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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G20, 시민 위한 금융통제·투기규제 나서야

등록 2010-08-09 22:33

미국의 재정적자와 실업률 추이
미국의 재정적자와 실업률 추이
금융부실에 돈지원해 떠받치고
긴축·구조조정으로 서민만 피해
시민사회가 궤도수정 압박해야
[싱크탱크 맞대면] G20 서울회의를 위하여

정부와 보수 언론은 G20 서울회의 홍보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축구경기 응원하듯 할 수 없는 것은 G20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서민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명박 정부와 보수 언론은 마치 올림픽 경기라도 되는 듯이 “국격 상승의 기회”라며 연일 홍보에 여념이 없다. 이주노동자와 노점상 단속강화 소식에 택시기사 두발단속 ‘괴담’까지 들린다. 박주영의 슛을 기대하며 축구경기 응원하듯 할 수 없는 것은 G20 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서민의 이익과 바람에 반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각국 정상들에게는 이 회의 참석 자체가 불명예스런 일이다. G20 정상회의 소집의 직접적 계기인 2008년 세계 금융시장 붕괴가 바로 이들이 짧게는 10여년에서 길게는 30년 가까이 신줏단지 모시듯 떠받들어 온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결과가 아닌가.

2009년 4월 런던회의에서 정상들이 시인했듯이 은행과 금융기관의 방만한 운영, 통제불능 수준으로 확대된 파생상품시장, 지나친 금융규제 완화로 인한 도덕적 해이 등이 금융시장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금융에 무제한적인 자유를 허용하면 경제가 발전하고, 결국 모두가 잘살 거라는 학설과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 그럼에도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 경제위기’의 ‘공범’들은 변변한 과거사 청산도 없이 소방수 구실을 자임했다.

지난 2년 동안 G20은 뭘 했는가? 먼저, 이 회의를 통해 각국 정부는 막대한 규모의 재정지출에 나섰다. 덕분에 더한층의 금융 붕괴를 막고 불안정하나마 경기 회복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남유럽 재정위기 사태와 주요국의 재정적자가 또다른 경기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금융과 민간부문의 부실을 정부와 공공부문으로 옮겨 놓은 임시방편일 뿐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서 경기회복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

경기회복의 불안정성은 주요 국가 간에, 그리고 한 국가 안에서도 대응 정책 선택을 둘러싸고 첨예한 논쟁을 낳고 있다. 최근 두 차례의 G20 회의는 주요 국가 간 견해 차이를 무마하는 데 시간을 허비했다.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간주됐던 은행과 투기자본 규제를 비롯한 ‘금융제도 개혁’은 말만 요란하다가 변변한 성과도 없이 용두사미가 되고 있다.

금융시장 붕괴에 따른 공황공포심리가 실물경기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던 2009년 4월에 런던정상회의만 해도 G20은 은행과 사모펀드,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기자본과 일전을 불사할 것처럼 행동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감독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했고, 영국 금융감독위 의장이 일련의 강력한 자본 규제책을 내놨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단기성 외환거래에 토빈세를 도입하자고 주창했다. 이 때문에 신자유주의 금융자유화 조처가 종말을 고하는 중대 전환국면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아직 내세울 만한 조처가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어 보인다. 첫째, ‘지나친 금융규제는 경기회복을 가로막는다’는 금융자본 쪽의 반발이 있었다. 둘째, 불안정하나마 재정투입 효과에 따른 경기회복 국면이 이어지자 초기의 자본통제 주장이 약화됐다. 셋째, 경기회복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각국 정부의 정책선택 우선순위의 차이로 재정긴축이냐 부양정책 지속이냐를 둘러싼 대립이 지속되면서 주요 정상 간의 견해차를 좁히기도 쉽지 않다. 예를 들면, 은행세나 토빈세 또는 금융거래세 도입을 놓고 미국과 영국 등과 독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국가 간 첨예한 입장 차이가 대표적이다.


결국 지난 6월 토론토에서 열린 정상회의는 그동안 G20 회의의 주요 의제였던 은행세 도입은 물론 비아이에스(BIS) 자기자본비율 규제 문제도 개별 국가가 알아서 하기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따라서 G20 서울 정상회의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토빈세나 외환거래세 등이 주요국 간의 의견 차이로 공식안건에 포함되지 못했다. 은행세가 금융규제 방안으로 주목받았으나, 그나마 서울회의에서는 안건에서 배제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관계자들이 “국제 공조의 선도국가 역할” 운운하며 “세계 중심국 반열”에 서겠다고 하는 것은 공허하기 짝이 없는 얘기다.

G20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게 아니라는 점이 어쩌면 더 큰 문제다. 각국 정부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금을 동원해서 은행가와 펀드매니저, 고액 투자자, 기업주와 전문경영인, 자산가들을 구제했지만 긴축정책과 공공부문 축소 및 구조조정, 대량해고 등을 통해 그 대가를 노동자와 서민들에게 떠넘겼다. 그 결과 대부분의 국가에서 실업률이 치솟고,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서민들의 삶이 후퇴하고 있다. 2009년 중반쯤 미국과 영국의 많은 주요 은행들이 정부에는 긴축을 요구하면서도 자사 임직원에게는 훨씬 많은 보너스를 약속했다. 정부의 지원으로 골드만삭스, 제이피(JP)모건, 에이치에스비시(HSBC) 등의 이윤이 다시 증가했다. 조지 소로스가 말하듯이 “정부가 준 선물”로 “은행들이 국민혈세로 도박판”을 벌일 때 각국 정부는 모른 척했다.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 정부가 금융부실을 떠받치는 자금투입 등으로 재정적자가 급속히 증대하는 동안 실업률도 치솟고 있다. 월가의 금융회사들은 정부의 막대한 지원으로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수익을 회복했던 것이다. 요컨대, 각국 정부는 금융위기에 대처하면서 리스크만 사회화하고 이득은 사유화하는 조처를 취했다. 투기자본과 금융기관의 투기적 행태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서 손실은 보전해 줬다. G20 회의가 열릴 때마다 뉴욕, 런던, 피츠버그, 토론토에서 빠짐없이 시민들의 항의시위가 이어졌던 이유이다. 이명박 정부는 유럽 주요국 정부와 미국과 달리 이번 위기 초기부터 대체로 자본통제 정책과는 엇나가는 정책을 펼쳐왔다. 최근에는 보수 성향 연구소 등이 나서서 아예 사모펀드의 규제를 한층 완화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평범한 시민들의 이익을 위한 투기자본 규제와 금융 통제 강화는 시민사회진영과 노동조합운동의 노력에 달려 있다. 사모펀드와 헤지펀드를 통제하고 기업인수합병을 억제해야 한다. 공익적 필요로 자금지원이 이뤄진 기업이나 금융기관에서는 정리해고를 금지하고, 투기자본의 수익에 대해서 엄중과세 해야 한다. 그 재원으로 경제위기에 희생된 해고자와 실업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지원하는 데 충당해야 한다. 2009년 4월 런던회의에서 논의됐다가 흐지부지되는 토빈세나 금융거래세 등의 과세 방안을 도입하되, 금융투기 억제 효과가 나도록 세율을 높이고 그 재원을 서민들을 위해 써야 한다. 그러자면 이명박 정부가 금융위기 초반에 취한, 임기 동안 90조에 이르는 부자 감세를 철회해야 한다. 금융에 대한 통제는 노동자와 서민들의 삶을 지원하는 것이 돼야 한다.

정종남 투기자본감시센터 기획국장

※ ‘싱크탱크 맞대면’은 한국 사회 과제에 대한 정책대안을 고민하는 연구기관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집니다. 다양한 정책현안들에 대한 기관의 연구성과를 원고지 10장 분량의 간결한 글로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두뇌집단이 내놓은 제안이나 자료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안제시도 좋습니다. 문의와 원고는 한겨레경제연구소(heri@hani.co.kr)로 보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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