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에 시작된 아제르바이잔의 나고르노-카라바흐 회복 군사작전을 피하려는 이 지역 주민들을 러시아 평화유지군이 대피시키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제공
아제르바이잔 정부가 자국 영토 내에 있지만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다수인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 대한 군사 작전을 완료했다고 발표해, 이 지역을 둘러싼 분쟁이 다시 기로에 섰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20일 한 연설에서 “단 하루 만에, 아제르바이잔이 반테러 대책의 일환으로 설정한 모든 임무를 완수하고 주권을 회복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전날인 19일 아제르바이잔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 대해 폭격을 퍼붓는 등 군사작전을 벌였다.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르메니아계 자치정부는 아제르바이잔의 군사 작전이 시작된 이날 낮 러시아가 중재한 휴전안에 따라 민병대 무장해제에 동의했다. 아르메니아계 자치정부는 아제르바이잔으로 나고르노카라브흐의 “재통합”을 위한 아제르바이잔 정부와의 회담이 20일 시작된다고 밝혔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은 아제르바이잔 내에 있는 땅이지만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1991년 12월 소련 붕괴와 함께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독립했고, 이 지역은 양국 갈등의 불씨가 됐다. 이 지역의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은 국제적 승인 없이 자치를 유지해왔고,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이 지역 문제 때문에 1992~94년 그리고 2020년에 두차례나 전면전을 벌였다.
아제르바이잔은 2020년 전쟁에서 우위를 보여 나고르노카라바흐 주변 지역 영토를 아르메니아에서 되찾았다. 이후 최근 9개월 동안 나고르노카라바흐와 아르메니아를 잇는 유일한 통로인 ‘라친(라츤) 회랑’을 9개월간 봉쇄하며 전격적인 탈환 작전을 준비해온 것으로 보인다. 봉쇄로 인한 생필품 부족으로 고통받던 이 지역 12만명의 주민들은 저항을 포기했고, 아르메니아 정부도 개입을 하지않았다.
아제르바이잔은 터키의 지원을 받아왔고 아르메니아는 러시아가 주도하는 옛 소련 공화국들의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회원국으로 러시아가 지원해왔다. 하지만, 러시아는 지난해 2월 말 시작한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며 발목이 잡힌데다, 최근 아르메이나가 친서방 노선으로 돌아서자 이번 사태에서 거리를 뒀다. 이번 군사작전으로 10명의 민간인을 포함해 적어도 200명이 죽고 400명이 부상했다고 이 지역의 인권단체들은 밝혔다.
아제르바이잔이 나고르노카라바흐를 회복함에 따라, 소련 붕괴 뒤 30년 넘게 이어져 온 분쟁이 기로에 서게 됐다.
전날 이 전투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전국에 중계된 연설에서 아르메니아는 정부는 협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나, 아르메니아계 자치정부가 취한 결정을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나고르노카라바흐에 대한 아제르바이잔의 주권을 인정한 바 있는 그는 평화협상을 중재하는 러시아 평화유지군이 아르메니아계 주민의 안전을 보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서는 이틀째 나고르노카라바흐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을 보호하라는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면담에서 러시아는 “이 분쟁의 모든 당사자들과 매우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며, “우리가 긴장완화 및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 문제의 해결을 추구할 수 있을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제르바이잔 정부와 나고르노카라바흐 자치 정부 사이 평화회담을 통해 분쟁이 종식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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