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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분배구조 개선’ 없는 재정긴축은 경제위기 불러

등록 2010-10-11 08:29

2006~2011년까지의 복지재정 증가율 비교
2006~2011년까지의 복지재정 증가율 비교
부자감세만 신경쓴 조세정책
세원확보 뒷전에 재정긴축 급급
서민관련 복지비 고작 1% 늘어
고용불안·가계부채 주목할 때
[싱크탱크 맞대면] 이름뿐인 ‘서민희망’ 예산

정부가 지난 9월 제출한 내년 예산안은 G20의 재정건전화 계획과 맞물려 있다. 내용을보면 서민희망 예산이라기보다 서민 울리고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는 문제를 안고 있는 듯하다

국가 재정적자와 국가부도에 대한 공포가 전세계 경제를 불확실성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봄, 이른바 남유럽 피그스(PIGS, 포르투갈·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국가의 재정위기는 경제가 또다시 곤두박질칠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체력과 면역력이 약화된 세계경제에서 한 국가의 부도는 급격하게 다른 국가로 전염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로 G20 정상들은 2010년 6월 캐나다에 모여 긴축재정 및 향후 재정건전화를 위한 계획(fiscal consolidation plans)을 마련하고 이를 즉시 실행하기로 합의했다. 재정건전화 계획은 첫째 신뢰성 확보, 둘째 경제성장 촉진, 셋째 중기계획 즉시 마련이라는 세 가지 일반원칙에 입각한다. 2013년까지 재정적자 규모를 현재의 절반으로 축소하고 국가채무비율(government debt to GDP ratio)은 2016년까지 안정화 또는 하향추세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전세계적으로 이 재정건전화 계획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논쟁은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한 진단, 재정투입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입장에서부터 금융시스템의 개혁 등 구조적인 문제까지 확대되어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9월 제출한 2011년도 예산안도 이러한 G20의 재정건전화 계획과 맞물려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이를 해결하려면 G20을 중심으로 국제공조를 통해 성장친화적인 재정건전성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G20의 결의 내용을 부연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안을 보면 ‘서민희망’ 예산이라기보다는 ‘서민’을 울리고 ‘미래’가 불투명한 문제를 안고 있는 듯하다. 아니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데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도 2011예산안은 재정건전성 조기회복에 있어 세입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부재한다. 즉 재정의 양면인 조세와 정부지출서 정부지출 감축은 적극적인 반면 조세수입을 확대하는 모습은 소극적으로 비친다. 즉 재정적자 감축이, 달성이 의심스러운 경제성장률 5%에 기반하여 작성되어 만일 목표 경제성장률에 미치지 못할 경우 조세수입에 대한 별다른 대책은 없는 듯하다. 세입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명목 아래 양질의 국가자산을 매각하는 방안 이외에는 별 대안이 없어 보인다.

정부가 진정으로 재정건전성을 걱정한다면 이른바 ‘부자감세’에 대한 재성찰이 있어야만 한다. 애초에 이명박 정부는 법인세·소득세 인하, 종합부동산세의 무력화를 통해 5년간 99조원 감세로 소비진작과 경제성장을 달성하겠다고 하였으나, 그 효과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법인세 인하 혜택의 86%인 2조458억원(2008년)이 대기업에, 16%만이 중소기업에 돌아가는 등 소득재분배에 있어서 역진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재정정책이 소득분배구조의 개선은 고사하고 오히려 소득불균형을 강화하고 있는 모양이다.

재정건전성의 주된 논의는 부자감세 정책의 철회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현재 재정적자 주요 요인이 소득세·법인세 인하 등 감세정책에 있기 때문이다. 2011예산안만 두고 보자면 ‘부자감세’를 원점으로 하면 사실상 균형재정의 달성이다. 나아가 경제위기로 인해 천문학적 국가 재정지원을 받은 금융기관, 건설업체 등 민간자본에 사회적 책임을 확실히 하는 동시에 세계적인 추세인 ‘대기업-부자증세’ 기조의 세입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세입과 재정지출의 구조전환 없는 재정건전성 논쟁은 우리 사회의 공공성을 심각하게 축소시키고 서민경제를 위축시킬 개연성을 충분히 가진다.

2011년 예산안에서 서민경제와 가장 밀접한 복지예산은 사실상 1.1%에 불과하다. 정부는 309조6천억원 중 복지예산이 86조3천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라고 자랑한다. 그러나 복지예산 세부 내역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연증가분 및 주요한 법정의무지출 예산 4조1485억원을 제외하면, 실제로 2011년 복지재정 증가분은 정부가 밝힌 5조248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8763억원에 그친다. 그 증가율은 1.1%에 불과하다.

게다가 단순 비교해 보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전 3년간(2006~2008)의 복지재정 증가 속도는 연평균 11.5%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이후 편성된 2009~2011년 예산의 연평균 증가율은 8.0%에 불과하다. 역대 정부 들어 최고치의 복지예산 규모라고는 하나 절대적인 증가액수도 직전 3년이 총 19.2조원인 데 반해, 17.5조원으로 오히려 줄어든 상황이다.

마지막은 이번 예산안의 근본적인 문제점이다. 즉 경제위기를 초래한 근본적 원인의 해소 없이 재정긴축 정책의 일정을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는 지난 20년간 규제완화, 노동유연화로 일컫는 신자유주의 정책과 금융자유화에 따른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위기의 성격을 가진다. 그리고 그 귀결은 노동과 자본의 소득불균형, 그리고 금융과 실물 사이의 심각한 불균형이었다. 즉 사람들이 더는 생산된 상품이나 주택을 구매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려 있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여전히 비정규직과 88만원세대로 대별되는 고용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2010년 6월 말 현재, 총가계부채 규모는 754.9조원으로 소득의 상당 부분을, 부채를 상환하는 데 써야만 한다. 반면 경제침체 상황에서도 수출 대기업과 금융기관은 사상 최대 이익을 구가하고 있다. 그러나 통화정책, 환율정책 등 어떠한 경제정책도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집행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인위적인 고환율정책과 감세정책으로 수출 대기업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는 등 현재의 불균형 구조를 유지·확대하려는 정책이다.

이러한 불균형의 개선 없이 소득분배구조 개선에 가장 유력한 수단인 정부 재정정책이 긴축기조로 가면 경제는 실업과 위기의 성장을 초래할지 모른다.

유성재 마들연구소 연구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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