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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빨간 약과 파란 약 [빛으로 그린 이야기]

등록 2023-11-11 06:00수정 2023-11-11 12:14

[한겨레S] 빛으로 그린 이야기

영화 ‘매트릭스’는 1999년에 개봉했다.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기 직전, 기대와 혼돈이 상존했던 시기였다. 영화는 인간의 기억을 지배하는 가상현실(매트릭스) 안에서 주인공 네오가 자아 인식과 행동의 변화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진정한 자유를 찾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최근 더위와 추위가 극단으로 오가는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은 세심하게 준비하지 않은 총선용 정책을 남발했다. 무엇이 진정성 있는 정책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의 혼란이다. 2000년이 시작되면 새로운 숫자 체계 오류로 지구가 멸망할 거라는 종말론이 돌았던 세기말보다 더 혼돈스러운 시대인 것 같다.

영화 ‘매트릭스’ 중반부에선 모피어스가 자신을 찾아온 네오에게 파란 약과 빨간 약을 건넨다. “파란 약을 먹으면, 잠에서 깨어 일상으로 되돌아가 믿고 싶은 걸 믿으며 살게 된다”고 하고 “빨간 약을 먹으면 오직 진실만을 볼 수 있게 된다”고 했다. 혼돈의 시대에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사진은 금세기 최고의 미술작가로 불리는 구사마 야요이의 특별전시가 열리고 있는 제주 본태박물관 ‘점에 대한 강박-무한한 거울 방’에서 촬영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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