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국가미래전략원 인구클러스터장
2분기 합계출산율이 0.7을 기록하면서 올해 합계출산율이 0.6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새로운 출산율 통계가 발표되면, 예외 없이 정부의 저출산 대응 정책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국가의 미래가 걸린 문제에 정부가 너무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질책부터, 천문학적인 예산을 썼는데도 효과가 없으니 굳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에 재원을 투입할 필요가 있겠냐는 회의론까지 그 내용은 다양하다.
그간 저출산 대응을 위한 정책적인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정부는 저출산 문제 완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시행해왔으며, 이러한 기조는 이번 정부에서도 유지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2024년도 저출산 대응 신규·보완 정책에 쓰일 예산으로 총 15조4천억원을 편성했다고 발표했다. 저출산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적은 예산과 아동수당 지급과 같은 기존 정책 예산을 제외한 금액이어서 아주 작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정책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왜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필자는 저출산 대응 정책의 실질적인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들, 다시 말해 현재의 정책이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그 중요한 이유의 하나로 꼽고 싶다.
정책 당국이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제까지 시행되어온 저출산 대응 정책은 실질적으로 ‘소득 중상위 계층’에 속하는 ‘결혼한 가구’를 주된 대상으로 설정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저출산 대응 정책의 핵심적인 사업인 아동에 대한 현금 지원, 아이 돌봄 서비스 확대, 보육시설의 양적 확대와 질적 개선, 육아휴직 급여와 지급 기간 확대 등은 모두 결혼해 가정을 꾸린 부부의 출산과 양육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상당한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주택구매 자금 지원 정책도 자녀를 출산한 가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 사업은 출산과 양육 부담을 줄임으로써 저출산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꼭 필요한 정책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들이 놓치고 있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다.
첫째, 결혼하지 않은 청년들은 여전히 저출산 대응 정책의 주된 대상에서 비켜나 있다. 한국과 같이 결혼이 출산의 전제 조건이 되는 사회에서는 결혼 감소가 출생아 수를 줄이는 중요한 요인이다. 필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발생한 출생아 수 감소의 약 85%는 결혼의 감소로 인한 것이었다. 25~39살 여성 중 결혼한 여성의 비율은 1991년 87%에서 2021년 43%로 떨어졌다. 결혼의 결정은 일자리의 질, 주거비용, 장래에 대한 전망과 같은 근본적인 사회경제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혼인과 출산이 별개의 선택으로 갈라지고, 결혼한 인구의 비율이 낮아진 상황에서, 결혼한 가구만을 대상으로 한 정책은 성공하더라도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둘째, 현행 정책은 소득이 낮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지 못하다. 저출산 대응 정책의 효과는 주로 출산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 즉 자녀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을 어느 정도 갖추어서 정부의 지원이 없더라도 출산을 고려했을 사람들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에서 출산의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소득 중상위 계층인 것으로 파악된다. 건강보험 전수자료를 이용한 필자의 연구 결과는 현금 지원과 보육 지원 정책이 주로 중상위 소득 가구의 출산율만을 높였음을 보여준다. 이는 대다수의 중간 이하 소득 가구가 출산의 경계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현재의 정책이 주는 혜택만으로는 자녀를 낳을 수 있는 형편에 도달하기 어려운 사정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금처럼 충분하지 않은 지원을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제공하는 정책은 출산을 고민하는 저소득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어렵다. 저소득 가구의 출산율이 중상위 소득 가구 출산율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점은 이러한 사정을 반영한다.
정책의 잠재적 대상에 결혼하지 않은 절반의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경제적인 여건이 충족되지 않은 절반의 가구가 제외되어 있다면, 어떤 정책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다. 출생아 수의 가파른 감소를 정말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인다면, 좁게 정의된 저출산 대응 정책을 넘어서서, 사회정책과 경제정책 전반의 근본적인 변화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