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최우리의 비도 오고 그래서] 유채꽃 필 때 IPCC 보고서 읽기

등록 2023-03-19 19:05수정 2023-03-20 02:06

유채꽃밭에서 꿀벌이 만개한 유채꽃 사이를 날아다니며 꿀을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유채꽃밭에서 꿀벌이 만개한 유채꽃 사이를 날아다니며 꿀을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최우리 | 경제산업부 기자

봄이 오는 시작을 알리는 유채꽃은 꿀벌의 좋은 친구다. 한 줄기에 피는 꽃이 많고 아래에서 위로 차례대로 약 한 달 동안 꽃이 피니 꿀을 딸 수 있는 기간도 길다. 바쁜 꿀벌만큼이나 부지런히, 관광객들은 인생의 화사한 순간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삶의 에너지를 충전한다.

최근 몇 년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는 뉴스가 이어졌다. 지난달 말 농림축산식품부는 꿀벌 실종 원인으로 천적인 진드기 응애를 지목했다. 살충제를 장기간 사용한 탓에 응애가 내성이 생겨 죽지 않고 꿀벌을 공격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농민들은 “수십 년 동안 양봉을 해 온 우리가 해충도 제대로 막지 못했겠냐”며 시위에 나섰다. 2006년 이미 꿀벌 실종 사태를 겪었던 미국에서의 연구들을 보면, 꿀벌 실종의 원인을 하나만 꼽기 어렵다. 기후변화, 태양 흑점 이동, 전자파 사용 등 여러 요인이 거론됐다. 그중에서도 살충제에 내성이 생겨 점점 강해지는 해충, 또 잦은 살충제 노출이 부른 꿀벌의 유전적 결함 등이 중첩되면서 꿀벌의 건강성에 문제가 생겼다는 주장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꿀벌 실종 사건의 진실을 알아가기 어려운 것처럼, 보통 과학·환경 영역은 명확한 ‘인과관계’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가장 지지를 많이 받는 해석, 주장이 다음 방향을 제시하면서 흐름을 만들어낸다. 기후변화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당면한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 정책 담당자뿐 아니라 기업의 이에스지(ESG) 경영 담당자들도 기후변화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을 공부하는데, 그 기본이 되는 교과서가 20일 밤 전세계 동시에 공개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이하 아이피시시)의 6번째 종합보고서가 그것이다. 지구 변화를 면밀히 관찰해 온 과학자 수천 명의 연구 결과로, 이들이 각 정부 쪽 집행기관의 의견 등을 취합해 의견차를 좁혀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6차 종합보고서의 분과별 보고서(원인·영향·대응방향)도 2021년부터 이미 순차적으로 공개되었지만 이번 보고서는 분과별 내용을 오늘의 상황까지를 담아 다시 종합했다.

기후변화를 취재해 온 기자로서 지난 3~4년의 변화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기후환경단체 중심의 기후변화 대응 촉구 목소리가 뜨거웠고 그 덕분에 세상이 조금은 변했다. 윤석열 정부로 바뀌면서 지난 정부가 세운 목표나 방법 등은 수정되었지만, 관련 법과 시행령은 일단 만들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달아오르고 있는 영역은 규제에 발맞춰야 하는 과제가 생긴 산업계의 이에스지 영역, 기후기술과 기후금융 분야다. 최근 빌 게이츠가 에너지 절약과 채식하는 생활습관의 변화만으로는 기후대응을 막을 수 없다며 신기술을 개발하고 이 기술로 저개발국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보고서 승인 총회에 가 있던 이회성 아이피시시 의장도 “(지금처럼 화석연료를 사용하더라도) 탄소 포집·활용·저장 장치(CCUS)를 장착한 시설은 탄소 제로에 기여한다. 무탄소 전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래가 불확실한 과학기술이나 이윤추구 속성이 강한 자본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고 기후·환경 진영은 지적하고 있다.

자본과 기술은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까. 있다면 기후 문제는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일까. 기후변화 문제는 역사성이 있다. 아이피시시 보고서는 1990년 이래 5~7년 주기로 나왔다. 또 모든 국제회의가 그렇듯 당시 국제 정치적 힘의 논리가 담겨있다. 기후변화와 국제 문제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역대 보고서를 읽어볼 것을 권한다. 주관 부처인 기상청 누리집에서 국문 요약본을 쉽게 다운받을 수 있다.

ecowoor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사설] “이런 대통령 처음 봤다”, 이젠 더 이상 기대가 없다 1.

[사설] “이런 대통령 처음 봤다”, 이젠 더 이상 기대가 없다

돌아온 트럼프, 앞으로 어떻게 되나? [11월7일 뉴스뷰리핑] 2.

돌아온 트럼프, 앞으로 어떻게 되나? [11월7일 뉴스뷰리핑]

삼성전자 위기론을 경계한다 [뉴스룸에서] 3.

삼성전자 위기론을 경계한다 [뉴스룸에서]

[사설] ‘김건희 특검법’이 정치선동이라는 윤 대통령 4.

[사설] ‘김건희 특검법’이 정치선동이라는 윤 대통령

대전 골령골 따라 1㎞,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김봉규의 사람아 사람아] 5.

대전 골령골 따라 1㎞,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김봉규의 사람아 사람아]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