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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백민의 해법기후] 빚더미 한국전력 문제의 해법

등록 2023-12-10 18:28수정 2023-12-11 02:39

한국전력공사 본사 사옥. 연합뉴스
한국전력공사 본사 사옥. 연합뉴스

김백민 |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창사 이래 200조가 넘는 부채에 허덕이던 한전의 주가가 최근 상승세이다. 한전이 잘해서일까? 물론 아니다. 이 상승세는 한전의 내부 노력과는 별개로 여러 외부 요인들에 기인하고 있다. 특히 올해 세 차례에 걸친 전기요금 인상이 주가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더불어, 세계 경제 둔화 우려로 하락한 유가와 환율 역시 전기 생산 비용 감소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빠르게 확대되던 적자폭에 정치권과 언론에 뭇매를 맞던 한전은 이제야 조금 한숨을 돌리는 형국이지만 그렇다고 상태가 과히 좋은 편은 아니다. 어떻게든 상황을 바꿔보기 위해 명예퇴직도 불사하고 있지만 거침없이 불어나는 적자폭을 줄이기엔 역부족이다. 정부는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고 국민들은 슬금슬금 오르는 전기요금에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한숨 돌린 지금이야말로 한전 문제의 원인을 짚어보고 해결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시기이다.

한전 적자의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국회에서 의원들이 질타하듯 정말 방만 경영이 주요 원인이었을까? 아니다. 사실, 한전 적자의 근본 원인은 경제논리에 입각해 들여다보면 간단하다. 전기를 비싸게 사와서 싸게 팔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손해가 누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싸게 파는 이유는 두말할 필요 없이 전력 시장에 정치가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한전은 지난 십수년간 몇 년을 제외하고는 원가보다 저렴한 전기를 우리에게 공급하고 있다. 특히 전쟁의 여파가 심각했던 지난해의 경우 원가회수율이 65%밖에 되지 않았다. 한전의 이러한 희생은 기업들의 빠른 성장에 큰 보탬이 되었고 국민들 역시 전기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누적되는 적자는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적자 누적의 더 심각한 이유는 한전이 전기를 너무 비싸게 사오는 데 있다. 한전은 원자력, 석탄화력, 천연가스 등을 사용하는 발전사들로부터 전기를 도매가격으로 구매하고 있다. 이때, 경제 논리와는 반대로 가장 비싼 비용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의 발전단가를 도매가격의 기준으로 삼는다. 이로 인해 천연가스 가격이 국제 정세 불안정 등의 이유로 폭등하는 시기가 오면 원자력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는 떼돈을 번다. 이들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기에 도매가격 상승이 큰 이익 창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소는 그렇다고 치고, 탄소중립시대의 대표 좌초자산인 석탄발전소가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의 최고 수혜자가 되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독자들은 이해가 되는가? 놀랍게도 이는 사실이다. 얼핏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렇게 전기 도매가격이 정해지는 이유는 국가가 안정적 전기 공급을 최우선시했기 때문이었다. 발전사들이 손해 보지 않는 가격으로 한전이 전기를 사줌으로써 전기가 안정적으로 공급되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정전율이 낮은 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고 있다. 화석연료 시대를 뒤로한 채 거대한 에너지 전환의 거센 파도가 우리를 덮치고 있고, 이 거대한 물결 앞에 거대 공룡 기업 한전은 갈 길을 잃은 채 국가의 가장 아픈 아킬레스건이 되어가고 있다. 정부는 거창하게 탄소중립을 외치기에 앞서 에너지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떼돈을 벌게 해주는 현행의 전력도매가격 제도부터 시급하게 손봐야 한다. 방향은 간단하다. 발전원별로 별도의 적정 단가를 산출하고 그대로 적용하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발전사들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두고 리스크가 큰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고, 국민 역시 좌초자산 배 불리는 전기요금 인상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당연히 탄소중립 역시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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