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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민형의 여담] 세계 대학 랭킹에 대한 현실적 담론

등록 2021-06-30 17:59수정 2021-07-01 02:06

대학평가에 대한 찬반논쟁이 있어왔지만, 대학은 물론 어떤 교수나 학생들 또한 평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사진은 2014년 9월26일 한 언론사의 대학평가를 거부하는 대학생들의 기자회견.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대학평가에 대한 찬반논쟁이 있어왔지만, 대학은 물론 어떤 교수나 학생들 또한 평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사진은 2014년 9월26일 한 언론사의 대학평가를 거부하는 대학생들의 기자회견.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김민형ㅣ워릭대 수학과 교수

최근 교육정보 회사 콰콰렐리 시먼즈(QS)의 2022년 세계 대학 랭킹이 발표되면서 올해 역시 미디어와 대학가의 화제가 되었다. 이런 결과가 나오면 늘 예측할 만한 반응들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학교 홈페이지에 자랑스럽게 높은 순위를 전시하는 대학, 무의미한 서열이라고 무시 비판하는 사람, 중요치 않다고 깎아내리면서도 살짝 자기 학교·학과의 순위를 과시하는 교수, 그리고 ‘우리는 왜 이런가’ 하며 낮은 랭킹을 개탄하는 다수 등. 그런 가운데 ‘세계 랭킹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우리나라의 병폐’이며 ‘진짜 명문 대학들은 랭킹에 개의치 않는다’는 이상한 전설이 있다. 귀족은 돈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전설과 비슷한 착상일 것이다. 진짜 명문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세계 ‘유명 대학’ 웹페이지들을 약간만 검색하면 쉽게 반증되는 주장이다.

수많은 랭킹 중에 QS, 타임스 고등교육지(THES), 그리고 상하이자오퉁대학(ARWU), 세 기관에서 발행하는 것이 국제적으로 자주 언급되는 것 같다. 2000년대 초 이들이 시작된 이후로 학문의 중심지에 위치한 대학이 랭킹을 의식하지 않는 현상은 극히 보기 드물다. 프랑스에서 저조한 성적의 14개 대학을 합병함으로써 마침내 상위 랭킹에 진입한 파리사클레대학의 사례가 유럽의 반응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사르코지 정권 당시 랭킹 상승의 목적을 공공연하게 선언하면서 시작한 합병 사업이 10여년의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마무리되면서 수학과 같으면 올해 QS 랭킹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QS와 ARWU는 분야별 랭킹도 발표한다.) 독일에서는 국제적 지위가 높은 대학을 개발할 목적으로 학술재단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을 ‘우수 대학’ 선정 사업이 2005년께부터 몇 단계에 걸쳐서 실행돼서 세계 100위권에 진입한 대학이 몇몇 생기는 성공을 거두었다.

많은 대학들이 벤치마크로 생각하는 것은 영국과 미국의 엘리트 대학들이다. 옥스퍼드대학은 THES 랭킹에서 지난 5년간 세계 1위를 차지하면서 그때마다 학교 구성원에게 그리고 대외적으로 크게 선전해왔다. ARWU 평가에서 9위라는 사실은 물론 언급하지 않는다. 판단 기준이 약간씩 다르기 때문에 기관마다 랭킹에 차이가 있고 대학들이 편의에 따라서 유리한 랭킹을 과시하는 것은 물론이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학의 사례처럼 QS 랭킹이 16위, THES는 30위, 그리고 ARWU에선 42위로 평가돼서 상당한 편차가 나타나기도 한다. ARWU는 교수와 졸업생의 수상 실적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 이 때문에 정통성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고, 마치 억만장자의 수를 지표로 경제개발 수준을 판단하는 것만큼 어리석다는 비판도 나온다.

6월8일자 매사추세츠공대 뉴스에 그 학교가 10년 연속 QS 랭킹 1위였다는 사실을 선전하는 기사가 나왔다. 미국의 대학들은 세계 랭킹 말고도 자국 내 신문사 유에스(US) 뉴스의 랭킹을 상당히 오래전부터 신경 써서 관리해왔다. 높은 등록금을 정당화할 필요성과 기부금을 주는 동문들에 대한 의존도 때문인지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도 랭킹을 중시하는 인상이다. 한 예로 신문사 랭킹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쟁률 상승을 도모하는 작전이 어느 해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프린스턴대학의 입학처장이 동문들의 비난 세례를 받는 모습을 동문회지를 통해서 목격한 적도 있다.

세계 어느 대학도 서열화 과정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이다. 복잡한 사회체제 내에서 대학도 경제적인 객체인 이상 등록금, 정부지원, 기부금 등 모든 수입원이 경쟁 대상이 되고 그 과정에서 사회의 평판이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참고로 미국 대학들은 높은 랭킹과 자산의 규모가 같이 가고 영국의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는 수백년 전부터 기부금과 부동산 투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산을 불려온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지금처럼 교육 자원의 국제적인 공유와 소비가 일상화된 세상에서 대학 사이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나 같아도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이 조언을 구할 때면 발행된 랭킹들을 적당한 수준에서 참고할 것을 권장한다. 그런데 여기서의 핵심은 ‘적당한 정도’를 지혜롭게 결정하는 것이고, 이것은 각 대학의 교수진과 행정부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 할 수 있다. 서열 속에서의 위치는 공부와 연구에 도움을 줄 만한 수많은 조건 중에 극히 일부라는 당연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진행되는 현실적인 담론은 극단적인 신봉도 이념적인 배척도 적당히 지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콰콰렐리 시먼즈(QS)가 웹페이지를 통해 2022년 세계 대학 평가 결과를 알리고 있다. 주요 국가별로도 구분해놓았다.
콰콰렐리 시먼즈(QS)가 웹페이지를 통해 2022년 세계 대학 평가 결과를 알리고 있다. 주요 국가별로도 구분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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