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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사투리 쓰는 왕자

등록 2023-06-25 18:46수정 2023-06-26 02:38

왼쪽부터 <어린 왕자>의 경상도 사투리판 <애린 왕자>, 전라도 사투리판 <에린 왕자>, 제주도 사투리판 <두린 왕자>.
왼쪽부터 <어린 왕자>의 경상도 사투리판 <애린 왕자>, 전라도 사투리판 <에린 왕자>, 제주도 사투리판 <두린 왕자>.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생각과 취향은 어디에서 올까? 부질없는 욕심은 스스로 자라나는 걸까? 돈의 존재가 돈에 대한 생각을 부추기듯, 표준어의 존재는 표준어에 대한 열망을 부른다. 표준어 중심의 사회는 표준어를 추앙하게 만들었다. 사투리는 보존 대상일지는 몰라도, 욕망의 대상은 아니다. 사투리는 반격과 복권의 기회를 얻을까?

2년 전 포항의 독립출판인인 최현애씨는 여러 소수 언어로 <어린 왕자>를 번역하는 독일 출판사의 문을 두드려, ‘경상도 사투리판’ <애린 왕자>를 펴냈다. 그해 가을, 언어학자 심재홍씨는 ‘전라도 사투리판’ <에린 왕자>를 냈다. 지난해엔 제주에서 잡지를 발행하고 있는 이광진씨가 ‘제주도 사투리판’인 <두린 왕자>를 펴냈다.

이들 책은 결코 눈으로만 읽을 수 없다. 고유한 억양과 장단음을 섞어 소리 내어 읽게 된다. 비로소 말은 평평한 표준어에서 빠져나와 두툼한 질감을 갖고 출렁거린다. 정말 그런지 잠깐 읽어보련?

“니가 나를 질들이모 우리사 서로 필요하게 안 되나. 니는 내한테 이 시상에 하나뿌인기라. 내도 니한테 시상에 하나뿌인 존재가 될 끼고.”(경상도, <애린 왕자>)

“니가 날 질들이믄 말이여, 우덜은 서루가 서루헌티 필요허게 될 거 아닌가잉. 넌 나헌티 시상서 하나밲에 없게 되는 것이제. 난 너헌티 시상서 하나밲에 없게 되는 거고잉.”(전라도, <에린 왕자>)

“만약 느가 날 질들이민 그땐 울리는 서로가 필료허여지는 거라. 나신디 넌 이 싀상에서 단 호나인 거주. 너신디 난 이 싀상 단 호나뿐인 거곡.”(제주도, <두린 왕자>)

생각은 어디에서 올까? 다르게 말하면 다르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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