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지난 23일 전두환이 숨진 곳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2동 95-4 자택이다. 1969년 부인 이순자씨 이름으로 사들였다. 1979년 12·12 쿠데타 모의도 이 집에서 했다. 대통령 퇴임 직전인 1987년 인근 땅을 추가 매입해 모두 4개 필지, 본채와 별채 등 3개 동 500여평에 이른다. 재임 중 국비 10억원을 들여 집을 증축하기도 했다.

전두환은 5공 비리, 광주 학살 국회 청문회 출석을 앞둔 1988년 11월 “연희동 자택, 서초동 땅(200평), 콘도, 골프회원권 등 개인 재산 전부를 국가에 헌납한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키지 않았다. 1997년 4월 내란 및 뇌물수수 혐의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을 확정받았으나, 모르쇠로 일관했다. ‘29만원 발언’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2004년 이순자씨가 이자 200억원을 대납한 것을 제외하면 스스로 추징금을 납부한 적이 거의 없다. 검찰 압박이 계속되자 2013년 9월 장남 재국씨가 “연희동 자택을 추징금으로 자진 납부하겠다”고 밝혔지만, 역시 ‘소나기’ 지나가자 또 모른 체했다.

연희동 집은 앞서 2003년 검찰이 별채를 공매했으나, 처남 이창석씨가 51억원에 낙찰받고 다시 셋째 며느리 이윤혜씨에게 소유권을 넘겨줬다. 검찰은 이창석씨는 비자금으로 낙찰받았고 이윤혜씨는 불법재산인 줄 알면서 취득했다며 압류를 유지했다. 2018년 본채와 별채에 대한 2차 경매가 개시되자 이순자씨와 며느리 이씨는 각각 공매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본채는 대통령 재임 기간 이전 이순자씨가 구매했기에 뇌물로 취득한 재산이 아니라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별채에 대해선 1, 2심은 공매 처분이 정당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 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전두환 자택에서 500m 떨어진 연희1동에 노태우씨 자택도 있다. 이 때문에 연희동에선 기습시위가 종종 열렸고, 80~90년대엔 ‘전·노 체포조’라는 학생들의 진입 시도도 가끔 있어 늘 경비가 삼엄했다. 1995년 전두환 집 앞 골목성명, 노태우씨 검찰 출두 장면 등이 텔레비전 생중계가 되던 현대사의 무대이기도 했다.

전두환 사망으로, 이제 ‘연희동’도 뉴스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원 판결로 연희동 별채가 환수되더라도 본채는 이순자씨 몫으로 남는다. 전두환의 미납 추징금은 956억원이다.

권태호 논설위원 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