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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전두환 추징금’ 환수 멈추면 정의의 역사도 멈춘다

등록 2021-11-25 18:16수정 2021-11-26 02:32

25일 오전 전두환씨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5공 피해자 11개 시민단체' 회원들이 사과 없이 죽음을 맞이한 전씨를 규탄하고, 재산을 피해자와 사회에 환원할 것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전 전두환씨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5공 피해자 11개 시민단체' 회원들이 사과 없이 죽음을 맞이한 전씨를 규탄하고, 재산을 피해자와 사회에 환원할 것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18 광주 학살의 책임자 전두환이 대통령 재임 때 형성한 불법재산 중 956억원이 아직 추징되지 않고 있다. 1997년 대법원이 선고한 추징금 2205억원의 43%에 이르는 규모다. 헌정을 유린해 대통령직에 오른 것도 모자라 대통령의 권한과 위세를 이용해 부정하게 배를 불린 것은 두고두고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다. 이 막대한 불법재산을 모두 환수하지 못하고 가족·지인들이 그 혜택을 세세손손 누리도록 방치한다면 헌법적 정의가 땅에 처박히는 꼴이다.

전두환과 그 일가는 추징금 납부를 회피하면서 국민을 우롱해왔다. 그는 2003년 추징금 314억원만 납부한 뒤 “남은 전재산이 29만원”이라는 말로 공분을 샀다. 최근까지도 골프를 치거나 최고급 중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이 드러나곤 했다. 장남 전재국씨도 2013년 추징금 자진 납부 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서울 연희동 집도) 부친의 실소유 재산임을 모두 인정하고 환수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하더니 이후 돌변했다. 검찰이 연희동 집을 공매에 넘기자 일가가 나서 끈질긴 소송으로 저항하는 몰염치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사망한 노태우씨가 추징금 2628억원을 모두 납부한 것과도 대비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전두환 사망 뒤에도 추징금 환수를 계속할 수 있도록 법을 손질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추징금을 미납한 당사자가 사망하면 더 이상 추징을 할 수 없는 허점을 보완하려는 것이다. 2019년 천정배 전 의원이 이런 취지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20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고, 지난해 유기홍 민주당 의원이 비슷한 취지의 법안을 다시 냈지만 심사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 그만큼 국회의 관심이 적었다는 얘기다. 여야는 이제라도 법 개정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국회는 2013년 전두환의 추징금 환수를 위해 제3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재산도 추징이 가능하도록 하고 추징 시효도 연장하는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공무원범죄몰수법 개정안)을 재석 의원 233명 중 228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이에 대해 위헌 소송이 제기됐으나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심히 중대한 공익상의 사유가 소급입법을 정당화하는 경우” 소급입법의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전두환 추징금의 완전 환수야말로 더없이 중대한 공익적 요구인 만큼 한치의 물러섬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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