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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경쟁 강조’ 기업농 중심 정책 재검토해야

등록 2010-08-29 17:32

농업·농천 분야의 2010년도 세출예산안
농업·농천 분야의 2010년도 세출예산안
집권 2년간 소득 줄고 부채 증가
‘4대강’외 농업분야 예산 줄어
시군유통사·농어촌뉴타운 등
농어민 뜻·현실 무시하고 강행
[싱크탱크 맞대면] ‘MB농정’ 어떻게 변해야 하나

농가의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앞날이 매우 불안한데 현정부는 농민들 심정은 헤아리지 않고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한다. 한마디로 농민과 정부 사이에 소통이 전혀 안되고 있다.

‘돈 버는 농업’과 ‘살맛 나는 농촌’을 표방한 이명박 정부의 농정은 임기의 절반을 지낸 시점에서 농민들에게 어떠한 평가를 받고 있을까.

지난 4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가 시군회장단 22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72.8%가 이명박 정부의 농정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반면에(매우 잘못 35.3%, 잘못 37.5%), 잘한다는 응답은 3.5%(매우 잘함 1.3%, 잘함 2.2%)로 매우 낮았다. 그리고 응답자의 71%(매우 힘들다 29.5%, 힘들다 41.5%)는 지난 정부(참여정부)와 비교할 때 농가 경영환경이 어려워졌다고 응답했다. 경영환경이 나아졌다는 사람은 4.9%뿐이었다. 한농연이 비교적 정부와의 관계도 원만하고 상대적으로 대농이 많은 조직임을 고려한다면, 농민 일반의 인식은 이보다 훨씬 더 부정적일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농민들의 이런 부정적 인식은 어디에서 연유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할 나위 없이 농민들의 생활이 점차 어려워지고 도시와의 격차도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 2년 동안(2007년 말~2009년 말) 농가소득은 3196만7000원에서 3081만4000원으로 3.6% 감소했다. 반면에 농가부채는 2392만원에서 2627만원으로 9.8% 증가했고, 도시근로자에 대한 농가의 상대소득은 73%에서 66%로 하락했다. 농가경제가 악화하고 있는 이유는 농사비용과 농가구입 공산품 가격은 오르는데도 쌀 등 농산물 판매가격은 하락해, 농가교역조건(농가판매가격지수/농가구입가격지수×100)이 2/4분기 기준으로 2008년 89.4%, 2009년 85.3%, 2010년 84.3%로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의 현 정부 농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단순히 현재의 상황이 나쁘기 때문만은 아니다.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앞날이 매우 불안한데 현 정부는 농민들의 심정은 헤아리지 않고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농민과 정부 사이에 소통이 전혀 되고 있지 않다.

우선 재고가 급증하여 쌀값이 폭락하고 있지만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농민들은 지난 정부처럼 대북 지원을 해서 식량위기에 처한 북한 동포를 돕고 재고를 줄이자고 하지만 현 정부는 강경책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농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것은 정부가 아무런 대책 없이 농산물시장을 급격하게 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때 농산물시장 개방에 대해 ‘선 대책, 후 논의’를 공약하였지만, 농업부문에 대한 적절한 대책 마련 없이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에 이어, 한-유럽 에프티에이를 타결했다. 농업부문에 엄청난 타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중 에프티에이도 아무런 대책 없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동안 농민단체와 시민사회에서는 한-칠레 에프티에이와 한-미 에프티에이 체결 과정에서 겪은 엄청난 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통상절차법을 제정하여 국민적 합의 속에서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것을 요구했으나, 현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농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농정 기조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08년 3월18일 농림수산식품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네덜란드, 덴마크처럼 우리가 못할 이유가 없다. 우리나라에는 자동차, 반도체 등 21세기 첨단산업분야가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다. 농촌이라고 해서 반드시 경쟁력이 없다고 할 수 없다. … 농촌도 세계시장을 향해서 나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1등 농촌을 만들 수 있다. …농촌을 기업화해야 하고, 모든 산업에서 성공을 경험한 젊은 시이오(CEO)를 농촌에 영입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런 지시에 따라 ‘세계와 경쟁하는 강한 농식품산업’이 농정 목표로 설정되고, 네덜란드와 덴마크의 수출농업이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 이를 위해 정부는 ①지역 생산물의 1/3 이상을 처리할 수 있는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의 시·군 단위 유통회사 ②생산액이 3000억원 이상인 품목을 중심으로 한 품목별 국가대표조직 ③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대규모 영농회사 ④농어촌 뉴타운 ⑤마케팅 농업시이오 영입 등을 추진했다. 이런 정책의 현실성은 차치하고라도 여기에는 농민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기업농 중심의 농정 기조는 농협중앙회의 개혁에서도 나타난다. 정부는 농민들의 오랜 숙원인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를 협동조합적 방식이 아니라 금융지주회사와 경제지주회사라는 주식회사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안을 국회에 제출하여 심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지주회사 방식의 신경분리는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합리화 방안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농민들이 원하는 바, 즉 농협중앙회를 회원조합과 농민조합원의 이익에 복무하는 연합회 조직으로 재편하는 것과 배치된다.

정부의 농업·농촌 분야 예산도 농민들의 뜻과는 배치된다. 2010년도 세출예산안을 보면, 농업·농촌 분야의 예산은 2009년도에 비해 1445억원(1.2%) 감소했다. 더욱이 4대강 살리기 본사업으로 추진되는 농업용 저수지 둑높임사업 예산이 4066억원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5051억원(4.5%) 감소했다. 4대강 관련 사업 예산 때문에 농가소득·경영안정, 농촌개발·복지증진, 농업체질강화 등 모든 예산이 줄어든 셈이다.

앞에서 언급한 한농연 설문조사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중 가장 부정적인 정책으로 4대강 정비사업(58%)이 꼽혔다. 농어민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농어촌뉴타운 조성사업 예산은 2009년 대비 874.4% 증가한 203억원이 편성됐다. 이는 전국 5개 지구에 30~40대 연령층을 대상으로 700호의 주택을 건설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6년간의 귀농 동향(2009년 전국적으로 1170명으로 추정)에 비해 지나치게 과다하다. 더욱이 지구별 100~200가구 건설 계획에 대해서는 비현실적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우세하다.

현 정부의 또하나의 핵심사업인 시군유통회사 설립 지원사업도 현실과 농민들의 뜻을 무시한 채 강행되고 있다. 정부는 2010년에 6개의 신규 시군유통회사 설립을 지원하기 위해 예산을 전년도보다 18% 증가한 259억원을 편성했다. 그런데 2009년에 이미 설립된 6개 시군유통회사의 지역농산물 처리 비중을 보면 수정 목표치 10%(애초 목표치는 33%)에 훨씬 못 미치는 2.4~5.8%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고 감사원도 현행 시군유통회사 설립운영 지원에 대해 부적정 의견을 냈다.

우리 농촌사회를 더이상 혼란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집권 후반기 이명박 정부의 농정 기조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신자유주의적 경쟁 지상주의와 기업농 중심의 농정으로는 농업·농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가족농 중심의 농업에서는 경쟁보다는 협동과 연대의 논리가 중요하다. 생산자 상호간의 협동 그리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대야말로 우리 농업의 생존전략이 되어야 한다.

박진도 충남발전연구원장·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 ‘싱크탱크 맞대면’은 한국 사회 과제에 대한 정책대안을 고민하는 연구기관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집니다. 다양한 정책현안들에 대한 기관의 연구성과를 원고지 10장 분량의 간결한 글로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두뇌집단이 내놓은 제안이나 자료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안제시도 좋습니다. 문의와 원고는 한겨레경제연구소(heri@hani.co.kr)로 보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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