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인도 동부 오리샤주 발라소르 지역에서 ‘삼중 열차 충돌’ 사고가 일어나, 적어도 288명이 숨지고 900여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AP 연합뉴스
2일 밤 인도에서 발생한 열차의 연쇄 삼중 충돌 사고로 무려 275명이 숨졌다. 인도에서 20여년 만에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최악의 철도 사고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고 이후 하루가 지난 3일 인도 동부 오디샤주의 발라소르 근처 사고 현장에는, 아직도 사고 열차들이 찌그러지고 서로 엉긴 채 널브러져 있어 사고 당시의 참혹했던 정황을 엿볼 수 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전날 사고는 서벵골주에서 남부 첸나이로 가던 특급열차가 달리던 선로에서 벗어나 갑자기 대기선으로 들어서면서 일어났다. 특급열차는 대기선에 정차해 있던 화물열차를 그대로 들이받았고, 그 충격으로 탈선하면서 이번에는 맞은편 선로에서 달리던 또 다른 특급열차를 덮쳤다. 그 충격으로 제 선로를 달리던 특급열차마저 탈선해 엉켜 넘어지면서 많은 승객이 숨지거나 다쳤다. 애초 사고 원인이 된 첸나이행 특급열차가 왜 갑자기 대기선에 들어섰는지는 아직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현지 언론들은 철도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신호 오류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하고 있다.
사고가 나자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맨 먼저 달려왔다. 한 20대 주민은 “사고 소리를 듣고 달려왔더니 여기저기에 잘려나간 팔과 다리가 나뒹굴고 있었고, 심지어 잘려나간 머리도 보였다.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쓰러져 있어 차마 눈 뜨고 보기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 구조 작업은 밤새도록 이어졌다. 오디샤주 소방당국 책임자는 “사망자는 288명으로 집계됐고 병원에 옮겨진 부상자도 900명 남짓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숨진 이들이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어쩌면 380명까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4일엔 ‘중복 집계’를 이유로 사망자 수를 275명으로 줄이고, 부상자 1175명 가운데 793명이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고 밝혔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3일 사고 현장과 부상자들이 치료받는 병원을 방문해 “이번 사고에 책임 있는 누구도 면책될 수 없다”며 철저한 사고 조사와 문책 의지를 밝혔다.
인도는 세계 최고의 철도 대국이다. 북쪽 히말라야산맥에서 남쪽 해변까지, 옛 식민지 시기에 건설된 전국 방방곡곡을 달리는 철도가 총연장 6만4천㎞에 이른다. 이 사이를 오가는 여객열차는 1만4천대, 기차역은 8천개에 달한다.
그러나 대형 철도 사고가 잇따르는 사고 공화국으로도 악명이 높다. 1981년엔 비하르에서 다리를 건너던 열차가 탈선해 아래 강물로 떨어지는 바람에 적어도 800명이 숨졌다. 1995년엔 피로자바드에서 두 특급열차가 충돌해 300명이 넘는 이들이 숨졌다. 이번 사고는 그 사고 이후 28년 만에 일어난 최대 규모의 열차 사고다. 이처럼 사고가 잇따르는 원인으로는 낡은 철도시설과 정비·관리 부실, 조작·운전 실수 등이 꼽힌다.
인도 정부는 열차 사고를 줄이기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에만 선로 개선, 혼잡 완화, 신규 열차 도입 등에 작년보다 50%가량 늘어난 2조4천억루피(약 38조2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런 적극적인 노력으로 사고도 줄어드는 추세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도 철도청의 기술 분야 엔지니어로 일했던 스와프닐 가르그는 “인도는 최근 몇년 동안 안전한 철도를 만드는 데 일부 성과를 거뒀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며 “시스템 전체의 안전 확보를 위해 투자하고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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