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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슬기로운 기자생활] 거리두기·마스크 착용이 남긴 부채?

등록 2023-08-24 18:46수정 2023-08-25 02:37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 하향 조정이 발표된 지난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선별진료소의 모습. 이날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오는 31일부터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기존 2급에서 4급으로 하향 조정하고, 일일 확진자 신고 집계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 하향 조정이 발표된 지난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선별진료소의 모습. 이날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오는 31일부터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기존 2급에서 4급으로 하향 조정하고, 일일 확진자 신고 집계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임재희 | 인구복지팀 기자

코로나19 법정감염병 등급이 31일부터 현행 2급에서 독감과 같은 4급으로 낮아진다. 이에 따라 고위험군이 아닌 이들은 검사비와 일반 치료비를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 지난 23일 정부가 밝힌 내용이다.

최근 두어달 코로나19 관련 기사를 쓸 때마다 감회가 남다르다. 2020년 1월3일, 당시 질병관리본부가 중국에서 발생한 원인 불명 폐렴에 대비해 입국자 검역을 강화한다는 기사로 시작한 코로나19 취재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가장 큰 변화는 올해 6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최근 3~4년 백신접종 때를 빼면 병·의원에 가본 적도 없었는데, 정부가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심각’에서 ‘경계’로 내리고 격리 의무를 해제한 6월 코로나19에 처음 감염됐다.

8월 들어선 기침을 달고 산다. 의사 권유로 코로나19 재검사에 인플루엔자(독감) 검사까지 받았지만 모두 음성이었다. 눈곱이 많이 생겨 아데노바이러스가 아닐까 추측만 할 뿐이다. 마른기침에 잠을 설치는 날도 늘었다. 3년 반에 가까운 코로나19 유행기에 별걱정 없이 살았는데, 최근 2개월 나 혼자 새로운 감염병의 시대를 맞은 기분이다.

찾아보니 일부에선 이런 현상을 ‘면역부채’(immunity debt)라고 부른단다. 사회적 거리두기나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으로 바이러스에 접촉이 줄어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각종 조처가 풀리면서 감염병에 더 쉽게 걸리는 식으로 빚을 갚아나간다는 설명이다. 이례적인 올여름 독감 유행을 면역부채 때문이라고 하면 그럴듯하게 들린다.

이상하게 기사에 면역부채란 말을 쓰는 게 달갑지 않았다. 방역조처 때문에 빚을 지게 됐다는 말처럼 들려서다. 2020년 1월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백신 예방접종 등은 감염병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고위험군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지였다. 부채라는 표현을 쓸 만큼 올해 독감이 코로나19 유행 이전보다 심한 것 같지도 않다. 각종 방역조처들을 깎아내리거나 그냥 감염돼 앓는 게 나았다고 주장하는 데 활용되는 것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감염병과 관련해 정작 서둘러 탕감해야 할 빚은 따로 있다. 고령의 환자들이 한 공간에 4~8명씩 모여 있는 의료기관과 요양시설의 다인실 구조는 대규모 코로나19 감염의 위험 요소였다. 최근 통화한 한 감염병 전문가는 “법으로 70% 이상이 3인실 이상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를 2인실로 줄여도 마스크 착용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며 “모두가 다인실 구조가 문제라는 걸 알지만, 의료비 부담 때문인지 누구도 답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인실 같은 구조적 문제들을 그대로 둔 채 또 다른 감염병이 등장하면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전문가들은 이전 감염병들의 등장 주기로 볼 때 새로운 대유행(팬데믹)은 당연히 올 거라고 입을 모은다. 지금은 ‘팬데믹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팬데믹을 준비하는 기간’에 가깝다는 얘기다. 법정감염병 등급 하향과 그에 따른 지원 축소만이 아니라, 더 ‘쎈 놈’들이 찾아올 경우를 대비한 체계적이고 근본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지 않을까.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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