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변동성 키우는 외국자본 통제장치 마련해야
[싱크탱크 맞대면] 증권시장 건전화의 조건
외국인 단기매매에 시장 출렁
외자 유출입 통제로 위험 줄여
장기투자 유도해야 증시 건전
외국인 단기매매에 시장 출렁
외자 유출입 통제로 위험 줄여
장기투자 유도해야 증시 건전
한국 주가지수는 외국인 자금 흐름과 정확히 동조화되어 있다. 세계화된 자본시장에서 한국만 예외일 수는 없지만 생산적 투자행위가 이루어지게 할 방법은 뭘까 4월 말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남유럽발 재정위기는 세계 증시와 한국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며 주가 하락 행진을 촉발시키고 있다. 2월 이후 두 달 동안 무려 200포인트 이상 상승하던 가운데 주식 투자자들이 품었던 기대는 다시 한 번 꺾이게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딛고 반등을 시작해 고점을 찍었던 지난해 9월 이후 한국 증시는 1500~1750 사이를 주기적으로 오르내리며 단기 등락을 반복했고 3~4월의 랠리도 그 한계를 넘지 못했다. 당분간 이런 변동성은 지속될 것이다. 통상 실물경제를 선행적으로 반영하여 움직인다는 주가는 기본적으로 상장기업들의 실적과 실물경기를 반영하면서 움직인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실물경기에 따라 증시가 움직인다는 공식은 완전히 깨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국 증시는 국내 실물경기보다는 뉴욕 증시의 변동에 따라 움직이게 됐다. 금융위기가 정점에 이르렀던 2008년 하반기 이후 뉴욕 증시와 한국 증시는 거의 실시간으로 동조화됐다. 여기에 경기회복 동력으로 중국이 급부상했던 지난해부터는 뉴욕 증시와 함께 상하이 증시의 영향까지 동시에 받게 됐다. 국외 변수에 복합적으로 동조화되며, 한국 증시가 한국 실물경기가 아니라 미국과 중국 실물경기에 따라 등락을 하게 된 것이다. 2009년 12월 이후 그리스를 필두로 유로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시차를 두고 확산되자 한국 증시는 아예 미국, 중국, 유럽 시장 가운데 어느 한곳에서 불안 요인이 발생해도 곧바로 영향을 받는 구조가 됐다. 미국의 금융규제, 중국의 긴축정책, 유럽의 재정위기라는 3대 국외 요인이 향후 한국 증시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금리인상과 연동된 가계부채나 부동산 동향 같은 국내 변수가 추가되고 속성상 특정하기 어려운 투기적 펀드가 가세하면 불안은 더욱 증폭된다. 한국 증시가 외국 금융시장에 다면적으로 동조화되는 가장 큰 이유는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 자금의 영향력이 거의 절대적인 요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전에도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지금의 32%보다 더 많았다. 최고점을 기록했던 2004년에는 시가총액의 42%가 외국인 소유였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외국인은 비교적 안정적 투자 포지션을 취한 편이었다.
당시에 외국인의 순매수 편차는 월간 5000억원 안팎이었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7년 이후에는 무려 1조원에 이르는 편차로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는 단기적인 매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7일 하루에만 외국인이 무려 1조2000억원 이상의 순매도를 기록한 사실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결국 금융위기 이후 주가가 폭락했던 2008년 10월, 다시 급반등했던 2009년 2~3분기, 그리고 등락을 반복하는 올해 상반기 한국 증시의 흐름은 외국인의 단기적인 매매 패턴에 의한 결과다. 그리고 그 절반은 월가 자금이다. 그림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외국인 순매수 흐름과 주가지수는 정확히 동조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주가가 급변동하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은 4월까지 순매수한 주식 11조원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4조원 이상을 5월 보름 만에 팔아치웠고, 그 결과 주가는 100 정도 빠졌다. 외국인이 판 주식을 사들인 것은 국내 개미 투자자들이었다. 대개 외국인이 국외 동향을 감지하여 먼저 움직이면 나중에 국내 개미들이 뒤따르는 것이 최근의 증시 패턴이다. 아무리 잘해도 따라 하는 게임은 이기는 게임이 될 수 없다. 실제 지난 2년 동안 개미 투자자들의 평균적인 손익계산서는 ‘손해’였다. 이미 세계화된 자본시장에서 한국 주식시장만 안정세를 보일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 증권시장이 국내 실물경제를 기반으로 움직이도록 하면서 생산적인 투자 행위가 이루어지도록 하려면 적어도 외국인에 좌우되는 한국 증시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외국인을 주식 상승을 견인하는 긍정적 주체로 인식하기 이전에 변동성과 폭락을 키우는 위험한 존재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단기화되는 외국인의 눈치를 잘 살피고 남보다 먼저 이들을 뒤쫓는 것이 주식 재테크라고 한다면 그것은 더는 정상적 투자가 아닐 것이다. 더욱이 변동장세를 활용한다며 현물주식거래가 아닌 주식 관련 각종 파생상품 투자에 눈을 돌린다면 그것은 이미 카지노 판에 뛰어든 것이다. 이제는 국제통화기금(IMF)까지 나서서 외국 자본에 대한 적절한 유출입 통제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단기 유동성을 줄이고 장기적 투자를 유도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이 국제통화기금의 설명이다. 한국의 개미 투자자들이 정상적이고 정당한 재테크 행위로 주식 투자를 하고 싶다면 먼저 외국자금 유출입에 대한 적절한 통제 장치를 요구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한국 증권시장이 더는 외국인에게 농락당하는 투기판이 아니라 건전한 투자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 ‘싱크탱크 맞대면’은 한국 사회 과제에 대한 정책대안을 고민하는 연구기관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집니다. 다양한 정책현안들에 대한 기관의 연구성과를 원고지 10장 분량의 간결한 글로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두뇌집단이 내놓은 제안이나 자료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안제시도 좋습니다. 문의와 원고는 한겨레경제연구소(heri@hani.co.kr)로 보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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