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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가뭄, 슈퍼볼, 횡재세…모두 ‘기후’와 얽혀있다 [최우리의 비도 오고 그래서]

등록 2023-02-19 18:08수정 2023-02-20 02:35

지난 13일 열린 미국 프로풋볼 챔피언십 슈퍼볼. AP 연합뉴스
지난 13일 열린 미국 프로풋볼 챔피언십 슈퍼볼. AP 연합뉴스

최우리 | 경제산업부 기자

겨울은 사계절 중 가장 가문 시기다. 올해도 가물었다. 특히 전라도 지역의 가뭄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이달의 가뭄 경보를 보면, 광주와 전남 지역의 누적 강수량이 평년의 66.8%에 불과하다. 19일 기준 농어촌공사의 저수율 현황을 보면 전라남북도는 51.7~57.8%로 제주(50.4%)와 함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환경부에 섬 지역까지 이어지는 촘촘한 상수도망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상기후 앞에 과도하게 겁을 낼 필요는 없지만, 기존 행정의 미비함을 고쳐가야 하는 기후위기 시대를 실감하고 있다.

9천㎞ 떨어진 케냐의 가뭄도 심하다. 잦은 가뭄으로 고통받아온 이 나라는 올해도 야생동물이 떼죽음 당하고 수백만 명이 아사 위험에 놓여있다고 한다. 반면, 지난 13일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미국 프로풋볼(NFL) 결승전 슈퍼볼에서는 선수들이 물을 잔뜩 머금은 잔디 위에서 미끄러지면서 경기를 했다. 선수들마저 워터파크인 줄 알았다며 잔디에 물을 너무 많이 뿌려 힘들었다는 인터뷰를 했다. 미국 서부는 가물어서 마당 잔디에 물을 주는 횟수까지 제한했는데, 1억명 이상의 시민들이 경기를 즐겼으니 이 정도의 물 사용은 괜찮은 것인가. 전 지구적으로 불평등한 상황이 계속될수록 누군가의 고통에 점점 더 무감각해지는 것이 아닌지 더욱 두렵다.

정유사 취재 기자로서 횡재세 논란을 보면서도 비슷한 고민이 이어졌다. 같은 수익을 두고 입장에 따라 해석은 달라진다. 정유 4개사의 영업이익은 13조5천억원이었다. 그들의 이익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에너지 수급 불안으로 얻은 횡재인지, 아니면 정당한 기업 활동으로 인한 것인지가 논란의 쟁점이었다. 정유사가 얻은 이익을 사회에 나누라고 강요할 수 있는지도 또 다른 쟁점이었다. 이를 두고 한 정유사 직원은 “횡재세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며 “단지 돈을 많이 벌었다는 이유로 횡재세가 필요하다면 영업이익이 더 높은 반도체 회사들로부터 걷어라”라고 반박했다. 반면 횡재세 지지자들은 “화석연료 사용으로 기후위기가 심화했는데 기업은 이를 감축하라는 요구에도 어떠한 노력 없이 많은 돈을 벌었다. 난방비 폭등으로 고통받는 시민들을 위해 사회에 환원할 돈”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정유사들은 자발적으로 10억~150억원씩 서민을 위한 난방비 지원금을 내놓았다. 다만, 여론에 못 이겨 내놓은 선심성·일회성 지원금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여전히 일고 있다. 또 난방비나 전기요금 등 에너지 요금 인상 문제는 올해도 계속 경제·사회적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기후위기 문제를 환경과 경제산업 양쪽의 관점으로 바라보려 노력 중인 나는 이번 논란이 난방비 폭등만의 문제가 아닌 화석연료의 높은 의존을 줄이고 에너지 전환 과제와 관련한 논의로 이어지지 않은 점이 내심 아쉬웠지만, 이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논쟁이었다고 생각한다.

기후 위기는 국제 문제나 정치·경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쉽게 풀기 어렵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회의 소통 능력, 의지일 수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언론은 이 문제의 합의를 찾아가는 ‘공론장’이자 ‘안내자’ 구실을 해야 한다. 최근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개혁시민연대와 함께 서울시 동대문구 이문동의 마을공동체 ‘도꼬마리 친구들’ 회원들은 기후 보도를 하는 언론의 변화를 바라는 ‘시민미디어랩’ 활동을 마무리했다. 그들은 언론 환경을 안팎으로 조사한 끝에 “모든 미디어 종사자가 기후 관련 교육을 받아야한다”고 제안했다. 가뭄부터 슈퍼볼 잔디, 횡재세 논의까지 다양한 영역의 뉴스를 읽으며 시민들 제안을 다시 떠올렸다. 모든 기사가 기후 문제와 관련이 적지 않아서다.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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