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어쓰기 원칙은 간단하다. ‘단어면 띄우고 단어가 아니면 붙여 쓰라!’ 너그럽게도 보조용언이나 명사를 나열할 땐 띄우든 붙이든 다 허용된다. ‘먹어 두다, 먹어두다’ 모두 되고, ‘서울시장애인복지관, 서울시 장애인 복지관’ 둘 다 괜찮다(‘서울시장 애인 복지관’으로 읽힐 게 걱정이면 ‘서울시 장애인 복지관’으로 쓰겠지만). 간단해 보이지만 어렵다. 무엇보다 뭐가 단어인지 아닌지 경계가 선명하지 않다. 관형사, 의존명사는 띄어 쓰고, 접두사, 접미사, 조사, 어미는 붙여 쓴다. 하지만 관형사와 접두사의 경계가 흐릿하고, 의존명사와 조사, 접미사, 어미의 구분도 모호하다. 더구나 두 단어가 합하여 한 단어로 굳어진 합성어에 대한 판단이 들쑥날쑥하다. 안 믿기겠지만, ‘띄어쓰기’는 붙여 쓰고, ‘띄어 쓰다’는 띄어 쓴다! 왜냐고? 영웅호걸들의 설명은 이렇다. ‘띄어쓰기’는 한 단어이고, ‘띄어 쓰다’는 한 단어가 아니기 때문! 달리 말해, ‘띄어쓰기’는 사전에 올라 있고, ‘붙여 쓰다’는 사전에 없기 때문. 사전은 왜 그러냐고? ‘띄어쓰기’는 한 단어이고, ‘띄어 쓰다’는 한 단어가 아니기 때문이라니까! 이런 예는 해수욕장에서 조개껍질 줍는 것보다 찾기 쉽다. ‘흠잡다’는 붙여도, ‘자리 잡다’는 띄운다. ‘병들다, 힘쓰다’는 한 단어지만, ‘바람 들다, 물 쓰다’는 두 단어다. ‘욕먹다, 마음먹다’는 한 단어, ‘나이 먹다, 돈 먹다, 밥 먹다, 꿀 먹다’는 두 단어. ‘달라붙다’는 붙이되, ‘엉겨 붙다’는 띄어 쓸 것! 왜? 한 단어가 아니라니까! 이상하지 않은가? 어떻게 해야 할까?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