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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베트남처녀 비하에 분노할뿐 반한감정은 없다”

등록 2006-05-02 16:36수정 2006-05-02 17:28

레호앙 편집국장
레호앙 편집국장
베트남 유력지 편집국장 ‘한겨레’에 글 보내 ‘분노’ 설명
지난 4월21일 <조선일보>에 사회면 머릿기사로 보도된 “베트남 처녀들, 희망의 땅 코리아로” 라는 제목의, 한국 남성들의 베트남 국제결혼 르포에 대해 베트남의 항의가 간단치 않다. 4월25일 한국에 유학중인 베트남인들이 조선일보사 앞에서 규탄 시위를 하는가 하면, 베트남여성연합회 하티키엣 주석과 보반끼엣 전 베트남 총리가 분노와 치욕감을 토로하는 등 외교문제로 비화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베트남 현지의 안태성 한국대사관 공보관은 지난달 27일 <한겨레>에 “26일 베트남 외교부를 찾아가 이 문제를 협의했다”며 “베트남에서 좋았던 한국에 대한 인상을 이번일로 그르칠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의 유력신문인 <뚜오이쩨신문> 레호앙 편집국장이 <한겨레>에 직접 기고를 보내, 이 문제에 대한 베트남인들의 우려와 분노를 전달했다. <뚜오이쩨신문>은 베트남의 유력 관영언론이다.

레호앙 편집국장은 <한겨레>에 보낸 기고에서 조선일보에 대한 베트남 사회의 분노를 ‘베트남내 반한 감정’으로 몰고가는 것에 대한 우려와 함께, 베트남인들이 무엇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지를 밝혔다.

레호앙 편집국장은 <한겨레> 기고에서 “최근 한국의 몇몇 일간지가 우리의 이런 반응을 ‘반한 감정’으로 몰아가고 있는 점에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우리는 한국의 일부 결혼 중개업체가 우리 여성을 마치 상품처럼 다루는 것과 광고를 통해 우리 여성을 노골적으로 비하한 것을 두고 분노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를 더욱 분노하게 하는 것은 〈조선일보〉에 실린 ‘베트남 처녀들, 희망의 땅 코리아로’라는 기사”로 “베트남에서 이뤄지는 국제결혼 과정을 다룬 이 기사는 무책임한 논조로 일관하면서 방관적 태도를 보였으며, ‘맞선 현장’의 사진에서 베트남 여성들의 얼굴을 그대로 노출시켜 인권과 인격을 침해하고, ‘한국의 왕자님들, 우리를 데려가 주오’라는 설명을 붙여 우리 여성을 비하했다”고, 분노의 대상을 지목했다. 그는 이 기사에 대해 조선일보에 공식사과를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신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레호앙 편집국장은 ‘베트남에 반한감정 없다’는 제목의 기고에서 “뚜오이쩨신문은 물론 베트남의 어떤 언론도 한국인을 비난한 적이 없다”며 ‘베트남에 ‘반한감정’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선일보의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중단을 교구하고, 한국과 베트남 사이의 우애를 키워 함께 미래를 열어가자고 기고에서 주장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아래는 레호앙 <뚜오이쩨> 편집국장이 보내와, <한겨레> 2일치에 실린 내용 전문이다.




[기고] 베트남에 반한감정 없다 / 레호앙 베트남 <뚜오이쩨신문> 편집국장

친애하는 한국 친구들에게!

저는 베트남 〈뚜오이쩨신문〉의 편집국장 레호앙입니다. 〈한겨레〉 지면을 빌려서 한국 국민 여러분께 따뜻한 우애의 인사를 전합니다.

최근 베트남에서는 우리 여성들이 한국 남성과 결혼하는 문제를 두고 많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국제결혼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다만 몇몇 사람이 자기 이익을 위해 베트남 여성을 상품화해 온 사실에 분노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들은 베트남 여성을 상품처럼 진열해 놓고 마음대로 골라가게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절대 사랑을 바탕으로 한 결혼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런 일들이 베트남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통 도덕에도 어긋나는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베트남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참을 수 없는 아픔을 느낍니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치욕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우리가 당연히 감당해야 할 고통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땅에서 이런 일들이 독버섯처럼 자라나는데도 방치한 우리 자신에 대한 뼈아픈 자성도 함께 일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언제까지나 이 치욕과 고통을 견뎌낼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최근 한국의 몇몇 일간지가 우리의 이런 반응을 ‘반한 감정’으로 몰아가고 있는 점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이런 오해를 풀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왜 분노하는지, 무엇에 분노하는지 밝히고자 합니다. 우리는 한국의 일부 결혼 중개업체가 우리 여성을 마치 상품처럼 다루는 것에 분노합니다. 우리는 그들이 한국에서의 광고를 통해 우리 여성을 노골적으로 비하한 것을 두고 분노합니다. 우리는 한국 결혼 중개업체들이 베트남에서 불법적인 활동을 한 것을 두고 또한 분노합니다.

우리를 더욱 분노하게 하는 것은 〈조선일보〉에 실린 ‘베트남 처녀들, 희망의 땅 코리아로’라는 기사입니다. 베트남에서 이뤄지는 국제결혼 과정을 다룬 이 기사는 무책임한 논조로 일관하면서 방관적 태도를 보였으며, ‘맞선 현장’의 사진에서 베트남 여성들의 얼굴을 그대로 노출시켜 인권과 인격을 침해하고, ‘한국의 왕자님들, 우리를 데려가 주오’라는 설명을 붙여 우리 여성을 비하했습니다.

이 기사를 두고 베트남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비판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뚜오이쩨신문은 수백만 독자를 대신해서 이 기사에 대한 조선일보의 공식사과를 요청한 바 있으나 아직 어떠한 답신도 받은 바 없습니다.

친애하는 한국 친구 여러분! 단지 이뿐입니다. 뚜오이쩨신문은 물론 베트남의 어떤 언론도 한국인을 비난한 적은 없습니다. 단언컨대 베트남에 ‘반한 감정’은 없습니다. 오히려 국경을 넘어 여성의 평등한 권리를 위해, 인간의 보편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한국의 ‘양심’들에 베트남인들은 감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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