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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토건사업 줄이면 1인당 500만원 복지확대 가능

등록 2010-05-30 17:37수정 2010-05-30 21:25

토건사업 줄이면 1인당 500만원 복지확대 가능
토건사업 줄이면 1인당 500만원 복지확대 가능
[싱크탱크 맞대면] 지방정부 재정과 복지정책
지자체 예산집행액의 80% 이상
도로건설 등 ‘개발 공약’ 관련돼
단체장 평가 ‘삶의 질’에 맞춰야




현재 각종 토론에 나온 지자체 후보들도 지방정부의 재정부족 때문에 지역주민들을 위한 보편적 복지를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방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지난 총선에서 뉴타운 공약이 전체 선거판을 싹쓸이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잔여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의 성격 차이가 다소 드러나긴 하지만 올해는 여야 모두 복지를 강화하겠다는 공약이 대세이다. 그러나 어느 후보도 그 공약들을 추진하는 데 소요될 재원 대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상대편을 향해 무책임하다고 비난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가 매우 낮다. 지난해 전국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53.6%이다. 지방정부 예산의 절반 정도가 중앙정부의 지방교부예산으로 충당되고 있다. 지난해 국회 예산정책처의 자료를 보면 이미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6곳은 자체사업 가용재원이 전체 세입의 1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246개의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올해 지방세로 공무원들의 월급도 충당하지 못하는 곳이 137개에 이른다. 현재 각종 토론에 나온 지자체 후보들도 지방정부의 재정부족 때문에 지역주민들을 위한 보편적 복지를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수집·정리한 자료를 보면, 인구 16만7000명인 경북 ㄱ시의 경우 전체 1년 예산은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6836억원으로 어린아이와 노인인구를 포함해 인구 1인당 409만3000원의 예산이 배정되어 있다.(4인가족 기준 1년에 1600만원) 인구 6만명이 채 되지 않는 전북 ㄴ군의 경우에도 1년 예산이 3206억원으로 주민 1인당 1년에 534만원(4인가족 기준 가구당 2136만원), 인구 41만명인 경기도 ㄷ시의 경우 1조1729억원으로 주민 1인당 285만6000원(4인가족 기준 1142만4000원)의 예산이 지출됐다.

이렇게 많은 예산이 집행돼도 지역주민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 예산의 상당부분이 건설 및 토목 관련 분야에 지출되기 때문이다. 수송 및 도로교통 예산, 국토 및 지역개발 예산, 그리고 자치단체장의 공약사업비로 지출되는 기타예산 등을 합할 경우, 경북 ㄱ시는 전체 예산의 32%, 전북 ㄴ군은 24%, 경기도 ㄷ시는 무려 46%를 차지한다. 지방들의 경우 개별 가구에 돌아갈 예산 중 400만~500만원 정도가 지역의 건설 및 토목 사업에 배정된다.

현재 사회복지 예산은 대부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의료급여법, 영유아보육 관련법에 따라 중앙정부의 예산에 대응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분담금에 해당한다. 지방정부의 자율권이 거의 없는 경직성 예산들이다. 경직성 지출 외에 주민들을 위한 복지 명목으로 배정되는 예산들도 대부분 노인복지시설이나 장애인시설 등 실제적으로는 각종 건설 및 건축 관련 예산들로 집행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 관련 예산(문화시설 건립, 관광지 진입도로 건설), 사회복지 관련 예산(각종 복지관 건립), 환경보전 관련 예산(소각장·매립장·하천개발 등)도 실제 내용은 건설 및 토목 관련 예산인 경우가 많다.

이미 기획예산처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함께 평가한 우리나라 사회간접자본(SOC)의 축적도 평가를 보면, 2004년 당시 도로는 이미 120% 과잉된 상태였다. 국내선 공항도 더는 투자가 불필요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전국 224개 기초지자체들의 공약 관련 예산 집행액의 80% 이상이 개발 관련이다. 공약사업 둘 중 하나가 건설교통 관련이었고, 넷 중 하나가 도로건설 사업이다.


반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0년 사회복지지출의 국제비교연구를 보면, 한국의 사회복지지출 수준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95%이고, 공공복지지출 수준은 지디피 대비 8.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6%)의 절반도 안 된다. 30개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었다. 우리 국민의 삶이 고달픈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발상의 전환을 주장한다. 우선 2차선인 지방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하는 것만 몇 년 늦출 정도의 불편함을 주민들이 감수해 준다면, 지자체마다 매년 수백억원의 예산을 지역주민들의 실질적인 생활개선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해마다 연말에 부수고 새로 포장하는 보도블록 비용만 절감해도 우리 아이들이 공부하는 데 필요한 각종 부교재와 준비물을 모두 무상으로 지원할 수 있다. 아침에 등교하는 아이들과 엄마가 씨름하지 않아도 된다. 무상급식은 물론, 신생아가 있는 모든 가정에 육아지원 도우미와 보육교사를 파견할 수도 있다. 미분양 다세대주택을 싸게 매입해 지역주민들의 전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연간 1조원에 이르는 경기도 ㄹ시의 중기재정계획(2009~2013년)을 근거로 절감할 수 있는 재원을 분석한 결과, 중앙정부의 특별교부금 등을 제외한 경상사업 및 일반회계 부분에서만 향후 5년간 8273억원의 절감이 가능한 것으로 나왔다.

도로·보도 포장·보수, 도로시설물 및 전기시설물 설치와 유지·보수 등 수송 및 교통 분야 경상사업 중 시비(1093억원), 골프장 삼거리 입체화 공사 등 각종 도로개설공사 중 시비 지출액(1928억원), 교차로 개선과 전철선 반지하화 사업(2100억원) 등 이들 토목과 건설 예산을 10%씩만 절감하여도 매년 800억원 이상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하토야마 정부는 지역주민들에게 공무원들이 예산을 설명하고, 주민들의 동의를 받지 못하는 예산은 삭감하는 방식의 ‘체육관 예산’ 심의를 통해, 토목과 건설 예산의 18%를 삭감했다. 중학교 졸업 전까지 1명당 연간 31만2000엔을 아이가 있는 모든 가구에 지원하도록 하는 아동수당 제도를 도입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누리집을 보면, 자치단체장들의 공약사업 실천율을 사업추진율, 도로포장률, 건물완공 여부 등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제는 이런 평가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지역주민들이 지금까지 개별 가계에서 직접 지출하던 비용이 지방정부의 노력으로 얼마나 경감되었는지, 이로 인해 가구당 가처분소득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몇 개나 되었는지 등의 실질적인 ‘삶의 질 개선’과 관련된 실적으로 평가되도록 요구하고 감시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매년 다양한 명목으로 내 주머니로 들어올 500만원 정도의 예산이 엉뚱한 데로 지출돼 제2, 제3의 당진군수를 계속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위원

※ ‘싱크탱크 맞대면’은 한국 사회 과제에 대한 정책대안을 고민하는 연구기관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집니다. 다양한 정책현안들에 대한 기관의 연구성과를 원고지 10장 분량의 간결한 글로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두뇌집단이 내놓은 제안이나 자료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안제시도 좋습니다. 문의와 원고는 한겨레경제연구소(heri@hani.co.kr)로 보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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