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몸짓의 언어학

등록 2021-08-16 04:59수정 2021-08-16 08:20

김진해 ㅣ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말을 안 하면 사람 마음을 어떻게 아냐고? 하는 짓을 보면 알지.

친한 친구를 10년 만에 만난다면 당신은 어떤 몸짓을 할까? 꼴도 보기 싫은 자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온다면? 우리는 마음속에 일렁이는 기분이나 상대방에 대한 태도를 몸으로 나타낸다. 몸짓은 기분의 표출이자 태도의 표명이다.

사람은 말보다 몸짓이 전하는 메시지를 훨씬 더 빠르고 정확히 알아차린다고 한다.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지만, 몸짓은 ‘척 보면 안다’. 200여개의 짤막한 영상을 보여주고 배우의 감정을 판단하는 실험을 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쉽게 맞혔다고 한다. 노출 시간을 점점 줄여봤더니, 놀랍게도 24분의 1초(0.04초)만 보아도 3분의 2 이상을 맞혔다.

말처럼 몸짓도 대화적이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의 몸짓에 대해선 의식을 못 한다. 상대의 몸짓이 나에 대한 반응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 사람의 특성이라고만 생각한다. 몸짓이 나와 너의 상호작용이라면, 거기에는 무언의 권력관계가 새겨져 있다. 따로 배우지 않았을 텐데도, 힘 있는 사람은 얼굴에 온갖 표정을 숨김없이 짓고, 상대방의 코앞까지 자신의 얼굴을 디밀고, 눈을 빤히 쳐다볼 수 있다. 손바닥으로 책상을 내리칠 수도, 뒷짐을 지거나 바지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을 수도, 다리를 쩍 벌리고 의자를 좌우로 돌릴 수도, 악수하자며 손을 내밀거나 팔이나 어깨를 툭 칠 수도 있다. 이걸 아랫사람이 한다고 상상해 보라.

그러니 몸짓을 개인의 습관이나 남녀의 생물학적 특성으로 돌려선 안 된다. 그가 속한 계급이 갖는 집단 무의식이다. 목소리를 지우고 보면 더 잘 보인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김용현 “의원 아닌 요원”, SNL 찍나 [1월24일 뉴스뷰리핑] 1.

윤석열-김용현 “의원 아닌 요원”, SNL 찍나 [1월24일 뉴스뷰리핑]

윤석열은 왜 이리 구차한가 2.

윤석열은 왜 이리 구차한가

분노한 2030 남성에게 필요한 것 [슬기로운 기자생활] 3.

분노한 2030 남성에게 필요한 것 [슬기로운 기자생활]

숨가쁜 세상, 심호흡을 권한다 [노정혜 칼럼] 4.

숨가쁜 세상, 심호흡을 권한다 [노정혜 칼럼]

헌재에서 헌법과 국민 우롱한 내란 1·2인자 5.

헌재에서 헌법과 국민 우롱한 내란 1·2인자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