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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가격하락기는 투기로 왜곡된 부동산 정상화 ‘적기’

등록 2010-10-04 09:56

금융기관 부동산담보대출액과 증가율
금융기관 부동산담보대출액과 증가율
가계·기업부채 위험수위 달해
토지보유세·개발이익환수 등
투기수요 막는 정책 마련해야
대출규제책 동반강화도 필수
[싱크탱크 맞대면] 부동산 정책 올바른 방향은?

‘부동산 침체기’라는 용어도 부동산 강자를 대변하는 것이다. 가계부채 확대, 양도세 완화, 정부의 미분양 주택매입 확대 등 8·29 대책은 부동산 강자에게 출구를 열어주는 것이다

지난 8월29일 정부가 발표한 ‘실수요 주택거래 정상화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이하 8·29 대책)은 현 정부의 부동산시장 상황 인식과 부동산 철학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마디로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 기존 주택구입자, 건설업체 및 관련 서민들 모두 고통에 빠진다는 것이다.

언제부터 부동산시장 침체가 모든 이들의 고통을 초래했는가. 정부와 언론사가 사용하는 ‘침체기’라는 용어도 부동산 강자를 대변하는 용어이다. 부동산 약자에게 침체기가 사실은 ‘정상화’ 시기이다. 가계부채 확대정책, 양도세 완화정책, 정부의 미분양 주택매입 확대정책 등 8·29 대책은 부동산 강자에게 출구를 열어주는 것이다. 집 없는 서민들로 하여금 가계부채를 확대해서라도 주택 구입을 유도해 부동산 거래 및 가격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대책이 현 상황의 구조적인 원인은 보지 않고 현황에만 치중하여 대증요법 식으로 내놓은 처방책이라는 것이다.

부동산시장은 지가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자동차와 토지의 가격결정구조에서 출발해보자. 경제이론상 부(富)에 해당하는 자동차 가격은 생산원가를 기반으로 시장의 수요공급 법칙에 의해 결정된다. 감가로 인해 투기 대상이 못 된다. 반면 경제이론상 부가 아니며 천부성을 지닌 토지의 가격은 ‘미래의’ 매 연도 지대(토지사용료)를 더한 값이다. 자동차 가격이 과거의 생산요소 비용을 반영하고 있는 데 반해 지가는 미래 수익을 반영한다. 그런데 불로소득에 해당하는 지대를 환수하지 않게 될 경우,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투기적 가수요가 부동산담보대출과 결합해 주택가격 거품, 정확히 말해서 지가거품이 발생한다.

지가의 이런 특성으로 인해 주택가격이 불안정해지며, 부동산시장이 주기적으로 요동친다. 이 과정에서 가계와 기업, 심지어 지방정부는 막대한 부채를 껴안게 된다. 부동산시장은 투기적 가수요와 부동산담보대출을 두 축으로 하는 ‘거품의존형 경제시스템’으로 구조화된다. 이 시스템에 따른 부동산시장 변화과정은 아래의 시나리오로 나타낼 수 있다. 이를 통해 정부의 ‘거품의존형 수요진작책’이 향후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도 가늠할 수 있다.

기본 조건 : [불로소득 사유에 따른 지가시장의 투기적 가수요 + 부동산담보대출] → 1차 주기 : [아파트가격 상승 → 거품수요에 기초한 아파트 초과공급 → (국제 금융위기, 초과공급 등으로 인해) 투기적 가수요 감소 및 아파트 가격 하락 → 가계, 기업, 정부 부채부담 증가 → 각종 개발계획 취소 → 부동산시장 거래량 감소 및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 → (과도한 부채로 인한 국내 금융위기 발생) → 부동산시장 활성화대책 강구] → 2차 주기 : [투기적 가수요 회복에 따른 아파트가격 상승 → … ] → … [주기의 반복] …→ 부채 누적에 따른 금융위기 발생

시나리오에 따르면 우리는 지금 다음 주기의 시작을 위한 ‘부동산시장 활성화대책’ 단계에 진입했다. 이 대책은 인구구조 변화 등 장기변수에 영향을 받는다. 기대효과가 꼭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대세하락이라는 큰 구도 속에서 ‘전세가격 급등’이라는 파생효과만 발생하고 있는 듯하다.

한 주기가 끝날 때마다 누적되는 것은 결국 금융권 대출을 통해 확대된 가계와 기업의 부채규모이다. 부동산담보대출이 1990년도부터 공식 통계에 잡히기 시작하였는데, 통계자료를 기초로 추정된 금융기관의 부동산담보대출액은 1990년 30.5조원에서 시작하여 1996년도까지 평균 15.1%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외환위기가 터진 1997년도에는 전년도 대비 무려 35.4%가 증가한 95.6조원에 이르렀다. 이후 1998년도에 0.93% 증가 및 2001년도에 -10.3%의 감소를 제외하고는 매년 평균 27%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2006년도의 부동산담보대출액은 413.6조원에 달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2007년도 268조원, 2008년도 295조원, 2009년도 328조원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342조원이나 된다. 또한 미래에셋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이미 120%에 육박해,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직전 수준에 근접한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지대 불로소득 사유화를 차단하고 더욱 건강한 주택공급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거품의존형 경제시스템’에서 ‘투기근절 및 사용중심 경제시스템’으로 부동산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 침체기라고 불리는 부동산 가격 하락기는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최적기이다.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전략은 거품의존형 경제시스템의 핵심 원인인 ‘투기적 가수요’와 ‘부동산담보대출’ 두 지점을 공략하는 것이다. 먼저 ‘투기적 가수요’ 부분은 장기전략으로 접근하여, 과도기적으로 지가 과세에 기초하여 토지보유세를 강화하고, 보조적으로 개발이익 환수제와 양도소득세제를 실시한다. 이후 지대평가시스템을 구축하여 토지보유세의 일종으로, 토지구매자의 원금을 보장해 주며 지대를 과표로 하는 ‘지대이자차액세’를 실시하여 불완전한 지가가 아닌 안정적인 지대를 중심으로 하는 토지보유세제로 전환한다.

이와 더불어 토지를 국공유화하여 진행하는 공영개발은 ‘개발 후 민간분양 방식’이 아닌 ‘공공토지임대’ 방식을 실시하여 정부가 직접 토지를 소유, 개발 및 토지수익을 관리해, 도시경영의 중요한 수단으로 삼는다. 이러한 공공토지임대제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중요한 기초가 된다. 다음으로 부동산담보대출 부분은 단기전략으로 접근하여 상황에 따라 주택담보대출비율(엘티브이)과 유동성 대책인 총부채상환비율(디티아이)을 활용한다.

이런 정책을 실시하게 되면 주택은 더는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작용하지 못하게 된다. 주택구입자들은 이제 사용 목적의 주택구매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공공임대주택을 더욱 활성화하여 매매주택과 임대주택이 균형을 이루는 주택공급체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조성찬 토지+자유 연구소 전임 연구위원·토지정책학 박사

※ ‘싱크탱크 맞대면’은 한국 사회 과제에 대한 정책대안을 고민하는 연구기관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집니다. 다양한 정책현안들에 대한 기관의 연구성과를 원고지 10장 분량의 간결한 글로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두뇌집단이 내놓은 제안이나 자료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안제시도 좋습니다. 문의와 원고는 한겨레경제연구소(heri@hani.co.kr)로 보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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