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정부의 인위적 집값개입 되레 부작용 양산

등록 2010-10-18 10:34

가계대출 고정금리로 바꾸고
과잉대출 막는것이 정부 할 일
거품 잔뜩 낀 분양가도 낮춰야
[싱크탱크 맞대면] 잘못된 부동산 해법 바로잡기

정부가 금융·세제 규제완화로 소비자들에게는 빚을 더 내어서 주택을 구입하도록 한 8·29대책은 진단도 그르고 해법도 잘못됐다. 정부가 가계의 부실을 권고하는 것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관심은 지난 10년의 가격 상승기에 벌인 빚잔치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가격이 어느 수준까지 하락할 것인가이다. 이 시기에는 가격이 오를 때 빚내어 가격거품을 만들었던 자금인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부채와 연체율이 문제가 된다.

가계부채는 이미 경제운용에 큰 부담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 보험 등 금융권의 가계대출액은 올해 6월 말 672조5000억원이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은 344조7000억원(51.3%)이다. 현 정부에서만 약 60조원이 증가했다.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09년 사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증가 폭이 56.8%로 속도가 빠르다. 우리나라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2009년 기준)은 153%로 영국 161%, 오스트레일리아 155%와 함께 세계적으로 높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의 가계가 빚을 줄이는 동안 한국은 오히려 빚을 크게 늘려왔다. 가계부채를 전체가구 수(1691만)로 나누면 가구당 3900만원의 빚을 진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 가구당 1200만원의 3배를 넘었다. 가계가 쓸 수 있는 돈은 줄고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연체율도 상승 추세이다. 이 추세가 건설사와 금융권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등 요인과 맞물리면 폭탄으로 돌변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이 지난해 4분기 0.73%에서 올 1분기에 0.81%로, 2분기에는 0.83%로 상승했다. 가계대출의 연체율도 2008년 말 1.91%에서 2009년 말 1.76%로 떨어졌지만 올 6월 말 현재 1.97%로 반등하고 있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중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고 있는 비중이 20%에 불과하고 나머지 80%는 이자만 갚고 있다. 특히 전체 가계대출의 90%는 시디(CD)금리 연동대출 등 변동금리대출이다. 향후 금리 상승 시 상환금을 감당 못하는 가계가 늘면 금융권과 같이 동반 부실화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금융, 세제 규제완화로 소비자들에게는 빚을 더 내어서 주택을 구입하도록 한 8·29대책은 진단도 그르고 해법도 잘못됐다. 정부가 가계의 부실을 권고하는 것이다.

또다른 관심은 가격이 어느 수준까지 하락할 것인가이다. 주택가격이 하락한다지만 여전히 적정가격보다 2배 정도 높다. 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3㎡당 분양가가 1577만원이었던 서울의 아파트가 1632만원으로 3.5%가량 올랐다. 분양가는 땅값과 건설비이다. 건설비는 전국 어디나 차이가 없고 호텔급 수준이 아니라면 300만원이면 충분하다. 3.3㎡당 분양가 1632만원에서 건설비 300만원을 제외하면 1300만원이 땅값인데, 이는 아직도 거품이 많다는 것을 나타낸다. 국제적으로 적정 주택가격은 연소득의 4배 수준이다. 이렇게 본다면 3.3㎡당 분양가는 강북지역 700만원, 강남지역 800만원, 경기도는 600만원 수준까지 거품이 빠져야 한다.


반면 지난 10년 동안 건설사들은 고분양가와 투기적 주택공급으로 폭리를 취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98~2007년의 건설사들의 자기자본 비율은 13.2%에서 43.2%로 3배 이상 높아졌다. 부채비율은 659.4%에서 131.6%로 5배 낮아졌다. 차입금 의존도는 51.9%에서 25.8%로 경영지표가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건설사들이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에 편승해 사업성 검토 없이 주택개발이나 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을 추진하고 전국에 투기적 주택을 공급하다 미분양 주택 20만채를 양산하여 경제위기를 초래하였다. 그럼에도 건설사들은 고분양가를 유지하며 정부에 특혜를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벌어놓은 자금으로 아직은 버틸 만하다는 것이다.

부동산 거품은 반드시 터진다. 잔치 뒤에는 비용을 치러야 한다. 큰 흐름에서 보면 거품이 빠지는 것이 서민과 경제에도 좋다. 거품가격은 폭락할 수도 있고 느슨한 조정기를 거칠 수도 있다. 우선 정부는 시장에서 가격이 조정될 수 있도록 지원하되 인위적인 가격조정을 위해 수요를 확장하는 대책을 남발하며 개입해서는 안 된다. 수요증대는 가계부실을 확대하고 투기수요를 진작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특히 가계부채는 폭탄 돌리기 할 때가 아니다. 은행권의 만기연장도 한계가 있다. 정부가 가계대출의 90%인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전환해 금리인상 충격에 대비하도록 유도하고, 과잉 대출을 제한해야 한다. 그린벨트를 풀어 건설하는 보금자리주택은 분양하지 않고 공공주택 확충 방안으로 활용하며, 건설비도 3.3㎡당 500만원인 기본형건축비가 아니라 300만원 수준의 표준형건축비를 적용하여 실질적인 가격 인하를 해야 한다. 또 종합부동산세를 원상회복시켜야 하며 거래세 폐지, 개발이익환수 강화, 후분양제 전면도입 등으로 시장의 자율적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 끝으로 투기적인 페이퍼건설사 및 부실·무능한 건설사들을 조기에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거품은 가계와 국가경제를 파괴하는 독약이다.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기획실장

‘싱크탱크 맞대면’은 한국 사회 과제에 대한 정책대안을 고민하는 연구기관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집니다. 다양한 정책현안들에 대한 기관의 연구성과를 원고지 10장 분량의 간결한 글로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두뇌집단이 내놓은 제안이나 자료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안제시도 좋습니다. 문의와 원고는 한겨레경제연구소(heri@hani.co.kr)로 보내 주십시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은 알면서 발뺌하나, 실제 그렇게 믿고 있나? [12월13일 뉴스뷰리핑] 1.

윤석열은 알면서 발뺌하나, 실제 그렇게 믿고 있나? [12월13일 뉴스뷰리핑]

[사설] ‘이재명 무죄’ 판사 체포하려 한 ‘법치주의 파괴’ 윤석열 2.

[사설] ‘이재명 무죄’ 판사 체포하려 한 ‘법치주의 파괴’ 윤석열

계엄은 한번에 끝나지 않는다 [왜냐면] 3.

계엄은 한번에 끝나지 않는다 [왜냐면]

윤석열은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4.

윤석열은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우리가 이번에도 ‘왕’을 뽑았지, 게다가 ‘미치광이’였네 [아침햇발] 5.

우리가 이번에도 ‘왕’을 뽑았지, 게다가 ‘미치광이’였네 [아침햇발]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