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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우리의 비도 오고 그래서] 승자의 역사

등록 2022-02-20 18:02수정 2022-02-21 09:48

낙동강은 4대강 가운데 가장 많은 8개 보로 가로막혔고 녹조도 가장 심각하지만, 지역주의의 영향으로 보 개방에 가장 반대가 크다. 2019년 7월 녹조가 강을 뒤덮은 경남 창녕군 길곡면 임해진 일대의 낙동강 모습.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낙동강은 4대강 가운데 가장 많은 8개 보로 가로막혔고 녹조도 가장 심각하지만, 지역주의의 영향으로 보 개방에 가장 반대가 크다. 2019년 7월 녹조가 강을 뒤덮은 경남 창녕군 길곡면 임해진 일대의 낙동강 모습.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최우리 | 기후변화팀장 

최근 만난 공무원들은 일이 손에 잘 안 잡힌다고 했다. 그동안의 일들을 정리하는 정도에 그친다고들 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정책 방향이나 현재 하던 일에 관심 정도가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기 때문에 새로운 계획을 추진력있게 진행하기에는 확신이 없다고 했다. 정부가 바뀌면 사람도, 조직도 다 바뀐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하는 말로 들렸다. 관료화된 사회 속 수동적 개인을 탓하기는 쉽지 않다. 역사는 결국 승자가 기록하기 때문에 누가 승자가 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실무자들은 더욱 잘 안다.

‘승자의 역사’라는 관용어가 떠오른 것은 정치권이 다시 소환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을 대표했던 4대강 사업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녹조라떼’가 피어오르는 등 강의 생명이 위태로워졌다는 이유뿐 아니라 애초 계획했던 수변공간·운하로서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한 비판을 회피하기 위해 사실상 이 문제를 방치했다. 문재인 정부는 재자연화를 약속했으나 능력과 의지가 부족하다는 평가 속에 과제를 남겨둔 채 다음 정부로 공을 넘겼다. 지금까지 금강과 영산강의 보를 해체하거나 상시 개방하는 데까지 나아갔으나 임기 후반기로 갈수록 동력이 떨어져 한강과 낙동강은 주민들이 이용하는 취수구 위치 등의 문제로 여전히 갈등을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 다음 대통령에 도전하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문 정부의 이 정책을 중단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여당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4대강에 남은 보를 해체하겠다며 문 정부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후대에 4대강 사업이 어떤 평가를 받으며 기록될 것인지는 결국 또 한번의 정치적 결정을 기다리는 상황이 됐다.

환경·에너지 정책은 미래 숲을 기다리며 나무를 심는 것과 같다.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 정책과 비교할 수 있다. 특히 대규모 개발사업과 관련된 경우 잘못된 결정을 하면 부메랑처럼 반드시 돌아온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준설한 강을 회복하는 데 십수년이 걸리고 관리비용이 계속 들어가듯, 한번 건설하기로 한 원자력발전소, 방사능폐기물처리장, 석탄화력발전소와 대규모 태양광·풍력발전소 등은 수십년을 이어서 사용해야 한다. 이런 불가역성 때문에 타협은 더욱 어렵다. 결국 첫 결정을 잘 해야 한다.

환경문제는 그 해결 방법을 찾는 데 필수적으로 사회 갈등을 내포하기 때문에 정치문제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과학을 기반으로 정치적 판단을 하기까지, 시민들에게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고 비과학적인 것을 배제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의 많은 정치 전문가들은 환경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다시 과학에 이를 전가하고 때로는 과학을 이용했다.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쟁에서도 강을 파고 보를 만들고 배를 띄울 경우 수질이 어떻게 되는지, 공사 이후 시민들이 누릴 이익 등 경제성이 있는지까지 과학적 근거를 두고 판단하고자 했으나 광장에서 소통이 되지 않았다. 이럴 경우 결국 다시 중요한 것은 정치적 결정이 된다.

봄이 오는 길목이지만 여전히 마음이 무거운 것은 늦어도 다음달 9일 기표소 앞에 설 때까지 끝내야 하는 숙제의 해답을 못 찾아서다. 윤 후보가 4대강 사업을 소환한 것은 ‘반문’을 앞세워 지역 주민들의 표를 공략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엠비(MB)의 녹색성장’이 추구했던 가치들을 되살리겠다는 의미를 공언한 것이기도 하다. 또다른 자연 파괴 우려가 있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윤 후보와 이 후보 모두 약속하고 있다.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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