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참여 활성화를 위한 세가지 제안
기존의 정책·조례들 선언에 그쳐
참여 문턱 낮추고 실질적 권한 줘야
시민들 자발적 참여 이끌 운동 필요
참여 문턱 낮추고 실질적 권한 줘야
시민들 자발적 참여 이끌 운동 필요
[싱크탱크 맞대면] 시민참여 사회 활성화 방안은
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는 그 사회의 주인이자 권력의 주체가 시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권한은 단지 선거일에 자신의 권력을 위임할 인물을 뽑는 것에 그치고 있다.
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는 그 사회의 주인이자 권력의 주체가 시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선거를 통해 유지되는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오히려 시민들을 권력의 주인 자리에서 내몰고 있다. 시민들의 권한은 단지 선거일에 자신의 권력을 위임할 인물을 뽑는 것에 그치고 있다. 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가 심히 왜곡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 사회만의 문제가 아니고, 이에 대한 문제 제기 역시 광범하고 꾸준하게 이뤄졌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시민들의 참여와 그 참여에 권한을 부여하기 위한 노력들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부르노 카우프만의 저서 <직접민주주의로의 초대>(이정옥 역, 리북, 2008)에서는 시민들의 참여를 통한 직접민주주의 제도 실시 건수가 지난 100년여 동안 실시된 것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는 통계를 제시한다. 이는 그만큼 시민들의 참여와 그에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작금의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이라는 인식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민들의 참여를 활성화는 것은 단순히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커다란 주제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10여년 전부터 전세계에 유행하고 있는 ‘거버넌스’라는 개념은 시민들의 삶의 질이 발전하는 사회의 질적 발전이 이제 더는 정치와 이에 결합된 행정에 의해서만 달성될 수 없다는 반성에서 나온 것이다. 시민들이 지역에서부터 제도화된 정치권력과 동등한 권한을 갖고 참여할 때만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방자치제도가 표방하는 자치의 중요한 주체는 지방자치단체(단체자치)와 주민(주민자치)이다. 그중에서도 주민자치는 특정한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참여와 이에 대한 권한부여를 통해 이뤄지는 과정이다. 지방자치 활성화는 자치단체만이 아니라 바로 이러한 주민자치의 의의가 충족될 때 가능하다.
지난 6·2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많은 이들이 자신의 공약 등을 통해 시민참여 확대를 약속했다. 이는 매우 바람직한 변화라 하겠다. 시민참여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제도와 정책들이 필요하겠지만, 이 글에서는 대표적으로 세 가지 제도 및 정책에 대해 제안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시민참여 관련 제도들을 도입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시민참여의 중요한 통로 중 하나인 각종 위원회들이 실질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비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시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많이 만드는 것이다.
당선자들의 공약에서도 드러나는 바이지만, 많은 자치단체장이 주민참여 예산제 실시를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미 우리나라에서 주민참여 예산조례가 제정된 곳은 90곳을 넘는다. 그럼에도 주민참여 예산이 실제 작동되고 있는 곳은 매우 소수에 불과하다. 그나마 작동되고 있는 곳의 대부분에서도 시민들의 예산에 대한 권한이 매우 형식적으로만 보장되고 있다. 따라서 주민참여 예산제를 도입하겠다는 공약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에서 이 제도를 제대로 작동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실천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그러한 노력의 핵심은 시민들이 예산편성 과정에 더욱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방성과 참여한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밖에 몇 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제정된 ‘시민참여조례’나 ‘마을만들기 지원조례’ 등도 시민참여 활성화를 위해 제안할 만한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시민들의 참여 활성화와 그 주도적 권한을 인정할 수 있도록 제도의 내용을 채우려는 노력과 더불어, 이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정치권력의 의지가 중요하다. 시민참여 관련 조례들 중 많은 것들이 단지 선언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민참여와 관련하여 또 하나 중요한 제도적 틀은 지방자치단체마다 적게는 50여개에서 많게는 100여개에 이르는 각종 위원회다. 그러나 대부분의 위원회는 그 권한의 불명확성과 위원회 구성의 비민주성 등으로 인해 시민참여 기구로서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다. 이에 대한 정비의 방향 중 중요한 요소는 이해 당사자를 비롯한 시민들이 실제 참여할 수 있도록 위원회 구성에 투명성을 강화하고 심의 권한이라 해도, 그 권한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심의 권한이라 하더라도 심의된 내용이 어떻게 반영되었는지에 대한 환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실상 아무런 권한도 주어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위원회 회의 결과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선거를 통해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된 이들은 시민의 대표자이기 이전에 시민의 대변자이면서 시민들이 고용한 대리인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중요한 의사결정에 있어 자신들을 고용한 이들에게 그에 관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이들의 의사가 무엇인지 묻고 확인해야 한다. 시민들이 자신을 선거로 뽑아주었다고 해서 모든 것을 일임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중요한 의사결정 이전에 시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자신들을 뽑아준 시민들의 의견이 무엇인지 묻고 수렴하기 위한 공론의 장을 많이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시민들의 참여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단지 제도나 정책을 잘 설계하고 실천하는 것으로만 충족되지 않는다. 아무리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한다 해도 실제 시민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무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제도 및 정책과 더불어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조직하고 그 과정에서 시민들의 민주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참여예산이 활성화되어 있는 사례로 유명한 브라질의 포르투알레그리에서도 처음부터 시민들의 참여가 활성화된 것은 아니다. 지속적 제도 운용을 통해 시민들에게 참여에 따른 권한이 실제 존재함을 인식시킨 것과 더불어, 수많은 현장 활동가들이 커뮤니티로 들어가 시민들의 참여를 조직하였다. 이런 과정이 없었다면 포르투알레그리가 세계가 주목하는 참여예산의 모범적 사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시민참여 활성화를 위한 시민사회운동의 가장 중요한 구실 중 하나가 바로 시민들의 참여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호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 ‘싱크탱크 맞대면’은 한국 사회 과제에 대한 정책대안을 고민하는 연구기관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집니다. 다양한 정책현안들에 대한 기관의 연구성과를 원고지 10장 분량의 간결한 글로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두뇌집단이 내놓은 제안이나 자료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안제시도 좋습니다. 문의와 원고는 한겨레경제연구소(heri@hani.co.kr)로 보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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