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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한민의 탈인간] 소는 (진짜로) 억울하다

등록 2023-02-12 18:38수정 2023-02-12 18:59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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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민 | 작가·시셰퍼드 활동가

‘소는 억울하다’는 특집 기사를 봤다. <한겨레>에 거는 기대와 ‘기후변화 특별기획’이란 부제가 아니었다면 이 아까운 지면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기사의 요지는 소가 온실가스의 주범이라는 상식은 과장됐고 특히 한우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구색 맞추기로 동물권·채식을 언급하지만 혼란만 가중한다.) 기후 상식을 뒤집으려는 시도 자체야 새로울 게 없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등 “기후보수”가 반길 책이나 기사는 널렸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강조한다, 기후변화 부정이 아니라 균형을 잡는 것뿐이라고. 과연 누구를 위한 균형일까? 일일이 반박할 지면이 없어 몇가지만 적는다.

기사는 우선 ‘축산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이 교통 분야보다 많다’는 명제에서 ‘축산분야’를 ‘소’로 바꿔 교통수단과 비교한다. 소와 교통수단의 배출량을 비교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허수아비 때리기다. 최근 연구에서도 축산 배출량은 16.5%에 이르는 등 여전히 교통 분야 배출량보다 적다고 단정할 수 없고, 직접적 온난화 영향만 따지면 23%까지 추산되기도 한다. 미국 하버드대 헬렌 하워트의 연구(2018)는 축산이 이대로 가면 2030년엔 온실가스 감축 예산의 37~49%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한다.

도토리 키 재기보다 중요한 건, 축산이 교통분야에 견줄 만큼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면서도 탄소·메탄으로 환원되지 않는 수질·토질오염, 물 부족, 서식지 파괴, 종 다양성 감소 등 문제를 동반하며, 동물성 식품이 환경적 영향은 큰데 효율은 낮은 데다(전세계 농지 77%를 사용해 전체 칼로리의 18%, 단백질의 37%만 제공한다), 동일한 단백질량을 쇠고기에서 콩류로 대체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46분의 1로 줄일 수 있고, 아예 채식을 하면 식량부문 배출을 70%까지 줄일 수 있는 점 등을 적극 알리는 것이다.

그런데 기사는 국내 사육 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의 1%뿐이라며 한우의 ‘우수성’을 홍보한다. 소고기 자급률 30%인 나라에서 먹는 수입소 70%는 우리 책임이 아닌가? 가장 불가해한 건 제목이다. 소는 자신을 강제 임신시키고 자식·우유를 빼앗고 머리에 타격총을 쏴 기절시키고 목을 베 거꾸로 매다는 산업 때문에 억울하지, 그 산업을 향한 비판이 억울할까. 기자에게 억울한 건 소 산업과 그 소비자 같다.

“소고기, 생각보단 OK”에서 시작해 소의 행복과 육질·마블링을 동시에 걱정하는, 이 분열적인 기획의 문제의식은 뭘까. 과도한 기후 염려 때문에 범국민 탈육식 운동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육류업이 “억울하게” 위협받기라도 했나? 정반대다. 국내 육류 소비는 20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해 바야흐로 밥보다 고기를 더 먹는 시대가 도래 중이고,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은 이웃 일본의 두배다.

그런데도 육식에 대한 문제제기는 씨알도 안 먹히고 있다. 축산업 전환은 정부도 엄두 내지 못할 만큼 강력한 이해관계와 문화적 저항에 부닥치기 때문이다. 언론이나 학계에서도 축산 전환을 말하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진짜” 공론장에선 언급도 안되거나 소비를 늘려 문제를 악화시킬 기술지원 얘기나 나올 뿐, 생산·소비 감축은 말도 못 꺼낸다. 유엔기후회의(COP)도 마찬가지여서 매번 축산 이슈가 누락돼 전세계 기후활동가들을 분노케 한다. 그나마 영국 <가디언> 등 소수 진보언론이 축산업에 꾸준히 직설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기후 문제를 진지하게 다뤄온 <한겨레>가 지엽적 오해(?) 교정에 골몰해 얻는 게 뭘까. 육류 소비자, 축산업에 “변할 필요 없겠네”라는 합리화할 핑계를 제공하고, 가뜩이나 축산 민원 많은 좁은 땅에 한우를 더 늘리는 것? 육류산업 때문에 무참히 파괴되는 아마존 숲 (아마존 산림파괴의 원인이 되는 남미산 대두의 96% 이상은 가축사료와 식용유로 사용된다.)에서 고통받는 원주민들과 수개월간 함께 살며 현장을 목격한 사람으로서 충언한다. 지금 시급한 건 기후·생태위기의 원인으로 수위를 다투는데도 묻혀온 축산의 전환을 말하며, 생산·소비 감축이란 방향을 선명히 제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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