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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서울회의 성공, 시민요구 경청이 첫단추

등록 2010-08-09 22:30

금융개혁의 성격에 대한 상반된 평가와 전망
금융개혁의 성격에 대한 상반된 평가와 전망
한국경제·금융 개혁비전 세워야
신국제금융질서 구축 실현 가능
‘반G20’ 목소리 의제화할 필요
[싱크탱크 맞대면] G20 서울회의를 위하여

정부는 G20 서울회의에 대해 그동안 치러온 많은 국제회의와 비슷하게 시민의 협조를 요구하고 있지만, 시민들에게 G20회의 성공 개최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오는 11월에 개최될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정부는 대통령 직속의 준비위원회를 두는 등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이 회의에 대한 정부와 주류 언론의 평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기회’이자 ‘국격을 높이는 계기’라거나 ‘세계의 변방에서 벗어날 기회’라는 홍보문구로 대변된다. 대통령도 “정상회의 개최는 대한민국이 세계 중심에 서게 된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이제까지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만든 규칙을 지키고 받아들이는 처지였다면, 이제는 금융규제 등 세계문제에 관한 ‘규칙 제정자’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는 해석이다. 주요 7개국(G7) 회원국이 아닌 신흥경제국에서 최초로 회의를 개최한다는 것이 결코 작은 일은 아니다. 3차 피츠버그 정상회의에서 G20을 세계경제 현안을 논의하고 국제경제협력을 위한 최상위 포럼으로 선언해 놓은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무엇이 어떻게 되면 성공인지에 대해 정부가 제공하는 내용은 별반 없다. 한국이 치러온 무수히 많은 국제회의 때와 비슷하게 상투적으로 시민의 협조를 요구하고 있지만, 그 성공 개최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시민들에게 주어지지도 않고 있다.

서울 G20 회의에서는 많은 과제들과 의제들이 논의되지만, 그중에서 금융규제 개혁이 핵심의제 중 하나이다. 이번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의 원인이 금융규제의 실패와 관련되어 있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금융규제 개혁은 G20 정상회의 논의의 출발점이자 앞으로 계속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 과제이다.

회의를 준비하는 정부 실무진의 희망에 따르면 ‘글로벌 이슈를 조율해 새로운 국제금융질서를 만드는 데 한국이 주도적인 구실을 하면’, 그것이 성공일 것이다. 이 역할은 결국 G20이 어떤 성격을 갖게 될 것인지에 달려 있다. 국제금융질서의 변화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미국의 주도하에 폭주하던 이른바 금융주도의 신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현재 G20의 의미와 성격에 대해서는 학계에 논의가 분분하다.

한편에서는 G7, 특히 미국의 주도하에 G20이 실질적으로 출범했을 뿐이며, 여전히 기존 금융질서의 의제를 추인하고 정당성을 부여하는 수준의 구실에 그칠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이 경우는 미국의 헤게모니를 좀더 넓은 틀 속에서 지지하고 관철시켜 연장시킬 뿐 신국제금융질서와는 거리가 멀다. 전세계적 도박꾼 세력에 좀더 안전한 금융투기판을 제공하자는 의미일 뿐이다. 여기서는 아무도 서울을 기억할 필요가 없다. 그냥 무수히 많이 치르는 국제대회의 하나에 불과한 채 흘러갈 것이다.


반면 런던 정상회의를 마치고 영국 총리가 “새로운 세계질서의 등장”을 선언했거나 프랑스 대통령이 “영미식 앵글로색슨 자본주의의 개혁”을 주장했던 바와 같이 기존 금융질서의 위험성을 인정하고 근본적인 변화의 압력을 수용할 수 있는 틀이 될 수도 있다는 견해이다. 이 경우에야 비로소 신질서라고 부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한국 정부의 희망대로 서울 정상회의가 신국제금융질서 형성의 역사적 계기가 되려면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의 지배이념 틀에서 벗어나 이에 좀더 비판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와 금융의 현실에 대한 정부의 접근은 어떠한가? 불행하게도 국내 신경제질서에 대한 비전도, 또 그것을 모색하려는 노력도 찾아보기 어렵다. 정책의 구체제적 특징만 더 강해진다. 토목공사만이 구체제의 특징은 아니다. 수출기업과 대기업, 재벌에 유리한 경제정책, 부자부담 감소 정책의 망령은 여전히 강고하다. 대책 없이 전가의 보도인 양 내세운 규제완화는 사회경제의 강자에는 기회요, 약자에는 재앙으로 작용했다. 중산층의 붕괴와 임금소득의 위축 및 정체, 그만큼 기업이윤의 확대, 그리고 자산가격 상승과 부채 증가에 의한 국내수요 유지라는 지난 20~30년간 미국식 성장방식의 특징이었던 과거체제가 한국식으로 재현되고 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미국 중심의 금융질서를 본뜨는 것까지는 어떻게 변명이 된다고 치자. 이제 그 질서가 무너지고 있는 현실에서 미국조차 월가를 겨냥한 금융규제법안을 만들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다. 금융기관의 임원과 수장에 대한 인사잡음은 끊이지 않고 더 심해지고 있다. 과거 방식에서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는 민영화 방식과 은행 대형화도 관성처럼 추구하고 있다. 하나같이 최근의 세계적 고민과는 잘 들어맞지 않는 일들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60조원이 넘게 투입되었던 공적자금은 작년에도 1조원이 넘게, 그리고 올해 또 저축은행 부실에 2조8000억원의 세금이 투입되고 있다. 반복되는 금융권의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반성도 대책도 책임도 흐지부지 상태다.

G20 서울회의가 신국제금융질서의 형성에 일조한다는 커다란 희망을 실현하려면 구체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한국경제와 금융의 개혁비전을 함께 구해야 한다. 그런데 이는 당연히 현 정부의 정책과 모순된다. 정상회의의 성공을 원하면, 스스로 해오던 일을 바꿀 자세를 갖추어야 하니 딜레마다. 그렇지 못하면 한탕주의 외교적 성과로 전락하거나 소중한 기회를 회의장이나 행사장을 제공하고 경호비용이나 부담하는 식으로 흘려보내기 십상이다. 회의를 준비한다고 벌이고 있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강화나 인권침해 사례만 주목받을 수도 있다.

성공적 개최를 위해 우선 첫걸음으로 삼을 만한 일이 있다. 그것은 시민단체들의 ‘반G20’ 행사를 백안시하지 않아야 한다. 2009년 4월의 런던회의에서도 잘못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방식에 불만을 품은 시민과 시민단체들의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지난번 토론토 회의에서도 1조원이 넘는 엄청난 경호비용이 구설수에 올랐다. 이런 식이라면 시민의 협조 운운은 공염불이다. 이들이야 말로 가장 관심 있는 시민들이다. 금융개혁에 대한 시민들의 생활상의 요구를 경청하고 그것을 의제로 담아 안는 일이야 말로 시민의 협조를 통한 성공개최의 출발점이다. 캐치프레이즈가 “위기를 넘어 다 함께”라는데 이는 외부에 뿐 아니라 내부에도 적용될 만한 문구이다.

유철규 금융경제연구소 연구기획위원·성공회대 교수

※ ‘싱크탱크 맞대면’은 한국 사회 과제에 대한 정책대안을 고민하는 연구기관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집니다. 다양한 정책현안들에 대한 기관의 연구성과를 원고지 10장 분량의 간결한 글로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두뇌집단이 내놓은 제안이나 자료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안제시도 좋습니다. 문의와 원고는 한겨레경제연구소(heri@hani.co.kr)로 보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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