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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중국 편향 북, 한·미와 관계개선 외면 안할 것

등록 2010-11-01 10:19

서보혁  코리아연구원 기획위원
서보혁 코리아연구원 기획위원
북중동맹 공고하지만 이산상봉 제안하는등
대남접촉도 적극 나서 ‘6자’ 재개 모색 긍정적
[싱크탱크 맞대면] 3대세습 북한이 가야할 길

북-중관계는 최근 들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그렇다고 북한이 한국·미국과 대결국면을 유지하며 북-중관계 일변도의 대외정책을 전개할 것으로 보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노동당 대표자회 이후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과 관련해 북한이 어떤 대남·대외정책을 내놓을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관심은 일국의 국내 정치적 변화가 대외정책에 영향을 미친다는 자유주의적 국제정치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현실주의 시각에 따르면 이런 질문은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정권을 누가 잡든지, 최고권력자의 신념과 통치방식이 무엇이든지 간에 국가는 안보, 번영, 위신을 기본 요소로 하는 국가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경우도 당대표자회를 전후로 대남·대외정책에 변화보다는 연속성이 우세해 보인다. 또 김정은 후계체제의 공고화, 특히 대내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세계와 긴장을 필요로 한다는 가설 역시 현실주의 국제정치이론에서 볼 때 부적절해 보인다. 실제 북한은 적어도 지난 8월 이후 신의주 수해를 계기로 남북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몇년 동안 남북관계가 경색됐고, 천안함 사태로 긴장이 높아지기도 하였다. 그 중심에 남한의 대북정책 변화가 자리한다. 북한의 2차 핵실험과 천안함 사태가 상황 악화를 촉진했다. 6자회담은 중단됐고, 북한은 우라늄을 이용한 핵개발까지 공언했다. 한-미 공조에 입각한 대북 압박은 북한의 핵무장 능력과 북-중 동맹관계 강화라는 대가를 치렀다.

당대표자회 이후 김정일 당 총비서는 후계자 김정은을 공개활동에 대동하면서 후계 공식화를 대내외에 홍보하고 있다. 10월에만도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서 김정은은 각종 당, 군, 경제 관련 행사에 참석해왔다. 그중에서도 김정은이 당창건 65돌(10월10일) 기념 중앙보고대회, 군병 열병식과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면담(10월9일), 공산당 중앙군사위 부주석 등 중국 고위군사대표단 접견(10월25일)에 참석한 것이 눈에 띈다. 그의 군사지도자로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은 물론 김정은 후계체제가 김정일의 후원은 물론 북-중 동맹관계의 지지하에 전개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해준다.

북한으로서는 한·미·일 3국의 압박에 맞서 북·중·러 삼각관계를 복원하는 것이 합리적 대응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이는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 남·북·미 삼각관계를 순방향으로 추진하던 때와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일견 냉전시대의 동북아 대립구도를 연상시킨다. 북-중 관계는 최근 들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경제협력은 물론 군사교류와 정상회담을 비롯한 외교관계가 활발하다. 북한의 대중 무역의존도(남북교역 제외 시 2009년 79%)가 높아지는 것은 그 결과의 일부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한국, 미국과 대결 국면을 유지하며 북-중 관계 일변도의 대외정책을 전개할 것으로 보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당대표자회는 경제 중시 국가전략을 밝혔다. 이후 김정은도 “지금은 총알이 없어도 식량이 없으면 안 된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대남정책에서도 북한은 당대표자회를 전후로 “이산가족 상봉 등 9월 이후 화해 공세는 고도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동족간의 관계로 확고히 전환시키는 것이 조선노동당과 공화국 정부의 변함없는 입장”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2010년 8월 이후 북한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남북대화 노력은 인상적이다. 최근 북한은 2009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국방위원장 면담, 그해 한번의 이산가족 상봉 등의 간접적 형식과 달리, 여러 채널의 당국간 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북한은 핵억제력을 보유하는 한편 이를 수단으로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 구도와 유리한 조건 속에서 6자회담 재개를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 핵심 라인인 강석주를 내각 부총리, 김계관을 외무성 제1부상으로 승진시킨 것도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박길연 외무성 부상은 9월29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기 위한 회담을 조속히 시작할 것을 정전협정 당사국들에 제안”하면서 “핵전쟁과 핵군비 경쟁, 핵 전파를 반대하는 북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북한은 미국을 향해 “조선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면서 그러지 않을 경우 혹은 그럴 때까지 핵억지력을 보유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강온 양면 전략이다.

김정은 후계체제는 김정일 총비서의 후원, 중국의 지지, 그리고 한·미·일과의 대립 속에서 출발했다. 김정은은 김정일의 사망 이전 후계체제를 공고히 해야 하는데, 계속해서 북-중 동맹관계 강화와 한·미·일과의 대립을 유지할지 아니면 모든 대외관계를 우호관계로 전환시킬지는 지켜볼 일이다. 합리적 행위자라면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자신들의 대화 의지를 남한과 전세계에 분명히 전달하고 대내적으로는 남북 화해협력의 기운을 조성하는 일이 필요하다.

남한 정부의 선택 역시 중요하다. 북한의 붕괴를 기대하며 한-미 공조하의 ‘전략적 인내’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비핵화 프로세스와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접촉에 나설 것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판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이명박 정부가 새로이 시작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지속하고, 장관급 회담을 열어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병행 추구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미국과의 조율을 전제로 중국, 일본, 러시아 등과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협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책 결정 집단 내에서 대북 압박을 주도한 인사를 교체하고 민간교류를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서보혁 코리아연구원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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