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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당신의 저출산 우려를 의심하는 이유

등록 2023-09-24 18:21수정 2023-09-25 02:37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상읽기] 최영준 |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정치, 정부, 언론, 친구, 학생 등 모두가 저출산 우려를 쏟아낸다. 그런데, 저출산이 정확히 왜 문제냐고 물으면 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쉬운 답은 근로연령인구 비중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65살 이상 고령자들의 비중이 근로 가능 연령대 인구에 비해 빠르게 증가하면 사회경제 부담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65살 이상 인구가 모두 건강하게 일을 하고 세금을 납부한다고 가정하면 단지 고령 인구 비중이 큰 것이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일하는 사람’ 대비 ‘일하지 않는 사람’의 비중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일하는 사람의 비중이 증가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일까? 생산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만일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100명이 필요했는데 기술 발전으로 5명으로도 충분하다면, 일하는 사람의 비중이 줄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즉, 일하는 사람이 줄어들어도 기술발전은 과거보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더 많이 생산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생산성 증가가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지만, 재분배라는 문제가 남는다. 5명이 상당한 ‘가격’을 창출하고 있을 때 다수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거나 돌봄과 같은 ‘가치’를 생산하는 활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만일, 부를 창출한 5명이 이를 독점하고 나머지 시민들과 공유하지 않으려 한다면 행복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는 불가능하다.

마지막 이슈는 기후변화다. 기후위기가 극대화된 자연환경을 후세대에게 물려줄 수밖에 없다면 저출산은 오히려 합리적 결정이 될지도 모른다. 저출산을 걱정한다면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는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번 2024년 예산안과 2023~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며 나는 우리 사회에 편만한 저출산 우려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거꾸로 가보자. 이들 문서 어디에도 기후변화를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 없다. 환경 분야 예산은 2.5% 늘었지만, 전체 예산 증가율인 2.8%에 미치지 못한다. 오히려 환경마저 수출과 성장의 도구 정도로 생각하는 인식이 보이기도 한다. 미래세대의 재정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건전재정을 추구한다지만, 후손들이 정상적인 자연환경에서 살아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경고에 대해서는 참으로 무심하다. 그러니 건전재정이 진정 미래세대를 위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다음은 재분배다. 2024년 수입은 2.2% 감소할 것이라 예측되었다. 민간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선택한 것이 ‘부자감세’이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높고 양극화를 피하기 어려울 때는 모두의 생활 안정을 위해 재분배를 꾸준히 확대하면서 연대의 폭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부자감세와 긴축재정 아래서 재분배는 약화되고, 복지는 약자에게만 갇혀진다.

생산성으로 넘어가 보자. 100명이 생산하던 것을 5명이 생산하기 위해서는 더 좋은 교육과 과학기술 투자가 핵심이다. 그런데 연구개발비 예산은 16.6%나 감소하였고, 교육예산은 6.9% 줄어들었다. 나눠먹기식 연구개발 사업과 성과 없는 사업들이 문제라는 것이다. 도대체 어떤 카르텔에 의해 어떻게 나눠먹기식 사업이 되었는지, 성과가 얼마나 부족했는지 나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연구의 성과가 즉각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유아·초중등교육 예산도 상당 수준 감소했는데 이것이 교육의 질 저하와 교사의 자살 사고가 계속되는 교육 현장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결과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된다.

마지막으로, 인구가 늘어나지 않아도 여성, 청년, 그리고 노년층의 고용을 증가시키면 일하는 사람 수가 급감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일할 사람이 없어질 것이라 우려하면서 여성들이 휴직제도 등에서 차별 없이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을 만들지 않고, 청년 고용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갑질과 산업재해는 그대로 두며, 노년층이 자신들의 능력과 경험을 활용하여 일할 수 있는 일자리 확대에는 소극적이다. 이러한 정책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급격한 인구변화에 대응하여 이들 청년, 여성, 노인들 고용의 양과 질을 높일 의미 있는 노력은 없다.

더 많은 예산이 유일한 답은 아니다. 다만, 위에 언급한 정책적 노력을 충분히 수행하지 않으면서 저출산과 미래세대를 걱정한다면 그 진정성은 의심될 수밖에 없다. 2024년 예산, 당신이 원하는 세상은 누구를 위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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