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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삶의 창] 제 책 얼마나 팔렸나요

등록 2021-07-02 15:14수정 2021-07-03 15:20

정대건ㅣ소설가·영화감독

2012년 9월13일 나의 첫 독립영화가 개봉된 그날 자정,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통전망)에 들어가 봤다. 회원 가입이나 로그인 없이도 누구나 그날의 전국 스크린 수, 상영 횟수, 관객 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유명한 스타가 나오는 게 아닌 저예산 다큐멘터리라고는 하지만 전국 8개의 스크린에 좌절했고, 그 극장을 찾아준 소수의 관객에게 고마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상영 막바지 즈음에는 정말 스크린이 1개인 순간도, 전국 관객 수에 1이 찍힐 때도 있었다. 그러면 나는 어딘가 독립예술영화관에 찾아와 홀로 영화를 봤을 그 한명의 관객을 상상하고는 했다.

최근 장강명 작가와 임홍택 작가의 인세 누락 논란이 연이어 보도됐다. 작년에 첫 책을 출간했고, 앞으로도 책을 낼 계획이기에 관심을 가지고 볼 수밖에 없었다. 작가들이 출판사로부터 판매 부수를 통보받는 것 외에 정확한 판매량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게 쟁점이다. 적어도 작가가 판매 내역을 받았을 때 ‘이게 맞나?’ 하고 조금이라도 의심이 드는 시스템이라면 개선되어야 한다.

영화관 통전망은 2003년 개통하여 2004년에는 극장 가입률 50%를 달성하였으나 가입률 99%를 달성한 건 2011년 이후의 일이라고 하니, 정상화에 8년이 걸린 셈이다. 나는 영화를 처음 개봉해보는 신인이었음에도 통전망에 집계된 상영 횟수와 관객 수를 확인했을 때, ‘이게 정말 맞아?’ ‘혹시 누가 속이는 것 아니야?’ 하는 의심을 해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이미 갖추어진 시스템의 수혜를 본 셈이다. 이런 게 당연한 줄 알았다.

이러한 시스템과 한국영화산업의 발전은 무관하지 않다. 공연계도 ‘공연예술 통합전산망’이 2015년 가동되기 시작한 뒤 가입률 미비로 비슷한 진통을 겪다가 2019년 가입이 의무화되어 99% 가입으로 정상화되었다. 그리하여 코로나로 큰 피해를 본 공연계에 구체적인 수치를 파악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출판계에는 여태껏 그런 시스템이 없었다. 그리하여 ‘출판유통 통합전산망’이 오는 9월 가동을 앞두고 있는데, 가장 큰 출판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참여에 회의적이다.

첫 책을 낸 출판사에서는 매달 판매 내역을 보내준다. 주변에서는 매우 드문 일이라고, 다른 출판사도 그럴 거라고 기대하면 안 된다고 한다. 제때 정산을 해주면 다행이라는 말도, 정당히 받아야 할 돈을 떼인 이야기도 흔하다. 온갖 불합리한 이야기를 많이 듣지만, 그냥 그런 것이 출판계에 너무 만연해서 ‘관행’이라고 한다. 주변에 뭘 물어보면 작가들도 “출판사마다 너무 다르다”라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한다. 정보는 불투명하고, 알음알음 알아보고, 알음알음 피해야 하는 것이다. 신인으로서 이 업계의 문화가 그러하니까 그냥 받아들이고 가야 하는가?

작가들이 출판사로부터 판매 부수를 통보받는 것 외에 정확한 판매량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외부인들에게 이야기하면 다들 놀란다. “이게 무슨 조폭들이 연예기획사 운영하는 방식이냐”, “출판계만 20세기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라는 소리를 듣는다. 정말 어디 가서 말하기가 창피하다. 나는 내가 속한 업계에 신뢰와 자부심을 느끼고, 애정을 가지고 일하고 싶다.

지난달 30일 출판협회는 통전망이 아닌 자체적인 전산망을 가동하겠다고 밝혀 아직도 잡음이 있다. 운영을 정부 주도가 아니라 민간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앞서 말한 영화관 통전망처럼 작가들이 신뢰하며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면, 출판유통 통전망의 정상화된 운영에 반대할 작가는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훗날에는 지금 이 시절을 ‘그땐 정말 그런 식으로 했다니까’ 하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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