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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윤석열·김건희를 위해 몸 바칠 사람은 없다

등록 2023-07-24 16:55수정 2023-07-25 02:40

[권태호 칼럼] 권태호 논설위원실장
`백재권의 세상을 읽는 안목’ 유튜브 채널 갈무리
`백재권의 세상을 읽는 안목’ 유튜브 채널 갈무리

1) 2022년 3월15일 풍수 전문가이자 관상가인 백재권 사이버한국외대 겸임교수가 김용현 경호처장과 청와대 용산 이전 태스크포스팀장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육군참모총장 공관 답사

2) 2022년 12월5일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이 ‘김어준의 뉴스공장’(TBS)에 출연해 “국방부 고위관계자로부터 지난 3월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서울사무소에 천공이 다녀갔고 공관 관리관인 부사관이 안내했다는 증언을 들었다”고 말함(다음날, 대통령실은 김종대 전 의원과 김어준씨를 경찰에 고발)

3) 2023년 2월2일 <뉴스토마토>와 <한국일보>가 천공 방문 의혹을 전한 인사가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라고 보도(다음날, 대통령실은 부 전 대변인과 <뉴스토마토>, <한국일보> 기자들을 경찰에 고발)

4) 2023년 4월10일 경찰, “육참총장 공관 출입 시시티브이(CCTV) 영상을 다 살펴봤는데 천공이 나오는 장면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기자간담회)

5) 2023년 7월21일 <한국방송>(KBS), “육참총장 공관을 김용현 처장, 윤한홍 의원과 함께 방문한 사람은 백재권 사이버한국외대 겸임교수”라고 보도

수면 아래로 잠복했던 ‘천공의 육참총장 공관 방문’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달라진 건 방문자가 역술인 천공이 아니라, 풍수 전문가 백재권 교수라는 점이다. 백 교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청와대 이전 작업에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공 의혹 제기 때는 곧바로 고발로 응수하던 대통령실이 이번엔 공식 반응을 내지 않는다. 그때와 지금, 관계자들 반응이다.

#대통령실

“경호처장은 천공에 대해 일면식이 전혀 없고, 그러니 함께 방문할 일 또한 더더욱 없다.”(2022년 12월6일, 고위관계자)

“천공이 한남동 공관을 둘러본 사실이 전혀 없음을 거듭 밝힌다.”(2023년 2월2일, 경호처)

“천공이 이슈가 됐기 때문에 그 부분만 (아니라고) 얘기를 하면 됐다.”(2023년 7월23일, 관계자)

#윤한홍 의원

“천공이 누구인지 모른다. 허위사실을 누군가가 터뜨려놓고 그걸 국회에 와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국회) 밖에 나가서 이야기하라. 당당하게 책임질 수 있지 않느냐.”(2023년 2월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취재에 응하지 않는다.”(2023년 7월21일, 언론의 확인 요청에)

민간인 풍수 전문가를 대동하고 육참총장 공관을 방문했던 김용현 경호처장과 윤한홍 의원은 역술인 천공이 방문했다는 말에 “사실이 아니다. 나는 천공을 모른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런 경우, ‘그때 방문자는 천공이 아니라, 백재권 교수였다. 백 교수가 방문한 이유는~’이라고 말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김 처장과 윤 의원은 오로지 “천공과 같이 가지 않았다”고만 말했다. 마치 자신들 단 둘만 간 것처럼. 나중에 문제가 될 때 ‘법적으론’ 거짓이 아닐진 모르나, 사실상 국민을 속인 것이다.

공관 이전과 관련해 민간 전문가의 의견을 물을 수 있다. 다만, 그것이 길흉화복을 따지는 ‘풍수’라는 점은 민망하다. 대통령 부인이 궁합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았는데, 관저 옮길 때 풍수 보는 게 중요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이렇게 몰래 해야 하는가. 또 백 교수의 육참총장 공관 출입기록은 어떻게 되는가. 박근혜 정부에서 최순실(최서원)이 청와대를 수시로 들락날락거렸지만, 방문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나중에 다 드러났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방심하지 말아야 될 게 하나 있다. 대통령을 위해 내 한몸 희생할 공직자는 ‘없다’. 모든 공직자들은 탄핵 여파를 겪거나 봤다. 대통령 충암고 1년 선배가 총괄하는 경호처는 3월15일 육참총장 공관 출입 시시티브이 기록 하드디스크를 경찰에 넘겨줬다. 경찰이 못 찾거나 덮어주길 바랐을까. 어쨌든 경호처는 기록을 은폐하지 않았다. 나중에 이 문제로 법적 책임을 묻긴 쉽지 않다.

출입 영상에서 (천공 아닌) 백 교수의 동행을 확인한 경찰은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천공이 나오는 장면은 전혀 없었다”고 얘기했다. 액면상 ‘거짓말’은 아니라고 우길지 모르겠으나, 다른 민간인의 존재에 대해선 왜 아무 말 안 했을까. 그리고 지금껏 최종 발표를 안 했다. 윤 대통령을 위한다면 “방문기록 확인했더니, 민간인 방문자는 없었다”고 종결지어야 했다. 그렇게 안 했다. 그냥 몇달 동안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 <케이비에스> 보도가 나왔다. 그제서야 경찰은 방문자가 백 교수임을 인정했다. 보도가 얼마나 고마웠을까. 그러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수사를 다 했다”고 말했다. 최소한 나중에 경찰이 수사를 덮었다거나, 허위로 꾸몄다거나 하는 식의 추궁은 받지 않게 됐다. 그런데 누가 백 교수를 보냈는지도 조사한 건가. 민간인이 출입통제 구역인 관저 후보지에 들어간 위법 여부에는 “군에서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군은 또 뭐라고 할까.

윤석열·김건희를 위해 희생할 사람은 없다.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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