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최우리 | 경제산업부 기자
‘왜 다들 주식을 사라고만 하지?’
증권사의 기업 분석 리포트를 처음 읽었을 때 든 의문이었다. 기업의 미래를 알기 위해 참고하는 리포트에는 보통 장밋빛 미래만 가득했다. 유튜버로 나선 한 전직 애널리스트의 고백을 듣고 나서야 그 사정이 조금 이해가 됐다. 그는 ‘튀는’ 의견을 내면 업계에서 좋아하지 않고 애널리스트 본인에게 돌아오는 실익도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 증권사들이 올해만 600% 주가 상승을 기록한 한 기업을 두고는 이례적으로 ‘좋은 기업이지만, 기업 가치가 너무 부풀려졌다’라고 말할 정도로, 전기차·배터리 시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정부와 기업, 개인은 이 도도한 전환기의 파도를 잘 타고 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이 흐름에서 도태되지 않아야 하고, 변화의 속도를 잘 조절해야 한다.
산업의 전환은 노동자들의 삶이 뿌리째 뽑히는 사건이기도 하다. 가솔린차가 아닌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듯 석탄을 사용하지 않는 다른 형태의 친환경 발전소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열린 ‘기후정의파업’에 참여한 한 20대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는 동료들과 방진복을 입고 거리에 서서 피켓을 들었다. 그는 “대공황 시대의 노동자들처럼 실업자가 되는 것인가. 석탄발전소 폐쇄를 말할 때 그곳에서 일하는 우리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가 2021년 신년기획으로 ‘기후위기와 인권’ 문제를 짚으며 석탄·내연기관차 산업 노동자들의 전환 과제를 말했을 때로부터 만 2년이 지났다. 그러나 그가 느낄 때 여전히 말, 말, 말뿐이란다.
그가 그렇게 느낀 이유는 기후대응의 목표만 세워둔 현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임기를 몇 개월 남겨둔 문재인 정부가 2021년 말 발표한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 시나리오는 윤석열 정부로 바뀐 뒤 다시 미세조정됐다. 최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제1차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다. 정부가 바뀐다는 이유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기후대응이 이제라도 가동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책임은 더욱 줄었고 기후대응의 시급함을 국민에게 알리기에도 역부족이었다. 석탄·바이오매스 등 탄소를 배출하는 발전원을 운영하는 한 에너지 기업의 직원은 “구체적·강제적이지 않은 전환 정책만 믿고 현재의 수익사업들을 전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세계적으로 ‘탈탄소’라는 큰 방향은 잡혔지만 단기적으로 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한국 정부의 계획보다 미국·유럽 등 외국에서의 환경 규제나 전환 유도 정책에 더욱 민감해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환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가리키는 또 다른 용어는 ‘기후변화법’이다. 이 법의 총 투자 내용 중 80%(3690억 달러)가 에너지와 기후변화 대응 관련 지출이다. 전기차·태양광과 풍력 공장 등을 미국에 지으면 일종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자국보호정책이기도 하다.
정의로운 녹색전환 국회포럼·국회기후변화포럼 주최로 12일 열린 ‘기후위기시대, 글로벌 산업정책의 부활과 한국의 대응’ 세미나에서 김병권 전 정의당 정의정책연구소장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제조에서 생산단위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건물·수송 등 녹색 산업 전환에서 에너지 전환이 핵심이자 전제”라며 “한국형 아이아르에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같은 주장을 했다. 여러 에너지 기업들도 산업통상자원부에 여러 차례 같은 의견을 전달해왔다. 전환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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