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더내도 보장강화 의문
국민희생 따른 경제적 성과를
어떻게 분배할지 고민이 우선
의료체계 개선할 해법 담아야
국민희생 따른 경제적 성과를
어떻게 분배할지 고민이 우선
의료체계 개선할 해법 담아야
[싱크탱크 맞대면] 진보의 복지확대론 뭘 간과했나
만천원 더 내 건보 90% 보장 운동은 국민 양보를 토대로 국가와 기업의 양보를 견인해내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국민적 지지에 기초해 진보정당과 노동계가 사회적 합의를 이룰 때 가능하다
우리는 6·2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거부하기 힘든 어젠다로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했다. 그와 함께 보편적 복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으며 심지어 보수진영마저도 복지로 차별성을 두려 하고 있다. 2012년 대선은 복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가 주장하는 ‘만천원의 기적’ 운동이 주목을 받고 있다. 보편적 복지의 확대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우리 사회가 복지국가로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소중한 기회다. 때문에 시민회의의 안을 비롯한 다양한 복지어젠다가 활발히 논의되고 좀더 심도 있는 대중적 검토를 받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시민회의가 주장하는 내용은 매우 간단하다. 평균 만천원(현 보험료 기준 40% 인상)을 더 내면 건강보험 보장성을 90% 가까이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보장성 강화운동과 가장 큰 차이는 국민의 책임과 참여를 강조하는 것으로 국민이 먼저 보험료를 더 내겠다는 주장을 통해 기업과 국고지원을 강제해내자는 점이다. 주장이 간명한 만큼 대중적인 호소력도 커서 공식적으로 제기된 지 채 한달도 되지 않아 상당한 파급력을 갖고 확산되고 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이다. 국민들은 의료비로 인한 가계부담과 미래불안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세계 7위 수준의 민간 의료보험은 이러한 불안심리의 표현이다. 국민의료비는 아직까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약간 못 미치나 머잖아 국가 경제를 위협할 수준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고령화로 인한 노인층의 증가로 의료비 문제가 가계의 가장 큰 불안요소가 될 것은 확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안정적인 국민건강보험제도를 강화하고 의료비의 공공부담을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하는 운동은 매우 시의적절하며 반드시 달성되어야 할 목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시민회의의 주장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주장은 건강보험 재정의 확대가 곧바로 보장성 강화로 이어진다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확실한 공급자 규제시스템이 없이는 다시 보장성이 후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경험에서 잘 나타난다. 1960년대 미국은 최초로 공적보험을 도입해 보험적용을 받지 못하던 저소득층과 노인들의 보장성을 크게 개선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의료공급자들의 양보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관행 수가와 기존 행위별 수가제를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의료비는 수년 사이에 2배 가까이 폭등했다. 그에 대한 대응책으로 민간 영리기구에 의한 시장관리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현재의 고비용-저효율-약자 배제의 미국 의료시스템이 고착화된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은 의료시스템의 개혁이 부분적으로 진행되었을 때 오히려 잘못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미국보다 민간의료기관의 비중이 더 크고 병의원 (개)증설과 운영에 거의 아무런 규제도 없다는 점, 대부분의 보험료 인상분이 대형 병원으로 돌아갔던 경험 등은 재정확대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의료시스템 구축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다음으로는 복지확대의 경로에 대한 이견이 존재한다. 현재의 경제상황과 다른 부분의 복지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은 모두 세금과 공적자금, 국민들의 부담으로 전가되었고 그 혜택은 기업이 독차지했다. 재정적자는 급속도로 증가해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각종 복지예산은 축소되고 있다. 가계부채는 유례없는 규모로 증가하고 있고 각종 사회정책에서 배제된 비정규직과 청년, 자영업자들은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밀려나고 있다. 정부에서는 출구전략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생겨난 양극화와 복지축소는 향후 우리 사회의 큰 갈등요소가 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 시기 기업과 정부의 책임을 높이는 것과 경제시스템을 복지와 노동자의 생산성에 기반을 둔 복지국가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문제는 대중적인 구호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성장해 나가기 위해 필연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경로다.
시민회의의 건강보험 하나로 정책의 기본 배경은 사회연대전략에 있다. 복지국가 건설에 대한 국민들의 공동책임을 주장하면서 국민들의 양보를 토대로 국가와 기업의 양보를 견인해내자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는 강력한 국민적 지지에 기초한 진보정당과 노동운동이 사회적 합의를 이룰 때 가능한 전략이다. 국민들이 복지확대에 관심을 갖고 스스로 주장하는 것과 국민이 먼저 보험료를 인상하겠다고 주장하는 운동은 다른 문제이다. 현시점에서 국민들에게 제안하고 함께해야 할 운동은 신자유주의 경제운영의 실패와 그로 인한 양극화에 대한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국민들의 희생에 따른 경제적 성과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국민들의 요구 수준에서 나와야 한다. 우리나라의 의료는 짧은 시간 동안 급속도로 성장해왔다. 반면 의료시스템은 의료수준의 발전속도에 맞지 않는 불평등하고 낭비적인 시스템을 개선해오지 못했다. 현재, 모순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향후 의료문제는 미국보다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시민회의가 공격적으로 운동을 전개하는 배경에는 그동안의 의료개혁운동이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는 반성도 깔려 있다. 타당한 지적이다. 안티운동이 아닌 대안운동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대안운동은 더욱 합리적인 대안을 필요로 한다. 대안의 기준은 단지 대중의 지지도만이 아니다. 합리적 의료시스템의 개혁을 달성하기 위한 해법이 담겨 있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주장을 선명하게 하는 원포인트 운동이 갖는 대중적 장점도 있으나 합리적인 논쟁을 통한 광범위한 압박세력 없이 하나의 정책으로만 수용될 경우 포퓰리즘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 경우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모순은 더욱 고착화될 수도 있다. 이것이 지난 의료운동 과정에서 건보통합운동의 성공과 의약분업운동의 실패가 보여주는 역사적 교훈이다. 의료개혁운동은 광범위한 지지세력을 확대하면서 포괄적인 개혁을 달성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의료개혁방향에 대한 사회적 논쟁과 대중적 참여 속에서만 달성될 수 있다. 시민회의의 주장이 넓은 범위의 사회적 논쟁과 의료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얻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은경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원 ※ ‘싱크탱크 맞대면’은 한국 사회 과제에 대한 정책대안을 고민하는 연구기관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집니다. 다양한 정책현안들에 대한 기관의 연구성과를 원고지 10장 분량의 간결한 글로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두뇌집단이 내놓은 제안이나 자료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안제시도 좋습니다. 문의와 원고는 한겨레경제연구소(heri@hani.co.kr)로 보내 주십시오.
시민회의의 건강보험 하나로 정책의 기본 배경은 사회연대전략에 있다. 복지국가 건설에 대한 국민들의 공동책임을 주장하면서 국민들의 양보를 토대로 국가와 기업의 양보를 견인해내자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는 강력한 국민적 지지에 기초한 진보정당과 노동운동이 사회적 합의를 이룰 때 가능한 전략이다. 국민들이 복지확대에 관심을 갖고 스스로 주장하는 것과 국민이 먼저 보험료를 인상하겠다고 주장하는 운동은 다른 문제이다. 현시점에서 국민들에게 제안하고 함께해야 할 운동은 신자유주의 경제운영의 실패와 그로 인한 양극화에 대한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국민들의 희생에 따른 경제적 성과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국민들의 요구 수준에서 나와야 한다. 우리나라의 의료는 짧은 시간 동안 급속도로 성장해왔다. 반면 의료시스템은 의료수준의 발전속도에 맞지 않는 불평등하고 낭비적인 시스템을 개선해오지 못했다. 현재, 모순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향후 의료문제는 미국보다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시민회의가 공격적으로 운동을 전개하는 배경에는 그동안의 의료개혁운동이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는 반성도 깔려 있다. 타당한 지적이다. 안티운동이 아닌 대안운동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대안운동은 더욱 합리적인 대안을 필요로 한다. 대안의 기준은 단지 대중의 지지도만이 아니다. 합리적 의료시스템의 개혁을 달성하기 위한 해법이 담겨 있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주장을 선명하게 하는 원포인트 운동이 갖는 대중적 장점도 있으나 합리적인 논쟁을 통한 광범위한 압박세력 없이 하나의 정책으로만 수용될 경우 포퓰리즘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 경우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모순은 더욱 고착화될 수도 있다. 이것이 지난 의료운동 과정에서 건보통합운동의 성공과 의약분업운동의 실패가 보여주는 역사적 교훈이다. 의료개혁운동은 광범위한 지지세력을 확대하면서 포괄적인 개혁을 달성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의료개혁방향에 대한 사회적 논쟁과 대중적 참여 속에서만 달성될 수 있다. 시민회의의 주장이 넓은 범위의 사회적 논쟁과 의료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얻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은경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원 ※ ‘싱크탱크 맞대면’은 한국 사회 과제에 대한 정책대안을 고민하는 연구기관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집니다. 다양한 정책현안들에 대한 기관의 연구성과를 원고지 10장 분량의 간결한 글로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두뇌집단이 내놓은 제안이나 자료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안제시도 좋습니다. 문의와 원고는 한겨레경제연구소(heri@hani.co.kr)로 보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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