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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지방정부가 기후변화대책의 최전선이다

등록 2010-06-20 18:13수정 2010-06-20 18:13

미국 캘리포니아주 1인당 연간 전력소비량
미국 캘리포니아주 1인당 연간 전력소비량
미 LA ‘전력녹색가격 구매제’ 등
국외성공사례 지자체 노력이 우선
재생에너지 확대등 초기비용부담
4대강 예산 전환으로 충분히 가능
[싱크탱크 맞대면] 지자체 온실가스관리 어떻게?

기후변화가 삶을 위협하고 있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지방정부의 변화에 희망을 걸고 싶다. 유럽과 미국, 일본의 많은 성공사례는 이들의 노력과 주민 참여로 가능했다.

기후변화가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그럼에도 어떻게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을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그냥 텔레비전 조금 덜 보고, 일주일에 한 번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으면 되는 걸까? 에너지 절약 이야기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들었던 말이다. 전혀 새로울 것도 위기감을 느낄 만한 것도 없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지방정부의 변화에 희망을 걸고 싶다. 이유는 유럽과 미국, 일본의 많은 실천적 성공사례가 지방정부의 노력과 주민의 참여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미국이 교토의정서 서명을 거부하고 있는 동안, 미국의 많은 주정부와 도시들은 기후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시는 전력 녹색가격 구매제도(Green Pricing)를 도입했다. 이는 시민들이 그린에너지(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를 일반 전력가격보다 고가에 구매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깨끗한 에너지를 높은 가격에 구매하겠다는 일종의 윤리구매의 한 모습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생산을 확대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버클리시는 퍼스트 프로그램(FIRST Program)을 도입했다. 태양광 시설을 시민들이 설치하고자 할 때 초기의 높은 설치비가 부담이었다. 퍼스트 프로그램은 시에서 100% 시설 설치비를 지원하고, 상환은 20년 동안 재산세에 포함해서 환수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을 2008년 8월에 소개한 뒤, 5억달러에 이르는 태양광발전시설 보급이 가능했다.

콜로라도 볼더시는 녹색포인트 프로그램(Green Points Program)을 도입했다. 볼더는 미국에서 최초로 주거용 녹색건물을 의무화한 도시다. 볼더에서 집을 새로 지으려면, 여러 방법을 통해 녹색포인트를 얻어야 건축허가가 나온다. 녹색포인트를 얻는 방법은 물의 효율적 이용, 에너지 절약방법 도입, 친환경 건축재료 사용, 폐기물 재활용 등을 통해 가능하다. 또한 볼더는 2006년 유권자 58%의 동의로 미국에서 처음으로 탄소세를 도입했다.

캘리포니아 샌타모니카시는 2020년까지 도시 내에서 사용하는 전력 100%를 도시 안에서 자체 생산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샌타모니카 시장은 태양광시설을 설치하는 가정에 직접 감사편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캘리포니아의 연간 전력소비량을 보면, 1인당 전력소비량이 지난 30년간 늘어나지 않았다. 동일한 기간에 미국 일반국민들의 전력소비량은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보조금을 지급하여 고효율 에너지 제품 사용을 독려했고, 빌딩을 새로 짓거나 발전소를 만들 때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설계를 했다. 또한 이러한 사업들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전력 판매 시 1㎾당 4센트의 돈을 부과하여 이를 재원으로 마련했다. 이런 접근은 결국 에너지 절약을 위한 사업들의 지속적인 재원이 되어 주었다. 교통 개선도 있었다. 차량에너지 효율을 2배로 높였고 대중교통과 자전거 이용을 늘렸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정부는 4대강 사업이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저탄소 녹색성장 사업이라 말한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이 정책으로 과연 석유 사용량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만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저탄소 정책이라 하겠다.

기후변화의 문제는 에너지의 문제이다.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23%를 차지하는 가정, 상업건물 분야의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한다. 이는 건물에너지효율화 사업과 신축건물의 화석에너지 제로 사용(제로에너지 하우스, 패시브 하우스 등)으로 가능하다. 이를 위해, 각국에서는 주택의 에너지 사용량을 진단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건물 단열 등급 인증서 제도를 운영하여 부동산 거래 때 주택가격에 에너지 효율 등급이 반영되도록 하고 있다.


한국인 1인당 전력 소비량 변화
한국인 1인당 전력 소비량 변화
제조업이 쇠락한 영국의 경우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건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40~45% 정도로 높다. 영국 정부는 2016년 이후 신규주택은 탄소 발생이 없는 무탄소 주택으로 짓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엄격한 규정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이미 영국 내에 베드제드(BedZED)와 같은 무탄소 주택이 건설되고 있으며, 기술적으로나 경제성 측면에서도 사업타당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에너지 생산 측면이다. 건물을 개선하여 냉난방에너지를 줄인다 해도, 전력(전기) 등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는 에너지 생산 효율성이 높은 열병합발전과 자연의 에너지인 재생에너지로 생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초기 시설비용이 필요하다. 초기에 일정 시설비를 들이면 수익은 순차적으로 발생한다. 이때 기후보호 기금이 있을 경우, 다양한 융자 및 지원 프로그램 운영으로 시민들의 초기 시설비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많은 도시들이 기후보호 기금을 운영하고 있는 이유이다. 앞서 언급한 캘리포니아주도 좋은 사례이며, 독일 하노버시의 경우 하노버와 지역전력회사, 하노버 소속 공기업, 5개 하노버 위성도시 등이 협력하여 기후보호기금(proKlima·Pro-Climate Fund)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앙정부 예산 가운데 4대강 예산과 이런저런 저탄소 시범사업 예산들을 기후보호기금으로 묶어 다양하게 활용한다면 더욱 큰 효과와 녹색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 기대한다.

제품의 소비를 통해서도 기후변화를 줄일 수 있다. 탄소마일리지(제품의 생산부터 소비까지 발생하는 탄소의 양을 나타내는 표시)가 낮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그것이다. 개인뿐 아니라 행정도 가능하다. 대부분의 나라가 국내총생산(GDP)의 15~20%를 공공구매에 지출하며, 지방정부도 이와 유사하다. 이 때문에 공공구매 시 탄소배출이 적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구매의 변화는 기업의 생산방식에까지 커다란 변화를 일으킬 것이기에 더욱 중요하다.

홍선 희망제작소 뿌리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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