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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15년 지나도 여전한 ‘농산물 유통의 병폐’

등록 2010-10-25 10:01

[싱크탱크 맞대면] 농산물값 급등락 해결책은

만원짜리를 유독 ‘배추’라 부르던 친구가 기억난다. 올가을엔 진짜 배추 한 포기를 종이 배추 한 장 반을 줘야 살 수 있는 신기한 체험을 했다. 긴급 수입이니 하고 법석을 떨더니, 이젠 월동배추 공급과잉으로 값이 폭락할까 걱정이라 한다.

농산물 가격이 춤을 출 때마다 유통구조의 낙후가 도마에 오른다. 중간상인들은 ‘밭떼기’, ‘매점매석’ 같은 불온한 단어로 채색돼 소비자와 생산자를 동시에 등치는 ‘악한’이 된다. 손쉬운 희생양을 찾는 이들에게 ‘위험 감수자’란 차원 높은 항변은 통하지 않는다.

농산물 유통구조, 무엇이 문제일까? 한 보고서는 ‘유통단계의 복잡, 유통비용(또는 유통마진)의 과다 및 시장구조 불안정으로 소비자는 높은 가격을 지불하나 생산자의 수취가격은 지나치게 낮음’이라고 진단한다. 그럼 대책은? 다른 보고서는 ‘농어민을 조직화하고 생산, 출하, 가공판매사업의 많은 부분을 생산자 조직이 맡도록 함으로써 보다 많은 유통상 부가가치를 농어민에게 환원’하자고 한다.

안타깝게도 위의 보고서는 올가을에 나온 것이 아니다. 앞의 진단은 1995년 1월 삼성경제연구소(민승규 연구원 등)가 살펴본 우리 농업의 실상이다. 뒤의 처방은 1994년 12월 당시 농림수산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 대응해 농산물 유통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며 펴낸 ‘농산물 유통개혁 세부실천계획’ 들머리에 나온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8일 ‘일부 중간상의 독과점과 담합’을 지적하며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15년 전에도 정치인은 그랬다.

농협은 가장 큰 농산물 생산자 조직이다. 그런데 이번 배추 파동에서도 NH Bank의 원래 이름 ‘농협’은 보이지 않았다. 신성식 아이쿱 생협 대표는 농협의 수급조절 능력이 약한 것은 밭떼기를 한 뒤 직접 농사를 지으며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산지수집인과 달리 “위험을 떠안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0월). 황의식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한겨레 10월19일)은 읍·면별로 분산돼 영세하고 은행 업무 위주인 단위농협을 “합병해 규모화하고 전문화를 위해 자회사화”하는 등 시장가격 변동위험 대처능력을 갖춘 조직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배추 파동에서 생협의 완충 기능이 돋보였다. 이번 맞대면에서 정규호 선임연구원은 소비자를 농산물 ‘공동생산자’로 자리매김하며 생협의 역할을 조망하고 있다. 이호중 팀장은 정책분야의 제언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봉현/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싱크탱크 맞대면’은 한국 사회 과제에 대한 정책대안을 고민하는 연구기관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집니다. 다양한 정책현안들에 대한 기관의 연구성과를 원고지 10장 분량의 간결한 글로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두뇌집단이 내놓은 제안이나 자료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안제시도 좋습니다. 문의와 원고는 한겨레경제연구소(heri@hani.co.kr)로 보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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