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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건보 하나로’운동 참여가 의료비 근심 덜 ‘명약’

등록 2010-07-26 20:52수정 2010-07-26 20:56

국민 1인당 1만1천원만 더 내면
사용자·정부 추가부담 힘입어
건보재정 2만6400원 증가 효과
민간의보 없이 의료비 해결가능
[싱크탱크 맞대면] ‘의보 강화’ 바람직한 대안은

우리나라의 의료비가 해마다 10~13%씩 급증하는 이유는 고령화 등의 구조적 요인들과 실손 민간의료보험 등 정책적 요인들이 함께 작동하고 있어서다. 급등하는 의료비를 단기간에 통제할 다른 방법은 없는가?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가 지난 17일 공식 출범하였다. 시민회의의 주장은 현재 우리 국민이 내고 있는 건강보험료, 기업 등 사용자 부담 보험료, 정부의 국고지원 등 국민건강보험 재정부담 3주체 모두에서 지금보다 34%를 더 부담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2010년 기준으로 36.2조원인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48.6조원으로 늘어난다. 이 돈으로 ①상급병실, 고가의 진단·치료, 선택진료 등의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전환할 수 있고, ②입원 중심 병원진료비의 90% 이상을 보장할 수 있고, ③환자의 연간 총진료비가 100만원을 넘지 않도록 ‘본인부담금 100만원 상한제’를 실시할 수 있게 된다.(표) 이렇게 되면, 우리네 가계의 의료비 불안이 해소되고, 주요 질병에 대한 사실상의 무상의료가 실현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민간의료보험을 중심으로 ‘의료민영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것이 국민의료비의 폭증과 의료비 불안의 심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현행 국민건강보험 의료제도에 자본의 논리를 강화하여 영리의료를 대폭 확대하려 한다. 시민사회는 이를 ‘의료민영화’라 부른다. 이 핵심내용은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의 설립 허용과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 설립 허용 건에 대해서는 별 진척이 없으나, 유감스럽게도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 건에 대해서는 실손 민간의료보험의 수입보험료가 2003년부터 2008년 사이에 3배나 늘어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 선진국들은 전년 대비 국민의료비 증가율이 2~3%로 경제성장률과 엇비슷한 수준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전년 대비 10~13%씩 급증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민의료비 비율’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2007년 6.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89%보다 2%포인트 정도 낮았다. 1998년부터 최근 10년간 ‘지디피 대비 국민의료비 비율’의 증가율은 우리나라가 평균 5.2%, 오이시디 국가들은 평균 1.55%였다.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2015년 우리나라의 ‘지디피 대비 국민의료비 비율’은 10.2%로 오이시디 평균인 10%를 넘게 된다. 2024년이면 세계 최고가 된다. 이렇게 국민의료비가 급증하는 데는 급속한 고령화 등의 구조적 요인들과 행위별수가제와 실손 민간의료보험 등의 정책적 요인들이 함께 작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병원의 93%가 민간 소유다. 수익추구 성향이 강한 민간의료기관 중심의 의료공급구조에서 행위를 늘릴수록 돈을 더 버는 행위별수가제는 과잉 진료와 고가 진료를 유발한다. 이에 더해 활성화된 실손 민간의료보험이 국민의료비를 급증시키고 있다. 현재 대형 병원 환자들의 대다수는 실손 민간의료보험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규제되지 않는 과잉 진료와 의료자원의 심각한 낭비가 일어나고 있다. 의료기관은 수익을 추구하고 환자는 비용부담이 거의 없으므로 양자 모두 ‘비용의식’이 낮아져 국민의료비를 높이게 된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내역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내역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민간병원의 상당 부분을 국유화함으로써 의료공급체계의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방도가 있는가? 이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그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다. 단계적으로 공공병원의 비중을 30% 수준까지 높여야 하겠으나, 이것도 단기간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행위별수가제를 하루아침에 폐지할 수 있는가? 낭비적 지출구조의 핵심인 행위별수가제를 최대한 빨리 포괄적 보수지불방식으로 개편해야겠으나, 기술적으로도 최소 5년 이상이 걸린다. 정치적 협상까지 고려하면 더 오래 걸릴 것이다.

그러면 급등하는 국민의료비를 단기간에 통제할 다른 방법은 없는가? 있다. 국민의료비 급증을 부채질하고 있는 실손 민간의료보험의 존재 이유를 없앰으로써 모든 진료비를 국민건강보험의 통제하에 두면 된다. ‘민간병원-행위별수가제-실손 민간의료보험’의 연결고리에서 초래되는 ‘시장 실패’를 정책적으로 제어하면 된다.


어떻게?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을 획기적으로 확충하면 된다. 국민건강보험의 보험료율은 현재 소득의 5.33%인데, 이는 유럽 선진국들의 12% 이상에 비해 너무 작다. ‘저보험료-저혜택’ 구조다. 그래서 현재 내고 있는 건강보험료(국민 1인당 평균 3만3천원)에서 34%(국민 1인당 평균 1만1천원)를 인상한 건강보험료를 내자는 것이다. 직장가입자가 건강보험료 1만1천원을 더 내면, 법적으로 사용자도 1만1천원을 더 내야 하고, 이 둘을 합한 금액의 20%인 4400원을 정부가 더 내야 한다. 직장근로자는 1만1천원을 더 내는 것이지만, 국민건강보험 재정은 2만6400원이 더 늘어난다.

국민건강보험의 전체 가입자 중 사용자 부담 보험료가 없는 지역가입자가 40%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우리 국민이 추가적으로 납부한 보험료의 1.9배를 건강보험 급여로 돌려받는다. 이는 민간의료보험의 0.75배 급여에 비춰보면 매우 큰 혜택이다. 실제로 2010년 현재 국민 1인당 평균 1만1천원을 더 내면 국민의 추가보험료는 6.2조원이 되고 여기에 국고지원 2.7조원과 사용자 부담 3.6조원을 더해 약 12조원의 급여혜택을 볼 수 있다. 그런데 6.2조원을 민간의료보험에 내면 기껏해야 4.7조원의 혜택만 보게 된다. 결국 국민건강보험료를 더 내는 것이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민간의료보험은 서민과 중산층 가계의 큰 부담이다. ‘건강보험 하나로’가 성공하면 보험료 부담이 줄어들어 가계의 가처분소득 증대와 서민경제의 선순환에도 도움이 된다. 이는 우리가 민간의료보험에 내는 돈(가입자당 약 10만원)의 일부만 국민건강보험으로 돌리면 해결될 일이다. 추가부담을 해야 하는 경제부처와 경영계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를 돌파하려면 엄청난 규모의 국민적 에너지가 요구된다.

그래서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운동은 기존의 사회운동단체들이 연합하는 방식이 아닌, ‘풀뿌리 시민운동’ 방식을 택하였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유권, 정치권에 이어 사회권의 보장을 요구하도록 하는, 그래서 ‘깨어 있는’ 시민들의 거대한 힘이 네트워크 형태로 연결되고 모여지는 그런 시민운동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 6·2 지방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보편적 복지’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보편적 의료보장으로 구체화하면, 우리 사회는 그만큼 역동적 복지국가로 성큼 다가서게 된다.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운동은 시민회원 100만명의 참여를 필요로 한다. 이 운동의 취지에 동의하면 누구나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의 회원이 될 수 있다. 국민의료비의 폭증을 초래하는 의료민영화를 막아내고 의료비 불안을 몰아내는 ‘복지국가’를 향한 ‘건강보험 하나로’ 대장정의 완수는 이제 ‘깨어 있는’ 우리 시민들의 몫이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제주대 교수

※ ‘싱크탱크 맞대면’은 한국 사회 과제에 대한 정책대안을 고민하는 연구기관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집니다. 다양한 정책현안들에 대한 기관의 연구성과를 원고지 10장 분량의 간결한 글로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두뇌집단이 내놓은 제안이나 자료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안제시도 좋습니다. 문의와 원고는 한겨레경제연구소(heri@hani.co.kr)로 보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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