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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100년에 걸친 나고르노카라바흐의 비극 [유레카]

등록 2023-09-26 15:43수정 2023-09-27 02:38

남부 캅카스(코카서스)는 역사적으로 러시아와 이란, 튀르크 등 여러 세력이 각축을 벌여온 지역이다. 19세기 들어와선 러시아가 이곳을 장악했다. 러시아가 1917년 2월 혁명으로 제정이 무너지는 등 혼란을 겪는 틈을 타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조지아가 독립했다.

당시 신생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영유권을 놓고 다퉜다. 분쟁은 불과 몇년 뒤 볼셰비키가 남부 캅카스 지역을 차례로 점령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소련은 이 지역의 관할권을 아제르바이잔에 귀속시키면서 대신 지역 주민의 자치권을 광범하게 인정했다. 지리적으로 아제르바이잔 영토 안에 섬처럼 고립되어 있지만, 주민 대다수는 아르메니아계였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봉합은 60여년 만에 한계를 드러냈다. 1980년대 말 소련이 정치적으로 흔들리자, 나고르노카라바흐 의회는 “아제르바이잔과 결별하고 아르메니아와 통합할 것”을 선언했다. 이에 아제르바이잔이 분리독립을 탄압하고 나섰고 아르메니아는 이를 지원하면서, 민족 간 갈등이 고조됐다.

갈등은 1991년 말 소련 붕괴 이후 전면전으로 비화했다. 전쟁은 양쪽이 서로 인종청소와 집단학살을 자행해 수천명이 희생되는 재앙을 낳았다. 아르메니아는 아제르바이잔 영토의 20%를 점령하는 등 군사적으로 승리를 거뒀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1994년 러시아의 중재로 이뤄진 휴전협상 결과 아제르바이잔에 남게 됐지만 대신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받았다.

이후 러시아와 미국, 프랑스 등이 참여하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민스크 그룹’의 중재로 두 나라 사이의 평화협상 노력이 있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낳지 못했다. 오히려 양쪽의 갈등은 지속됐으며, 크고 작은 군사적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두 나라는 결국 2020년 9월 말 다시 전면전에 들어갔다. 6주간 이어진 2차 전쟁에선 아제르바이잔이 튀르키예의 지원을 받아 아르메니아에 빼앗겼던 주변 영토를 모두 되찾고 나고르노카라바흐를 압박했다.

최근 아제르바이잔은 3년 만에 테러 제거를 명분으로 군사를 일으켜 나고르노카라바흐를 공격했다. 무력충돌은 하루 만에 나고르노카라바흐군이 무장해제에 동의하면서 막을 내렸지만, 아제르바이잔군의 점령에 불안을 느낀 많은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아르메니아로 집단 탈출하고 있다고 한다. 다름을 존중하며 어울려 사는 건 언제나 가능한 걸까.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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