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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단속하는 마음

등록 2022-06-09 18:16수정 2022-06-10 02:06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사사로운 사전] 원도 | 작가·경찰관

이 많은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가나? 요즘같이 기름값 비싼 시기에 기름을 먹고 달리는 쇳덩어리 속에서 다들 무슨 생각을 할까?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며 차도를 보고 있노라면 잇달아 이런 생각이 든다. 어디서부터 왔다가 어디로 돌아가는가. 돌아갈 곳이 모두에게 공평히 주어지긴 할는지. 신호등이 바뀌어 길을 건너면서도 멈출 줄 모르는 나의 생각은 다시금 그때의 장면을 떠올린다.

6년 전, 내가 근무했던 파출소 소장님은 실적을 굉장히 강조하셨다. 파출소에 총 4개 팀이 있었는데, 매일 아침 회의시간에 팀별 교통단속 건수 그래프를 그려 실적이 저조한 팀에 질타를 하는 것이 하루의 시작이었다. 우리는 실적을 위한 단속을 펼치는 경찰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올바른 법규를 안내하고 법규 위반 때 동반되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단속과 계도를 해야 하는 경찰인데도.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연일 꾸중과 면박이 이어지던 어느 날, 주간근무 중 도로에서 중앙선을 침범하는 택시 한대를 발견했다. 나는 조장님 지시대로 택시를 세우고 단속을 하러 갔다. 중앙선 침범은 승용차의 경우 범칙금이 6만원이다. 기사님은 창문을 내리고 열심히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유턴 가능 구역이 아닌 곳에서 유턴한 건 잘못이지만 손님 잡기에 급급했다고, 앞으로 안 할 테니 한번만 보내달라고 했다. 뒤에 앉은 손님도 기사님을 거들며 애초에 자신이 길 건너편에서 택시를 잡은 게 잘못이니, 자기를 봐서라도 도와달라고 연거푸 말했다. 그러나 소장님의 불호령을 떠올린 나는 기사님에게 신분증을 요구했고 중앙선 침범 명목으로 고지서를 발부했다. 손님은 땀을 뻘뻘 흘리며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기사님은 고지서를 받아 들더니 눈물이 그렁한 얼굴로 나에게 외쳤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습니까?”

퇴근 시각, 나는 영업용 차량을 단속했다며 소장님에게 처음으로 칭찬을 받았다. 모두들 나를 본받아 적극적으로 단속에 임해달라는 당부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머릿속에서는 기사님의 물음과 목소리가 이어지며 나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 기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나는 정말로,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나. 개인택시도 아니었는데. 회사에 사납금 내고 수수료 떼고 가스 충전하고 나면 남는 게 있으려나. 6만원까지 내면 손해가 아닐까. 손해가 아닐 리 없잖아. 나는 왜 그렇게까지….’ 뒤를 돌아보지 못했다. 울렁거리던 기사님의 눈이 덮쳐올까 봐.

단속(團束)의 사전적 의미는 ‘규칙이나 법령, 명령 따위를 지키도록 통제함’이나 다른 의미도 있다. 바로, ‘주의를 기울여 다잡거나 보살핌’. 음주운전 처벌기준이 강화되어 면허정지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0.05% 이상에서 0.03% 이상으로 변경됐을 때, 아침 숙취운전 단속을 한 적이 있다. 일요일 아침 10시 도로에서 단속을 실시한 지 30분 만에 5명이 적발됐다. 5명 모두 전날 처가에서 음주를 즐긴 뒤 아이들을 태우고 일요일 나들이를 나선 가장이었다. 정말 하나같이 그랬다. 아빠가 경찰에 붙잡힌 모습을 보고 뒷좌석에 앉은 아이들은 겁을 먹으며 울음을 터뜨렸고 단속 이후 절차를 안내하는 나의 귀에 먼 곳에서부터 고함이 스쳤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습니까. 꼭, 이렇게까지….’ 나는 뭘 위해서….

단속된 분들이 잘못을 하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숙취운전도 엄연한 음주운전으로 위험성이 내포된 행위이며 중앙선 침범은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사고는 예고하지 않고 찾아오는 인생의 룰렛과도 같으니 장담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연, 나의 행동이 적절했는가를 따져보는 건 별개의 논제다. 택시기사님 일당을 빼앗아버린 나는, 아이들에게 악몽을 선사하고 가족의 나들이를 망쳐버린 나는, 통제와 보살핌 사이의 길목에서 벗어나버린 나는, 길 위의 우리 경찰관은 어떤 존재였을까. 각자의 치부에 대한 입단속은 매번 강조하면서 마음단속은 일말의 관심도 없는 현실이 자주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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