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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인도 언론이 한국 대통령의 SNS만 보도하지 않은 이유

등록 2023-06-15 14:16수정 2023-06-16 15:34

전명윤의 환상타파

윤석열 대통령 트위터 계정 갈무리. 15일 현재 윤 대통령 트위터 팔로워 수는 3만명이다.
윤석열 대통령 트위터 계정 갈무리. 15일 현재 윤 대통령 트위터 팔로워 수는 3만명이다.

[전명윤의 환상타파] 전명윤 | 아시아 역사문화 탐구자

지난 2일 인도에서 초대형 열차사고가 났다. 사고 열차인 코로만달 익스프레스는 서너번 탑승했던 기차였기에 열차사고를 보는 마음은 복잡미묘했다.

예정대로 직선 주행해야 할 기차는 어떤 이유로 신호가 바뀌어 주행 철로를 벗어났고 하필 바뀐 그 철로에 화물열차가 정차해 있었다. 코로만달 익스프레스는 화물열차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앞 객차의 충돌로 인한 급정지는 뒤 객차들의 선로 이탈로 이어졌고, 반대쪽 선로에서는 또 다른 급행열차가 달려오고 있었다. 그렇게 3중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에서야 열차는 일반실과 특실 정도로 나뉘지만, 인도의 열차는 이 나라가 왜 카스트의 나라인지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대여섯개의 각기 다른 등급의 객실을 끌고 다닌다. 일단 예약 여부에 따라 객실이 나뉘고, 예약해야 들어갈 수 있는 객실은 다시 에어컨이 달린 침대 객실과 에어컨이 없는 침대·좌석 객실로 나뉜다. 에어컨이 있는 침대 객실은 다시 설비 수준에 따라 세 등급으로 나뉜다.

여기에 인도 열차는 한국보다 두배 많은 18량가량의 객차를 달고 다닌다. 이번 열차사고 사망자 188명 가운데 두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등급이 가장 낮은, 예약하지 않고 타는 ‘제너럴 클래스’ 탑승자들 가운데서 나왔다고 한다. 예약이 필요없고 선착순인 데다 탈 수 있는 최대한 많은 사람이 탑승하는 제너럴 클래스다 보니 늘 과포화 상태다. 몇번 타본 경험을 떠올리자면, 공식적으로 3명이 앉는 의자에 예닐곱 명은 기본으로 엉덩이를 걸치고 있고, 좌석 위 짐칸에도 사람들이 주렁주렁 올라가 있었다. 이런 객차가 충돌 뒤 뒤집혔으니 사망자 대부분이 압사자였다.

3일(현지시각) 인도 동부 오리샤 주 발라소르 지역에서 ‘삼중 열차추돌’ 사고가 일어나, 적어도 288명 숨지고 900여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AP 연합뉴스
3일(현지시각) 인도 동부 오리샤 주 발라소르 지역에서 ‘삼중 열차추돌’ 사고가 일어나, 적어도 288명 숨지고 900여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AP 연합뉴스

인도에서도 보기 드문 참사에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애도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에서는 전·현직 대통령이 모두 애도 메시지를 냈다. 애도가 쇄도하는 가운데 주요 인도 언론은 해외 지도자 아무개가 애도메시지를 냈다는 꽤 긴 기사를 냈다. 멀리는 러시아 푸틴부터 가까이는 일본 기시다와 타이완 차이잉원까지, 각 지도자들이 뭐라 발언했는지 자세히 보도되는 와중에 확인한 모든 기사에 한국만 빠져 있었다. 하다못해 이탈리아 대사관의 대사 워딩까지 따서 보도하는 마당에 말이다.

보다 못해, 인도 최대 언론사 중 한곳에 연락했다. 한국 대통령도 애도 메시지를 냈는데, 일본과 타이완은 보도하고 한국만 빠진 건 형평성에 어긋나니 내용을 추가해달라는.

두어시간쯤 지나서 답을 받았다. 자기들이 검토한 결과, 한국 대통령이 애도메시지를 낸 트위터 계정은 사칭 계정일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나왔단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직이 200만 팔로워를 거느리는데 취임한 지 일년이 넘은 현직 대통령의 팔로워가 만 단위인 걸 이해할 수 없었단다. 참고로 모디 인도 총리는 8900만 팔로워를 거느린 파워 트위터리안이다. 트위터로 정치를 한단 말이 나올 정도로 에스엔에스(SNS)정치에 능하다. 이런 게 요즘 인도 정치의 문법이다.

국가를 대표하는 처지도 아니고 조금 창피하기도 해 대화는 거기서 끝났다. 대통령 계정의 팔로잉이 0인 것도 이상하다는 말에는 대꾸할 거리조차 찾기 어려웠다.

그러고 보니, 대통령의 트위터 멘션에는 인도 총리나 인도 총리실 아이디조차 태그돼 있지 않았다. 영어로 쓴 그 멘션은 사실 국내용이었던 걸까? 그렇게 트위터에 올려놓으면 인도 정부가 알아서 찾고 접수해야 하는 걸까?

중국과 거리두기를 본격적으로 하는 형국이라면 그 자리를 메울 생산기지와 수출시장이 필요하다. 인도가 최근 세계적으로 뜨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수년째 전랑외교 중인 중국대사에 대한 대응에만 골몰하기 전에, 대체지에 대한 고민 또한 수반돼야 하는 게 아닐까?

모디 총리는 에스엔에스로 각국 지도자와 소통한다. 한국 대통령의 그 멘션은 끝내 도달하지 않은 걸까? 혹은 ‘읽씹’(읽고 씹기)을 당한 걸까? 그저 하나의 해프닝이라 보기엔 께름칙한 점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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