본이 바로 그 주범이다. 따라서 먼저 자신들의 정책이 오류였음을 인정하고 신자유주의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를 통제하고, 신용위험을 이전시키는 파생금융상품은 금지돼야 한다. 세금회피와 투기의 근거지가 되는 조세피난처는 사라져야 한다. 은행은 고유한 업무만 수행하는 전업주의로 전환되어야 한다. 대형 금융기관(SIFI)은 쪼개어서 ‘대마불사’의 모럴해저드에 빠지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런데 G20 정상들의 금융위기에 대한 원인 진단은 이것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원인 분석도 피상적인 면에 그쳤지만, 더 큰 문제는 당사자들의 책임회피다.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5%를 점하는 G20 국가들이 바로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다. 그런데 그나마 논의되던 규제 방안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지난 6월 토론토에서 열린 4차 회의에서 정상회의 참석자들은 은행세와 금융거래세 등 자신들이 설정한 최소한의 개혁안에 대해서도 ‘합의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금융·투기자본에 의해 피해를 본 해고노동자, 신용불량자, 중소기업, 서민 등 민중들에게 사과나 배상은 없다. 오히려 G20 정상과 금융 시이오(CEO)들이 ‘비즈니스 서밋’을 하면서 위기 해결을 위한 비용을 민중에게 떠넘기려고 하고 있다.
금융위기 재발을 막으려면 금융자본의 총량과 국가간 이동속도를 축소시켜야 한다. 금융거래세(Financial Transactions Tax)는 금융자본을 감시망에 올리고 투기적 활동을 규제하는 출발점이다. 이것은 외환시장과 주식, 채권, 차입, 파생상품 등의 거래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내년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프랑스는 금융거래세 도입에 적극적이고 유럽연합은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금융거래세 도입을 공식 제안하기로 했다. 금융거래세를 부과해서 사회복지나 국제원조에 써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로빈 후드 세금(Robin Hood Tax)이다. 영국에 있는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이 운동은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등에 거래세를 부과하고, 사회복지와 개도국에 대한 지원에 쓰자고 제안한다. 자본의 이탈협박 때문에 금융거래세는 일국 차원에서 도입이 어렵다. 국제적 합의가 필요하다.
은행세는 은행의 투기 활동을 억제하고 은행 부실을 사회에 전가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미리 금융자본가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은행세 도입을 제일 먼저 주장한 미국은 2010년 1월 금융위기 책임수수료(Financial Crisis Responsibility Fee) 부과를 발표하고 6월 말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자산 500억달러 이상의 금융회사 50곳의 비예금성 부채에 대하여 0.15%의 수수료를 12년 동안 한시적으로 부과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은행수익과 직원 급여에 대해 5%의 세율을 적용하는 금융활동세(Financial Activities Tax)를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 8월25일 ‘은행구조조정’ 법안을 확정하고 안정기금(Stabilization Fund)을 적립하도록 했다. 스웨덴도 올 10월까지 안정수수료를 부과할 예정이며 오스트리아는 총자산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은행세를 2011년에 실행할 계획이다.
한국은 세계적 규제흐름과 배치되는 ‘금융선진화’라는 역주행을 멈추어야 한다. 막대한 비용을 사용하는 G20 회의가 최소한 점심값이라도 하려면 자본통제와 금융규제를 논의해야 한다. 3천억달러의 외환보유고와 금융안전망으로는 2조달러에 달하는 헤지펀드를 막지 못한다. 그 출발점이 금융거래세와 은행세다.
장화식 시민사회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
시민사회네트워크
시민사회네트워크는 G20 서울 정상회의에 올바른 의제를 요구하기 위해 경실련,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상상연구소, 새사연, 새세상연구소, 사무금융연맹, 참여연대,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8개 단체가 참여해, 지난 4월22일 결성한 노동시민단체의 연대기구이다. 외환카드 노조위원장을 지낸 장화식 위원장은 사무금융연맹 부위원장으로, 투기자본 규제 운동을 벌이고 있다.
주요국의 금융거래세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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