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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비정규직 차별 철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풀린다

등록 2010-07-18 20:59수정 2010-07-18 21:00

비정규직의 고용형태 변화·산업별 정규직 증가인원·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비율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 임금, 정규직의 46%
열악한 파트타임·파견근로 급증
정부는 단기 실업률 낮추기 급급
적극적인 보호제도 마련할 필요
[싱크탱크 맞대면] 노동현안 쟁점 진단

같은 일을 했음에도 동등한 대우를 제공하지 못하는 사회라면, 그 사회는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의 격차가 점점 더 심화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어떨까?

마태복음 제20장에서 예수는 천국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어느 날 포도밭에서 일꾼들이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일꾼들은 오전 9시부터 와서 일을 하는 사람과 정오부터 와서 일을 하는 사람, 그리고 오후 5시부터 와서 일을 하는 사람들로 나뉘어 있었다. 그런데 포도밭 주인이 일꾼들 모두에게 1데나리온씩을 주자, 제일 먼저 와서 일을 한 일꾼이 투덜대며 “마지막에 온 사람들은 한 시간밖에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우리와 똑같이 대우하시는군요”라고 말했다. 포도밭 주인은 “친구여, 나는 너를 부당하게 대우한 것이 아니다. 너는 나와 1데나리온으로 합의하지 않았느냐.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너에게 준 것과 똑같이 주는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존 러스킨은 자신의 저서에서 이 성경 구절을 인용하여 노동자는 노동할 권리가 있고 노동의 공평한 보수로써 생존할 권리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현실은 천국이 아니기에 마지막에 온 사람과 맨 처음 와서 일을 한 사람에게 똑같은 보상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현실의 세계가 이상적인 사회라면 똑같이 일한 사람들에게는 같은 대우를 할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노동이 다른 이들과 비교하여 같다면 다른 사람들이 받는 보상만큼 받기를 기대하고, 기대만큼의 보상이 주어질 때 오히려 더 많은 창의적인 일을 하게 되어 사회가 발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일을 했음에도 동등한 대우를 제공하지 못하는 사회라면, 그 사회는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의 격차가 점점 더 심화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어떨까?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를 활용한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비정규 노동자의 수는 833만7천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49.8%이다. 그러나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비정규 노동자는 549만8천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33.1%에 불과하다. 정부는 임시일용직을 정규직으로 분류하지만 민간연구소들은 임시일용직을 비정규직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임시일용직을 정규직으로 보는 이유는 이들의 고용이 반복해서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민간연구소들은 임시일용직 노동자들의 고용이 관행상 지속될 뿐 고용계약을 맺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4대 보험 등 사회보험 적용률이 매우 낮아 사실상 비정규 고용형태라고 주장한다. 실제 2010년 3월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임시일용직의 국민연금 적용률은 27.2%, 건강보험 적용률은 29.1%, 고용보험 적용률은 28.1%로 정규직노동자의 적용률인 98%, 98.6%, 82.3%와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임시일용직의 평균임금 역시 128.3만원으로 정규직의 평균임금인 266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임시일용직을 정규직으로 구분하는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으며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규모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절반 수준인 49.8%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우리나라의 일하는 사람 중 절반이 비정규노동자라는 통계보다 이들이 받는 보상이 진짜 문제이다. 잘 알려진 대로 2010년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 임금의 46.2%에 불과한 123만원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는 2000년 73만원에서 출발하여 줄어든 적 없이 계속 차이가 벌어져 2010년 현재 143만원의 임금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불평등에 대해 정부와 일부에서는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같은 일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인 불평등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2007년 발표된 학술논문은 근로시간, 직무 등을 고려하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는 2.2%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다 고려하더라도 우리 사회는 일하는 사람 중 절반이 비정규직이고 이들의 임금과 사회보장은 정규직의 절반이 채 안 된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그리고 2009년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72.4%는 정규직이 되고 싶어도 될 수 없어서 비자발적으로 현재의 비정규직을 선택했다고 응답하였다.

정부가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제도적 보호 장치 마련에 소홀한 동안 열악한 일자리는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계약직(기간제)은 임금과 사회보험 적용률 등이 비교적 양호한 일자리이며 임시파트타임, 파견근로는 비정규 일자리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열악한 일자리에 해당한다. 2010년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계약직(기간제) 고용은 전년보다 15.2%가 줄어든 반면 파트타임과 파견근로가 각각 19.1%, 61.8%가 늘어나 비교적 양질의 비정규 일자리는 줄어들고 열악한 비정규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넘어 비정규직 내에서도 열악한 일자리가 확대되는 추세이다. 이는 사회안전망이 탄탄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을 고려할 때 노동에 대한 공정한 보상은 고사하고 일을 하더라도 빈곤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희박한 구조로 고착됨을 의미한다. 절망스런 구조를 바꿀 수 있는 대안은 없는 것일까? 기업의 자정능력만으로 비정규직 규모를 줄이거나 차별을 해소하기가 어렵다면 정부가 나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비정규직 보호에 얼마나 힘을 쏟고 있을까. 지난 정부에서 비정규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마련되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심지어 현 정부 들어 제조업, 건설업, 운수업 등 사적부문의 정규직은 늘었지만 유일하게 공공·행정·국방 부문의 정규직은 줄어들기까지 하였다. 2010년 3월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공공부문의 정규직이 전년 동월 대비 3300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정부가 희망근로, 인턴제 등 임시적인 일자리를 늘려 실업률을 일시적으로 낮추는 데에만 관심을 가졌지, 정작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는 민간부문보다도 소극적이었음을 보여준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시장에 맡겨두는 고용정책을 중단하고 양질의 일자리와 적극적인 비정규직 보호 규제방안을 도입해야 한다. 비정규 노동자의 양적 규모와 이들에 대한 질적 차별을 방관하면 할수록 사회양극화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정규 노동자는 게을러서 비정규직이 된 것도 아니고 일을 열심히 안 해서 차별을 받는 것도 아니다. 청소노동자는 악취를 참고 장시간 일하며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보다 더 힘들고 위험한 일을 감수하고 일을 한다. 그런데도 이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내일의 고용마저 걱정해야 한다. 우리가 사는 곳이 ‘나중에 온 사람에게도 공평한’ 천국은 아닐지라도 ‘일한 만큼은 동등하게 대접받는’ 사회일 수는 없을까. 정부의 규제노력과 기업의 자정능력, 노동운동진영의 지속적인 의견개진이 절실하다.

정흥준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정책국장

※ ‘싱크탱크 맞대면’은 한국 사회 과제에 대한 정책대안을 고민하는 연구기관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집니다. 다양한 정책현안들에 대한 기관의 연구성과를 원고지 10장 분량의 간결한 글로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두뇌집단이 내놓은 제안이나 자료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안제시도 좋습니다. 문의와 원고는 한겨레경제연구소(heri@hani.co.kr)로 보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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