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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내년 예산 ‘GDP 대비 복지지출’ 되레 줄었다

등록 2010-10-11 08:33

OECD 기준 한국의 복지지출 추이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OECD 기준 한국의 복지지출 추이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작년 9%서 올해부터 내리막
연금·건보 등 의무지출 빼면
실질적 복지지출 삭감·동결
통계·내역 철저한 규명 필요
[싱크탱크 맞대면] 이름뿐인 ‘서민희망’ 예산

정부는 2011년 예산의 복지지출 비중이 역대최고라고 홍보하고 있다. 문제는 실질적 복지예산은 줄어들었으며, 정부가 이런 사실을 통계수치 착시현상을 활용해 숨기고 있다는 점이다

2011년 정부총지출안(예산과 기금 포함)이 국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올해 292.8조원에서 309.6조원으로 5.7% 증가하는 안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번 예산안의 핵심 목표를 ‘재정건전성 회복’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 정부총수입 증가율이 8.2%로 예상됨에도 정부총지출 증가율은 5.7%로 2.5%포인트 낮게 잡았다. 앞으로도 계속 지출증가율을 수입보다 낮게 설정해 2013~14년에 재정균형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재정건전성 회복은 중요한 국정과제이다. 하지만 진단과 방향이 잘못됐다. 내년 관리대상 재정수지 적자가 25.3조원으로 예상되는데, 2008년 부자감세로 매년 줄어드는 세금이 20조원을 넘는다. 부자감세만 원상회복하면 재정적자 문제가 거의 해결된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재정건전성 회복을 핵심 목표로 설정하면서도 정작 그 원인인 부자감세는 그대로 둔 채 재정지출 통제에 집중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사업타당성, 집행투명성 등에서 국민적 논란을 빚고 있는 4대강 사업은 강행하면서 복지 지출을 강하게 죄고 있다. 이런 사실을 통계수치 착시현상을 활용해 숨기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서민희망 예산’이라고 부른다. 내년 복지 분야 지출 규모가 올해 81.2조원에 비해 5.1조원 증가한 86.3조원이다. 이는 정부총지출안 309.6조원의 27.9%로 역대 최고 비중이라는 것이다. 근래 매년 9~10% 증가율을 보이던 복지지출이 내년에 6.2%로 뚝 떨어지는데도 복지지출이 역대 최고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재정지출과 달리 복지 분야는 관련제도를 통해 이루어지기에 법령으로 정해진 의무지출분이 상당 규모 존재한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법에 따라 연금가입자가 연금수급자로 전환되면서 연금복지 지출은 증가한다. 매년 최저생계비가 오르면 그만큼 기초생활수급액도 높아진다. 이는 정부의 예산편성 정책과 무관하게 제도적으로 정해지는 것으로, 어떤 행정부든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일이다.


내년 복지지출 86.3조원을 구성하는 159개 사업의 세부내역이 아직 분석되진 않았지만, 예산안 기본 개요만 보아도 여러 의무지출 증가분이 확인된다. 예를 들어, 공적연금 지출 2.2조, 보훈보상금 0.7조, 건강보험 지원금 0.3조, 의료급여 0.2조, 기초노령연금 0.1조, 노인장기요양보험 0.1조 등 3.6조원이 눈에 띈다. 또한 주택부문 증가분 1.3조원은 사실상 융자금 성격의 돈이어서 복지지출로 보기 어렵다. 결국 몇 개 의무지출과 주택부문 증가분만으로도 내년 복지지출 증가액 5.1조원을 상쇄하고 있다.

이는 의무지출 복지사업 이외 정부의 재량권이 개입되는 다른 복지사업들에선 물가상승분도 반영되지 않았거나 일부에선 예산 동결 혹은 삭감이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 부자감세로 인한 재정건전성의 유탄을 어렵게 사는 서민들이 맞아야 하는가?

그런데도 내년 복지지출 비중은 ‘역대 최고’가 된다. 한국처럼 복지 형성기에 있는 나라에서는 제도적 의무지출로 인해 행정부의 예산편성 재량권과 무관하게 복지지출이 자동으로 늘어난다. 내년에 앞에서 살펴본 의무지출과 주택부문 증가율이 전체 복지지출 증가율 6.2%에 육박한다. 복지지출의 제도적 자연증가분만으로도 내년 정부총지출 증가율 5.7%를 넘으니 정부총지출 대비 복지 비중은 상승하게 된다. 이명박 정부는 향후 2010~14년 동안 재정지출 평균증가율을 4.8%로 더욱 낮게 잡았다. 앞으로 복지지출은 항상 역대 최고 비중을 경신하게 된다.

국민의 입장에서 실제 중요한 수치는 국민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 총량인 국내총생산 대비 복지지출 비중이다. 필자의 계산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2009년 우리나라 복지지출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9% 정도로 추정된다. 오이시디 국가 평균 약 20%에 무려 11%포인트, 금액으론 약 110조원이 부족하다. 일부에서 국민소득 수준의 차이로 우리나라의 복지 취약성을 설명하려 하지만, 이 지디피 20% 복지지출은 오이시디 회원국들이 보통 1인당 지디피 1만8천달러 수준에서 달성된 것이다.

속도는 느리지만 우리나라에서 지디피 대비 복지 비중은 점차 늘어 왔다. 2000년 4.7%에서 2007년 7.5%로, 2009년은 필자의 추정으로 9%대에 이른다. 그런데 내년 복지 비중은 거꾸로 하락한다. 내년 복지지출 증가율 6.2%가 지디피 명목성장률 7.6%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지디피 대비 복지 비중은 계속 떨어질 것이다.

복지 분야가 재정건전성 프레임의 희생양이 되는 건 곤란하다. 내년 예산안 심의에서 우리나라 복지지출 실체를 규명하고 근본적 해법을 논의해야 한다.

첫째, 내년 복지지출 86.3조원의 구체적 내역이 종합적으로 평가돼야 한다. 정부가 발표하는 복지 지출은 8천개가 넘는 중앙부처 사업 중 복지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되는 9개 부처 159개 사업을 모은 것이다. 그런데 각 복지지출 예산들이 9개 부처로 분산되어 상임위원회별로 심의될 뿐 지금 국회 어디서도 정부가 발표한 내년 복지지출 86.3조원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곳은 없다. 이번 예산안 심의에는 반드시 정부가 전체 복지 예산 각각의 증감 내역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문서를 국회에 제출해야 하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복지지출의 실체와 성격을 꼼꼼히 규명해야 한다.

둘째, 정부는 복지지출에 대한 객관적인 통계 수치를 제공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오이시디 회원국으로서 지디피 20% 평균 고지까지 꾸준히 올라가야 할 복지 비중이 9%대에서 오히려 하락할 예정이다. 정부는 자신의 재량 의지에 따른 복지 증액이 아니라면 ‘역대 최고 비중’ 홍보로 국민의 판단을 흐리지 말고, 내년에 지디피 대비 복지 비중이 하락한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솔직히 보고해야 한다.

셋째, 올해 정기국회 세법 개정에서 부자감세 원상회복과 함께 사회복지세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이미 사회복지세 제정안이 진보신당에 의해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이제 복지가 확대된다면 세금을 더 낼 용의가 있다는 국민들도 생겨나고 있다. 2007년 21.0%에 이르던 조세부담률이 이명박 정부 들어 2008년 20.7%, 2009년 19.7%, 2010년 19.3%로 낮아지는 상태를 방치할 순 없다.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고 복지재원을 확충하는 근본 해법은 직접세를 강화하는 일이다. 지금처럼 재정지출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세입과 지출을 연계하는 복지목적세의 도입이 절실하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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