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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프트’는 고분양값 대가…금융규제정책 권장할만

등록 2010-05-23 18:11수정 2010-05-27 17:25

‘시프트’는 고분양값 대가…금융규제정책 권장할만
‘시프트’는 고분양값 대가…금융규제정책 권장할만
[싱크탱크 맞대면] ‘보금자리주택·시프트’의 함정
최근 집값 하락에 기여했지만
‘분양가 상한제’보다 크게 후퇴
오세훈 시장 실적 과대평가 돼




진보진영 일부 인사들이 보금자리주택과 서울시의 장기전세주택(시프트)에 대해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주장들은 근거가 있는 것일까.

극히 소수이긴 하지만 진보진영 일부 인사들이 보금자리주택과 서울시의 장기전세주택(일명 시프트·SHIFT)에 대해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전자는 획기적인 방식으로 가격 하락을 가져왔고, 후자는 공영임대주택 확산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노무현 정부가 못한 일을 이명박 정부가 했다는 사람도 있다. 이런 주장들은 근거가 있는 것일까.

필자 또한 최근 집값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가 저렴한 보금자리주택 공급이라는 주장에 동의한다. 그러나 획기적인 부동산 해법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보금자리주택은 노무현 정부 후반기에 대한주택공사가 내놓은 이른바 ‘주공식 반값 아파트’를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한 뒤 수용한 것이다. 당시 주택공사는 정부가 택지 조성에 필요한 기간시설비 대부분을 혈세로 충당한다면 주변 시세보다 30% 더 낮은 아파트도 내놓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정책은 90년대 중반까지 시행된 ‘분양가 상한제’에서 크게 후퇴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90년대에는 도심 그린벨트를 훼손하지도 않았고, 국민임대주택 단지를 대폭 줄이지도 않았으며, 매년 수조원의 혈세를 투입하지도 않았다. 그러면서도 당시 정부는 서울시 아파트 피아이아르(PIR·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를 반 토막 내는 데 성공했다. 91년과 97년 사이 가계소득이 2배 오를 때 아파트 가격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정부가 아파트 공급을 확대하되 분양가 상한제라는 안전망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일부 사람들은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에스에이치(SH)공사가 공급하는 장기전세주택에 대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이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예컨대 에이(A) 시장은 저소득층을 위해 국민임대주택 1만가구를 공급하고, 비(B) 시장은 동일한 재원으로 중간층들을 위해 장기전세주택 6000~7000가구를 공급한다 하자. 비 시장이 특별히 칭찬받을 만한가?

에스에이치공사가 펴낸 를 보면 오세훈 시장의 시프트가 특별히 과대평가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에스에이치공사의 임대주택 공급실적을 보면 오 시장의 실적이 특별히 좋은 것이 아니다. 실적을 4년 단위로 쪼개 보면 에스에이치공사의 임대주택은 90년과 93년 사이 연평균 5508가구, 94~97년 4782가구, 98~01년 4861가구 공급되었다. 반면 이명박 시장 재임 시절에는 그 실적이 1997가구로 떨어졌고, 오세훈 시장 재임기(전반기)에도 연평균 4402가구에 그쳤다. 오세훈 시장의 실적에 특별히 박수를 보낼 만한 근거는 없다.


또 시프트 공급으로 인한 약간의 혜택 또한 고분양가라는 희생의 대가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에스에이치공사가 공개한 장지지구 분양원가와 실제 분양가를 보면 평당 400만원 정도의 차이가 난다. 33평 아파트를 분양했다면 평당 1억3200만원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그 차액은 어디에 쓰였을까.


SH공사의 임대주택 연평균 공급실적
SH공사의 임대주택 연평균 공급실적
토지주택공사와 서울시 에스에이치공사의 손익계산서를 분석해보면 둘 다 국민임대주택이나 장기전세주택을 짓는 재원을 분양주택 수입으로 충당한다. 두 공사의 매출액과 매출원가를 비교해 보면 아주 유사하게 120%로 나타난다. 매출원가 대비 20%의 수익률을 남겨 임대주택도 짓고 인건비도 지급하고 세금도 내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공기업 수익구조가 고분양가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임대주택 건설, 유지, 관리비용의 상당 부분을 분양주택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분양가가 높아졌다. 공기업의 이런 고분양가는 민간기업 분양가를 끌어올리는 선도주 구실을 한다.

물론 오세훈 시장이 이런 구조를 혁파하지 못했다 하여 그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의 능력 밖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국민임대를 공급하려 했던 노무현 대통령보다 많은 시프트를 공급하려 하는 오세훈 시장이 더 낫다는 사람들의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필자 또한 재임 기간 제때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한 노 대통령을 무작정 비호할 생각은 없다. 일국의 지도자는 정책의 의도와 무관하게 나쁜 결과가 나왔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그에 대한 실망이 너무 컸던 탓일까. 그에 대한 지나친 과소평가가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에 대한 지나친 과대평가를 불러오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에 권장할 만한 바람직한 부동산정책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필자는 90년대 큰 성과를 거둔 분양가 상한제와 2000년대 여러 시기에 위력을 발휘한 금융규제정책을 우선적으로 권장한다.

분양가 상한제의 효과는 앞에서 서술한 바와 같고, 금융규제정책은 비용이 적게 들고 효과도 즉각적이며, 강도 조절도 쉽고 기득권층의 저항도 심하지 않다는 장점을 가진다. 2006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주도한 뉴타운정책에 의해 촉발된 부동산광풍을 잠재운 것도 금융규제정책이었다. 특히 2007년 벽두에 국민은행이 발표한 대출기준 강화방침은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2006년 11월 3만가구까지 근접했던 서울시 아파트 거래량은 이듬해 2월 7000가구까지 떨어졌다.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얻은 경험만큼 귀중한 자산도 없다. 부동산정책도 90년대 이후의 경험을 충분히 살려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효과를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

※ ‘싱크탱크 맞대면’은 한국 사회 과제에 대한 정책대안을 고민하는 연구기관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집니다. 다양한 정책현안들에 대한 기관의 연구성과를 원고지 10장 분량의 간결한 글로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두뇌집단이 내놓은 제안이나 자료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안제시도 좋습니다. 문의와 원고는 한겨레경제연구소(heri@hani.co.kr)로 보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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