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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영어는 멋있다?

등록 2022-06-19 18:09수정 2022-06-20 02:07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찔린다.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는 멋있지만 ‘국립추모공원’은 멋없다는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단계적 일상회복’보다 ‘위드 코로나’가 더 친숙하다던 자니 이 발언도 찬성하겠군. 뭐라 지껄이나 보자!”고 할 독자들이 있겠다 싶었다.

그의 발언에 건질 게 아주 없진 않다. 그는 역대 권력자 가운데 처음으로 우리가 동일 언어, 동일 문화, 동일 감각을 공유하는 집단이 아니라는 걸 확인시켜 줬다. 권력자는 단일 언어체계에 의한 지배를 꿈꾸기 마련인데, 현 대통령은 다언어, 다문화, 다감각의 공생사회를 꿈꾸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한다).

영어가 멋있다는 감각은 한국 사회 전반에 뿌리박힌 영어를 향한 무한욕망과 동떨어진 게 아니다. 한국어가 멋없다는 감각 자체는 후지지만, 다양한 필요와 이유로 영어를 선망하는 현실도 부인할 수 없다. 영어에 대한 그의 감각은 사회적 무의식의 흔적이다. 쉬 사라지지 않는다.

그의 발언은 사소하다. 이승만의 한글 간소화 정책처럼 ‘있다, 꽃’을 소리 나는 대로 ‘잇다, 꼿’으로 적자는 것도 아니다. 경제성·효율성이란 잣대로 영어를 공용화하자는 것도 아니다. 기껏 썩은 땅에 들어설 공원 이름에 대한 취향이 튀어나온 거다(영어로 이름을 달아도 한국어는 꿋꿋하게 이어진다). 이름짓기가 그의 업무인지는 모르지만, 이 사소함에 대한 처방도 개인을 향할 수밖에 없다. 속내를 물색없이 말로 드러내는 게 늘 좋은 건 아니다. 입에도 괄약근이 필요하다.

이런 언어 감각이 권력을 등에 업고 남발되지 않길 바란다. 그의 손에 쥐여 준 힘이 언빌리버블하게 막강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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