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능력 있고 변혁 이끌 사람
기준·절차 마련해 지원 나서야
‘하청업자’로 보는 정부인식 바꿔
교육환경·민관협력 조성할 필요
기준·절차 마련해 지원 나서야
‘하청업자’로 보는 정부인식 바꿔
교육환경·민관협력 조성할 필요
[싱크탱크 맞대면] 사회적 기업 활성화 어떻게
사회적 기업가를 양성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일이다.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부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공동체자본주의는 개인의 의욕과 창의성을 저하시키지 않는 시장 친화적인 방법을 통해 소외계층을 감싸고 공동체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이것의 다른 이름이 사회적 기업가 정신(Social Entrepreneurship)이다. 이를 추진하는 핵심 주체가 사회적 기업가라 할 수 있다.
사회적 기업가는 공동체의 다른 사람들의 필요에 반응할 줄 아는 정감(情感·empathy)과 이 필요를 채우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변혁을 이끌어갈 수 있는 기업가적 능력(entrepreneurship)을 가진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들은 지속적이고 끈기 있게 공동체 내의 소외된 사람들을 품고 공동체의 고질적 문제들을 해결해나간다.
그러므로 유능한 사회적 기업가들을 발굴하고 양성해내는 것은 모두를 품고 함께 가는 사회(inclusive society)를 이룰 뿐 아니라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소하고 선진화하며 국가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다.
사회적 기업가의 대표적인 예로 캐나다의 메리 고든을 들 수 있다. 그녀는 학교 내 약자 괴롭힘, 폭력, 청소년 범죄, 유대인 학살 등의 근간에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인 정감이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유치원에서부터 아이들의 감성능력을 교육하는 정감의 뿌리(Roots of Empathy)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이웃에 사는 아기와 아기의 부모가 교실을 방문하고, 아이들은 강사의 가이드를 따라 아기와 어머니 간의 감정적 요구사항에 대한 소통을 관찰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과 느낌뿐 아니라 타인의 생각과 느낌(정감)을 식별하고 표현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사회적 능력을 높이고 공격성향을 현저히 낮추는 성과를 냄에 따라 캐나다의 많은 공교육과 미국,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뉴질랜드 등에도 도입되고 있다.
또다른 예로는 브라질 라고아 빈민가 아이들을 치료하여 퇴원시키면 몇주 만에 재입원하는 문제가 방치되고 있는 것을 보고 통합적 헬스케어 기관인 헤나세르를 시작한 브라질의 여의사 베라 코르데이루가 있다. 다른 의사들은 그것은 정부가 염려할 일이라고 말하였으나, 그녀는 동료 의사들을 설득하고 모금을 하여 이 일을 시작하여 아이들의 재입원 비율을 현저히 낮추었다.
메리 고든과 베라 코르데이루의 사례는 우리에게 두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첫째, 사회적 기업가는 정부가 하고자 하는 일을 대신해주는 사람이 아니다. 정부나 영리 기업이 다루지 않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사회적 기업을 지정함으로써 사회적 기업가가 정부의 하청업자로 인식되고 있다. 보완이 필요하다. 둘째,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기업가들이 담당하는 영역의 극히 일부분이라는 사실이다. 사회적 기업가들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사회의 첨단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로서 이 과정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이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사회적 변혁(changemaking/transformation)을 일으키는 일이다.
사회적 기업가 정신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을 사회혁신가(changemaker)로 만드는 것이다. 선도적 사회적 기업가는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는 동시에 역할모델이 되어 다른 사람들이 그가 만든 새로운 모델을 따르게 함으로써 지역의 사회혁신가를 탄생시킨다. 또한 이들은 이들이 속한 가족, 직장, 이웃 및 이들과 팀을 이루어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역할모델이 되고, 또한 이들을 훈련시켜 다음 세대의 사회적 기업가가 되게 한다. 아쇼카(Ashoka)는 시작 단계에 있는 선도적 사회적 기업가를 찾아 그들이 사회적 기업을 세우고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도록 3년간 자금을 지원해준다. 이들은 아이디어의 참신성, 창의성, 아이디어의 사회적 영향력, 기업가 자질, 윤리성 등의 기준에 따라 엄격한 절차를 통해 펠로를 선정한다. 펠로들에게는 세계적인 인적 네트워크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 결과, 펠로로 선정된 지 5년 후에도 펠로들의 97%가 계속 펠로 선정 시의 비전을 실현해가고 있으며, 90%는 다른 기관이 이들을 따라하게 했고, 50%는 국가의 정책을 바꾸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활성화하기 위해 가장 시급히 할 일은 선도적 사회적 기업가를 발굴하는 일이다. 사회적 기업가는 교육으로 양성되지 않는다. 그들은 시민섹터 어디선가 이미 활동하고 있다. 엄격한 기준과 절차를 통해 이들을 찾아내어,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아쇼카와 같은 단체가 설립돼야 한다. 한편 성공적인 사회적 기업가의 상당수는 어려서부터 커뮤니티를 위해 결심을 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활동을 시작한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도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내어 청소년 벤처를 해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아울러 유치원 때부터 남의 감정을 이해하고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적절히 반응하는 정감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감은 성장한 뒤 교육하기가 어렵다. ‘정감의 뿌리’와 같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아이들이 스스로 감성능력을 습득할 수 있는 선진국의 교육방식을 우리 현실에 맞게 접목시켜야 한다. 인성과 품성 교육의 결여로 나타날 사회적 병폐로 인한 수십, 수백 배의 비용을 사전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그리고 출산장려정책 차원에서도 이 부분에는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번에 당선된 교육감들은 초등학교에 어떻게 정감을 교육하고, 중고등학교에서 어떻게 정감기술을 더 키워갈 수 있을지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상업적 금융기업에 의해 (예비)사회적 기업가들과 청소년 벤처사업가에 대한 자금 지원이 이뤄지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사회적 기업가 및 사회혁신가를 찾아 투자하는 한국형 모형의 사회적 벤처캐피털을 설계해야 한다. 둘째, 혼합가치사슬 중 마케팅과 유통을 담당함으로써 상업적 금융기관이나 투자자들을 사회적 기업에 연결하는, 서빙고 사랑의 줄잇기와 같은 착한 가게(empathy shop)도 많아져야 한다. 셋째, 예금을 기초로 자금을 조달하여 사회적 벤처에 대출하고 사회적 벤처 투자기금도 운영하는 윤리은행이 설립돼야 한다. 넷째, 남미에서 사회적 기업의 상장이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사회적 주식거래 시스템을 도입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울러 미소금융중앙재단은 현재 정부가 인증한 사회적 기업에 대해서만 대출을 제공하고 있으나, 지원 대상을 사회적 벤처, 착한 기업(empathy enterprise), 착한 가게로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기업가를 양성하고 모든 사람이 사회혁신가가 되도록 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일이다.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 시민사회가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정부는 사회적 기업가들이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는 기반과 환경을 만드는 일에 주력하며 또한 민간과 협력해야 한다. 사회적 기업보다는 사회적 기업가가 많아지도록 하여야 한다. 심상달 한국개발연구원 명예연구위원
※ ‘싱크탱크 맞대면’은 한국 사회 과제에 대한 정책대안을 고민하는 연구기관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집니다. 다양한 정책현안들에 대한 기관의 연구성과를 원고지 10장 분량의 간결한 글로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두뇌집단이 내놓은 제안이나 자료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안제시도 좋습니다. 문의와 원고는 한겨레경제연구소(heri@hani.co.kr)로 보내 주십시오.
사회적 기업가 정신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을 사회혁신가(changemaker)로 만드는 것이다. 선도적 사회적 기업가는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는 동시에 역할모델이 되어 다른 사람들이 그가 만든 새로운 모델을 따르게 함으로써 지역의 사회혁신가를 탄생시킨다. 또한 이들은 이들이 속한 가족, 직장, 이웃 및 이들과 팀을 이루어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역할모델이 되고, 또한 이들을 훈련시켜 다음 세대의 사회적 기업가가 되게 한다. 아쇼카(Ashoka)는 시작 단계에 있는 선도적 사회적 기업가를 찾아 그들이 사회적 기업을 세우고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도록 3년간 자금을 지원해준다. 이들은 아이디어의 참신성, 창의성, 아이디어의 사회적 영향력, 기업가 자질, 윤리성 등의 기준에 따라 엄격한 절차를 통해 펠로를 선정한다. 펠로들에게는 세계적인 인적 네트워크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 결과, 펠로로 선정된 지 5년 후에도 펠로들의 97%가 계속 펠로 선정 시의 비전을 실현해가고 있으며, 90%는 다른 기관이 이들을 따라하게 했고, 50%는 국가의 정책을 바꾸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활성화하기 위해 가장 시급히 할 일은 선도적 사회적 기업가를 발굴하는 일이다. 사회적 기업가는 교육으로 양성되지 않는다. 그들은 시민섹터 어디선가 이미 활동하고 있다. 엄격한 기준과 절차를 통해 이들을 찾아내어,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아쇼카와 같은 단체가 설립돼야 한다. 한편 성공적인 사회적 기업가의 상당수는 어려서부터 커뮤니티를 위해 결심을 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활동을 시작한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도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내어 청소년 벤처를 해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아울러 유치원 때부터 남의 감정을 이해하고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적절히 반응하는 정감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감은 성장한 뒤 교육하기가 어렵다. ‘정감의 뿌리’와 같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아이들이 스스로 감성능력을 습득할 수 있는 선진국의 교육방식을 우리 현실에 맞게 접목시켜야 한다. 인성과 품성 교육의 결여로 나타날 사회적 병폐로 인한 수십, 수백 배의 비용을 사전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그리고 출산장려정책 차원에서도 이 부분에는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번에 당선된 교육감들은 초등학교에 어떻게 정감을 교육하고, 중고등학교에서 어떻게 정감기술을 더 키워갈 수 있을지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상업적 금융기업에 의해 (예비)사회적 기업가들과 청소년 벤처사업가에 대한 자금 지원이 이뤄지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사회적 기업가 및 사회혁신가를 찾아 투자하는 한국형 모형의 사회적 벤처캐피털을 설계해야 한다. 둘째, 혼합가치사슬 중 마케팅과 유통을 담당함으로써 상업적 금융기관이나 투자자들을 사회적 기업에 연결하는, 서빙고 사랑의 줄잇기와 같은 착한 가게(empathy shop)도 많아져야 한다. 셋째, 예금을 기초로 자금을 조달하여 사회적 벤처에 대출하고 사회적 벤처 투자기금도 운영하는 윤리은행이 설립돼야 한다. 넷째, 남미에서 사회적 기업의 상장이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사회적 주식거래 시스템을 도입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울러 미소금융중앙재단은 현재 정부가 인증한 사회적 기업에 대해서만 대출을 제공하고 있으나, 지원 대상을 사회적 벤처, 착한 기업(empathy enterprise), 착한 가게로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기업가를 양성하고 모든 사람이 사회혁신가가 되도록 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일이다.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 시민사회가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정부는 사회적 기업가들이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는 기반과 환경을 만드는 일에 주력하며 또한 민간과 협력해야 한다. 사회적 기업보다는 사회적 기업가가 많아지도록 하여야 한다. 심상달 한국개발연구원 명예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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